주간동아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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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남자는 어디로 걸어가고 있을까

현대조각의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展’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7-12-19 13: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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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대표작 ‘걸어가는 사람’ [사진 제공 · 코바나컨텐츠]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대표작 ‘걸어가는 사람’ [사진 제공 · 코바나컨텐츠]

    “거리의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무게가 없다. 어떤 경우든 죽은 사람보다도, 의식이 없는 사람보다도 가볍다. 내가 보여주려는 건 바로 그것, 그 가벼움의 본질이다.” 

    앙상하게 마른 사람을 형상화한 석고상 ‘걸어가는 사람’으로 유명한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66)의 말이다. 20세기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조각가 자코메티의 작품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날 수 있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展’이 12월 21일부터 2018년 4월 1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초창기 작품부터 말기 작품까지 총 12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조각 41점, 회화 12점, 드로잉 26점, 판화 12점, 사진 20점을 비롯해 자코메티 유품도 함께 전시된다. 1901년 스위스에서 태어난 자코메티는 제1 ·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성찰한 인간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조각으로 나타냈다. 특히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독특한 기법으로 표현했다. 본질을 움직이는 근원적 존재에 대한 탐구로 예술혼을 불태웠다. 


    작업실에서 ‘야나이하라 흉상’을 작업 중인 알베르토 자코메티. [사진 제공 · 코바나컨텐츠]

    작업실에서 ‘야나이하라 흉상’을 작업 중인 알베르토 자코메티. [사진 제공 · 코바나컨텐츠]

    일반 조각은 재료를 붙여가면서 형태를 만들지만, 자코메티는 완성된 형태에서 하나하나씩 떼어내는 방식으로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뼈밖에 남지 않은 듯한 앙상한 몸통과 얼굴은 그렇게 탄생했다. 덜어냄의 끝이 어딘지 모른 채, 많은 작품이 작가의 손에서 허망하게 깨지기도 했다. 인간의 허약함과 덧없음, 소외에서 기인한 고독을 표현하려 했던 자코메티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작업하는 이유는 이처럼 고통스럽고 짧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자코메티의 마지막 작인 ‘로타르 흉상’과 그의 대표작 ‘걸어가는 사람’이다. 두 작품 모두 아시아 최초로 원본 석고상이 함께 공개된다. 또한, 원본 석고 조각 15점을 선보이는 만큼 ‘국립 자코메티 재단’의 복원 전문가가 함께 전시에 참여한다. 그 밖에도 아내와 함께 병상을 지키던 마지막 모델 ‘캐롤린 흉상’(1961), 일본인 친구 ‘야나이하라 흉상’(1961), 아내 ‘아네트 흉상’(1962), 작업 동반자인 남동생 ‘디에고 흉상’(1962) 등 그의 말년 최고작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 이들 모델은 자코메티가 가장 아낀 사람들로, 작가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창이기도 하다. 문의 02-532-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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