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명 동시 수용이 가능한 원형극장. [GettyImages]](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c1/47/be/67c147be101dd2738250.jpg)
1만2000명 동시 수용이 가능한 원형극장. [GettyImages]
이런 시대적 배경은 동서양 문화, 기독교와 이슬람, 그리고 문명과 자연이 어우러진 튀르키예의 독특한 정서 및 아름다움을 탄생시켰다. 튀르키예에서 첫 번째로 떠날 여행지는 1988년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된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Hierapolis)’와 백색 온천 ‘파묵칼레(PamukKale)’다.
동서양 문명 어우러진 독특한 아름다움
![로마시대에 건설된 아폴론 신전. [GettyImages]](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c1/47/e8/67c147e8253dd2738250.jpg)
로마시대에 건설된 아폴론 신전. [GettyImages]
흔히 파묵칼레로 알려진 히에라폴리스는 고지대에 위치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탐방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는 남문에서 출발해 산을 올라가며 파묵칼레를 탐방하다가 체력적 한계에 부딪쳐 히에라폴리스 관광을 포기하거나 축소하곤 하는데, 히에라폴리스 유적이 파묵칼레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니 좀 더 시간을 투자해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먼저 돌무쉬를 타고 종점인 히에라폴리스 북문까지 올라가자. 히에라폴리스는 ‘성스러운 도시’라는 뜻을 지녔다. 페르가몬 왕국 4대 군주인 에우메네스 2세가 기원전 190년 무렵 페르가몬 왕조 시조 텔레포스(헤라클레스의 아들)의 아내 히에라(혹은 히에로)를 기념하고자 도시를 조성했다. 이후 동로마제국 시절까지 번영을 누리다가 아랍과 튀르크의 공격을 받으며 쇠퇴했고, 1354년 대지진이 발생해 완전히 폐허가 됐다. 이후 역사에서 사라지다시피한 도시는 1887년 독일 고고학자 카를프만에 의해 발굴됐다. 이후 복원 작업이 진행돼 로마시대 원형극장, 아폴론 신전, 온천욕장, 공동묘지 등 귀중한 문화유산을 볼 수 있게 됐다.
대지진에도 살아남은 원형극장
로마제국이 지배하던 시절 히에라폴리스는 황제가 거느린 가장 부유한 도시였다. 눈으로 대충 짐작해도 규모가 크고 화려한 도시였음이 절로 느껴진다. 유적이 넓게 흩어져 있어 촘촘하게 돌아보려면 편한 신발과 식수 등은 필수다. 북쪽 끝 사자의 도시 입구를 출발해 로마시대 공중목욕탕을 거쳐 총길이 1.5㎞, 최대 너비 14m인 프론티누스 거리를 따라 걷다가 ‘제2 네로’ 도미티아누스 황제(51~96)가 세웠다는 프론티누스 문(개선문)을 지나면 1세기 말 지어진 공중화장실과 시민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벌이던 광장 아고라가 나온다.
이어서 로마시대 원형극장으로 이어지는 오솔길로 향하자. 로마인은 어느 도시에나 원형극장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히에라폴리스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 극장을 건설했다. 대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엄청난 규모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8개 계단으로 객석 50줄이 나뉘어 있고,
1만2000명 동시 입장이 가능하다. 기원전 17년, 기원후 60년, 1354년 발생한 세 차례 대지진에도 살아남은 대극장은 보존 상태가 양호해 지금도 연극 공연이나 음악회가 열린다. 가만히 눈을 감고 관중의 열광으로 가득 찬 웅장한 울림을 그려보자. 또 용기 내어 노래 한 소절도 불러보자. 원형극장 전체에서 전해지는 울림에 전율이 느껴진다. 야간에는 조명이 켜지는데 그 아름다움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히에라폴리스는 인간이 살기 가장 편안한 고도에 위치하고 평원 위로 솟은 약 200m 절벽에서 흘러나오는 온천수가 칼슘을 함유한 것으로도 유명해 로마 황제의 요양지 겸 휴양지로 사용됐다. 이 온천수는 자연과 시간이 어우러진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이곳을 파묵칼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 주간동아 1480호에서 ‘시간과 자연이 만든 위대한 작품 파묵칼레’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