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동물용 인공혈액 상용화 먼 얘기

건국대 동물병원 ‘아임도그너(I’M DOgNOR) 헌혈센터’ 홍보 표지판 [이학범 제공
2015년 논란이 된 민간업체는 지금도 일선 동물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동물 혈액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전혈(whole blood), 농축적혈구, 신선동결혈장, 항혈청 등 다양한 혈액제제를 공급하는데요. 2022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해당 업체를 통해 적혈구를 수혈 받은 반려동물이 연간 약 3만 마리, 혈장제제를 사용한 동물이 약 2만 마리에 달했습니다. 물론 해당 업체는 2015년 당시보다 사육 환경을 훨씬 개선했습니다. 2022년 정부가 전혈을 제외한 나머지 동물 혈액 성분 제제를 동물용의약품으로 판단하면서 동물 혈액제제 생산을 위한 ‘KVGMP(동물용의약품 품질관리우수업체) 시설’도 갖춰나가는 중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시설을 개선하고 좋은 시설에서 혈액제제를 생산한다고 해도 다른 동물을 위해 피를 제공하는 공혈동물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국내외 여러 업체가 동물용 인공혈액을 개발 중이지만 상용화는 아직 머나먼 얘기입니다.
학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노령화와 진단 기술의 발달로 수혈용 혈액 필요량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반려견뿐 아니라 반려묘도 수혈을 많이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게 ‘반려동물 헌혈’입니다. 반려동물이 헌혈을 많이 할수록 공혈동물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반려동물 헌혈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 않습니다.
‘2024년 동물복지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 헌혈을 아는 응답자 비율은 42.3%에 그쳤습니다(그래프 참조). 그중에서도 ‘매우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4.4%에 불과했습니다. 국민 10명 중 6명이 반려동물 헌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겁니다. 참고로 2024년 동물복지 국민의식조사는 9월 6~27일 전국 20~64세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진행됐습니다.

반려견 헌혈, 25㎏ 이상 대형견만
다만 아무 동물이나 헌혈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려견의 경우 나이 2~8세, 몸무게 25㎏ 이상 대형견 중 정기적으로 백신 접종 및 기생충 예방을 해왔고, 감염병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개체만 헌혈을 할 수 있습니다. 반려묘는 몸무게 4㎏ 이상이면 헌혈이 가능합니다.
헌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동물병원에서는 헌혈을 하는 반려동물에게 정기건강검진, 영양제와 심장사상충 예방약 제공 같은 혜택을 줍니다. 사람이 헌혈을 하면 대한적십자사가 지급하는 헌혈기념품을 받는 것과 같죠. 물론 그런 혜택 때문이 아니라 다른 생명을 살리고자 헌혈에 동참하는 분이 대부분일 테지만요.
헌혈을 하는 반려동물이 충분히 있다면 공혈동물은 필요 없어집니다. 아직은 이상적인 얘기지만 반려동물 헌혈이 더 알려질수록 조금씩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일례로 자체 공혈견을 보유했던 서울대 동물병원은 헌혈 프로그램이 자리 잡으면서 2021년 마지막 공혈견이 은퇴한 이후 더는 공혈견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 10명 중 6명이 반려동물 헌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라도 반려동물 헌혈에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합니다. 특히 대형견 보호자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소형견 중심의 국내 반려동물 돌봄 문화를 고려할 때 헌혈을 할 수 있는 반려견 자체가 많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 헌혈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늘어나 언젠가 “국내에는 공혈동물이 더는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