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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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가 만든 새로운 유행

[김상하의 이게 뭐Z?] 자기 취향 다이어리 커버 구매… 신조어도 직접 만들어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5-03-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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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데 거리낌이 없는 세대가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 익힌 첫 주자 Z세대다. 물론 Z세대 이후에 태어난 알파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더 익숙할 테지만, 부캐를 만들고 자신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흐름은 Z세대가 시작했다. 그들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시각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꿔놓는다. 안 하면 서운한 생일카페, 최애를 꼭 닮은 10㎝ 인형, 학교 사물함 꾸미기…. 전부 Z세대가 시작해 탄생한 트렌드다. 이번 주는 Z세대가 만든 새로운 유행을 살펴본다.

    #다이어리 겉도 꾸며야 진정한 ‘다꾸’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다이어리 커버. [인스타그램 @amuroki_hi 계정 캡처]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다이어리 커버. [인스타그램 @amuroki_hi 계정 캡처]

    신년이 되면 누구나 다이어리 하나쯤은 구매하는 시대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라는 단어가 유행한 이후 개성 있는 다이어리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올해는 다이어리를 직접 꾸미기보다 내 취향인 다이어리 커버를 구매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다이어리 커버는 단순히 다이어리를 감싸는 용도에 그치지 않는다. 수납공간이 있어 명함이나 스티커를 정리할 수 있을뿐더러, 커버를 여러 개 사놓고 기분에 따라 바꿔 끼우기도 한다. 가성비도 좋다. 다이어리는 매해 바꿔도 커버는 한 번 사면 쭉 쓸 수 있다.

    요즘은 포근한 느낌을 주는 귀여운 캐릭터 커버가 인기다. 인스타그램, 서울일러스트페어 등에서 작가들이 직접 만든 다이어리 커버를 만날 수 있다.

    #신인류학자 이수지의 등장

    개그우먼 이수지가 인플루언서의 소통 방송을 따라 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캡처]

    개그우먼 이수지가 인플루언서의 소통 방송을 따라 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캡처]

    개그우먼 이수지 하면 누군가를 따라 하는 영상이 먼저 떠오른다. 지금까지는 50대 어머니 또는 조선족 캐릭터 ‘린자오밍’을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플루언서부터 무당까지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캐릭터를 보여준다. 특히 인스타그램에서 공동구매를 여는 인플루언서 패러디 ‘슈블리맘’ 코너가 화제다. 다이어트 음료 ‘빼빼수’와 클로렐라 찰떡을 파는 캐릭터다. 공동구매 라이브 방송과 상품 소개 하나하나가 다 인플루언서와 똑 닮아 있다. 제품 품질을 위해 공장 사장님과 싸우고 왔다는 멘트나 생색내는 표정은 “예술의 경지”라는 호평이 자자하다.

    무당 콘셉트도 마찬가지다. 18층에 사무실이 있는 직원에게 땅 기운을 받아야 한다며 걸어 다니라고 하는 모습, 지옥철(출퇴근 시간 사람이 빽빽하게 들어찬 지하철을 이르는 말)을 타는 모습 등 실제 무당이 할 법한 것들을 잘 살린다. 일명 대치맘(사교육을 위해 대치동 학원가를 누비는 학부모를 이르는 말) 콘셉트의 ‘제이미 맘’ 캐릭터는 또 어떤가. 휴먼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해 몽클레르 패딩을 입은 채 포르쉐 카이엔 승용차 안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때운다. 자녀 교육에 극성인 대치동 부모들을 인간 복사기처럼 재연했다.

    유튜브에서는 우리 일상을 빼다 박은 인류학자 콘텐츠가 유행이다. 특별한 공감대 없이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어서다.

    #유행어? 이제는 내가 만든다

    개그맨 문상훈이 2025년 유행할 단어들을 만들었다.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 캡처]

    개그맨 문상훈이 2025년 유행할 단어들을 만들었다.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 캡처]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 유행어가 된다고? 아니다. Z세대는 유행어도 직접 만든다.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에서 개그맨 문상훈이 연기하는 부캐 ‘일타강사’가 앞으로 생길 신조어를 제시했다. 하나씩 살펴보자. ‘무지컬’은 피지컬도, 뇌지컬도 없는 사람, ‘밥플릭스’는 밥 먹으며 보는 영상을 의미한다. ‘밥친구’라는 단어의 확장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테무인간’은 열심히 일하지만 퀄리티는 떨어지는 사람을 나타낸다. ‘랜선생님’은 비대면 만남으로 큰 가르침을 주는 사람을 뜻한다. 어감이 입에 착 붙고 억지스럽지도 않다. 이외에도 한숨을 쉬어 주위에 영향을 미치는 ‘한플루언서’, 스트레스 받을 때 먹는 매운 음식이라는 뜻의 ‘위쑤시개’가 있다. 댓글 창에선 문상훈을 가리켜 천재라며 칭찬 일색이다. 오늘 친구와 대화할 때 새로 만든 신조어를 하나씩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