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을 좋아하는 대학 후배가 이사한 지인에게 그림을 선물했다고 한다. 지인이 새로 이사한 집에서 잘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서가(書架) 그림이었다. 얼마 후 후배는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대기업에 다니는 그 지인이 최근 자회사 대표로 승진 발령이 났는데, 아무래도 그림 효과를 본 듯하다고 들뜬 목소리로 알려왔다는 것이다.
책꽂이마다 책이 수북히 쌓인 모습의 ‘서가도’는 예부터 고위 관직에 등용되거나 출세를 상징하는 그림으로 사랑받았다. 최근에도 서가도는 임용이나 승진을 앞둔 사람을 위한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서울 인사동에서 화랑을 경영하는 이연숙 무우수갤러리 관장은 “요즘엔 집들이 선물로 서가도처럼 특정 목적과 효과를 고려한 그림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며 “또 이왕이면 풍요 혹은 행운을 불러오는 그림을 찾는 미술 컬렉터도 많아졌다”고 말한다.
집들이용 그림 선물은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 집주인이 그곳에서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는 점에서 일종의 심리적 비보물(裨補物)이라고 할 수 있다. ‘비보’는 모자라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풍수적 행위를 가리킨다. 과거에는 일이 술술 잘 풀리라는 뜻으로 두루마리 화장지를 선물하거나, 살림이 부글부글 일어나라는 의미로 세제를 선물하곤 했다. 가을 황금색 들판처럼 풍요와 부귀를 상징하는 쌀도 집들이용 선물로 애용되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생활용품형 비보’는 일회성 혹은 소모성 물건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반면 그림은 실내의 단조로운 벽면을 살려주는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일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비보 기운이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기운이 담긴 그림일수록 비보의 풍수적 효과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림은 집 안 분위기는 물론, 집주인 운까지 달라지게 할 수 있는 특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기운이 담긴 그림은 선물을 주는 이나 받는 사람 모두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중국 당나라 때 시인이자 화가인 왕유(701~761)와 얽힌 에피소드가 유명하다. 후대 송나라 때 대문호인 소동파는 왕유의 시와 그림을 감상하며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畫 畫中有詩)”고 찬탄했다. 소동파는 왕유의 산수화에서 시 한 편에 해당하는 메시지를 찾아냈던 것이다. 흔히 그림을 감상할 때 ‘그림을 읽는다’거나, 그림이 표현하고자 하는 상징을 해석하는 것을 ‘독화법(讀畵法)’이라고 하는 데는 이런 역사적 배경이 깔려 있다.
그림을 보고 문자나 말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림에 메시지(정보)가 담겼다는 뜻이다.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작가의 메시지가 예술적 기법을 통해 그림 속에 온전히 녹아 있는 것이다. 이를 동양화에서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또 작가의 메시지가 감상하는 사람마다 달리 해석되기보다 누구에게나 같은 정보로 인지될수록 그 영향력이 강력하다고 본다.
보통 선물용으로 무난하게 선택하는 꽃 그림을 예로 들어보자. ‘꽃 중의 왕’으로 불리는 모란을 그린 그림은 한국과 중국에서 일찌감치 사랑받아온 ‘검증된’ 기 그림이다. 모란은 중국 송나라 유학자 주돈이가 ‘부귀화(富貴花)’라고 부른 이후 왕실은 물론,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집 마당에 꽃을 가꾸는 게 유행이 됐고, 덩달아 모란 그림 역시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도 삼국시대인 신라 선덕여왕 일화에서 중국 당태종이 보낸 모란 그림이 등장하고, 신문왕 때 설총이 지은 ‘화왕계’의 주인공인 화왕(花王)이 바로 모란이기도 하다.
모란은 동양철학적 관점에서 해석해도 흥미롭다. 모란은 오행상 토(土) 기운으로 분류되는데, 붉은색 꽃만 강조할 경우 화(火)로 보기도 한다. 주역 팔괘로는 곤(坤)괘의 기운이며, 8방위로는 남서쪽에 배치된다. 여기서 ‘토’나 ‘곤’은 풍요로운 대지 또는 어머니의 품속 같은 보살핌을 상징한다. 따라서 토와 곤의 기운이 강한 모란은 안정과 균형, 조화로움, 양육의 기운을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런 좋은 기운을 받는 사람은 삶의 경쟁력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 부귀(富貴)를 누리게 된다는 게 풍수 원리다. 또 모란 그림은 집의 중심점을 기준으로 남서쪽 혹은 남쪽 벽에 걸어놓을 경우 방위와 궁합이 맞아서 기운 전달이 잘된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모란 그림은 다른 꽃과 어우러질 경우 새로운 정보를 생성하기도 한다. 모란꽃과 목련, 해당화가 한 그림에 담길 경우 ‘부귀옥당’(富貴玉堂: 귀댁에 부귀가 깃드소서)이라는 메시지가 생성된다. 모란은 ‘부귀’를 의미하고, 목련은 다른 이름인 옥련(玉蓮)과 옥란(玉蘭)의 ‘옥’을 가리키며, 해당화(海棠花)는 가운데 글자인 ‘당’을 차음한 ‘당(堂)’을 뜻하기 때문이다.
모란과 장닭이 그려진 그림은 어떨까. 모란은 앞에서 봤듯이 ‘부귀’를 가리키고, 장닭은 ‘공명(功名)’을 가리키니 곧 부귀공명을 상징한다. 부귀공명은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으며 공을 세워 그 이름을 크게 떨친다”는 뜻이기에 출세에 관심 있는 이들이 꿈꾸는 소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선거 등을 통해 관직에 나가는 선출직 정치인과 공무원 사이에서 모란·장닭 그림이 인기를 끄는 추세라고 한다.
장닭이 공명을 상징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수탉은 한자어로 공계(公鷄)라고 표현한다. 더 나아가 장닭이 “꼬끼오” 하고 우는 것을 공계명(公鷄鳴)이라고 한다. 여기서 장닭의 ‘공(公)’은 공(功)과 발음이 같고, 울 ‘명(鳴)’은 이름 명(名)과 발음이 같다. 이렇게 해서 장닭이 우는 ‘공명(公鳴)’이 공을 세워 이름을 알리는 ‘공명(功名)’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흰 사슴을 그린 백록도(白鹿圖)는 일반인 사이에서 다복(多福)을 누리라는 뜻으로 자주 애용되는 선물용 그림이다. 백록(白鹿)이 온갖 복, 혹은 많은 복록을 뜻하는 ‘백록(百祿)’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풍요와 재물운을 불러일으킨다고 해서 녹색 사과 그림이나 노란색 해바라기 그림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전통적으로는 빨간 감색 그림이 많이 사용됐다. 먹는 감은 ‘일거리’를 뜻하는 ‘일감’과 연음이 된다. 중국에서는 ‘감 시(柿)’와 ‘일 사(事)’는 발음이 같아서 ‘감’과 ‘일’을 같은 의미로 본다. 이에 따라 회사나 가게를 운영하는 이에게 발전을 기원하는 선물로 감 그림이 많이 등장한다. 가게는 손님으로 들끓고 회사는 일거리가 많이 생겨 사업이 번창하라는 기원을 담은 선물이다.
과일 그림 가운데 붉은색 석류 그림은 신혼부부 선물용으로 좋다. 석류 주머니에 가득 찬 알 자체가 자손 번창을 의미하는 동시에 빨간색은 불이 활활 타오르듯 풍성한 재물운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풍수 그림을 선택할 때 해석이 애매한 작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림 속 소재의 상징성과 메시지가 모호하면 할수록 기운이 분산됨으로써 비보적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체로 ‘억지스러운’ 해석이 붙은 추상화 계열 작품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그림들은 그림 자체에서 아무런 기감(氣感)이 느껴지지 않는 작품보다 풍수 효과면에서 더 떨어진다고 본다.
오래된 무덤에서 출토되거나 도굴된 그림 혹은 도자기는 사람이 살고 있는 양택(집)에 들이지 않는 게 좋다. 사람이 사는 집은 양기(陽氣)가 충만한 상태여야 하는데, 죽음과 관련 있는 음기류(陰氣類)는 거주자의 건강과 운 등에 해로움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사람의 백골, 귀신, 도깨비 등 음산하거나 오싹한 느낌이 드는 그림도 집 안 풍수 인테리어 소품으로는 적절치 않다.
신적(神的) 메시지를 담은 그림도 삼가는 편이 좋다. 이를테면 호랑이를 그린 그림이다. 호랑이는 전통적으로 산신과 함께 존재하면서 신적 기운을 가진 영물(靈物)로 취급돼왔다. 따라서 호랑이 그림을 집 안에 건다는 것은 집을 산신령을 모신 신당(神堂)으로 바꾸는 행위인 셈이다. 인간 세상은 신계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편이 좋다는 게 옛사람들의 조언이다.
마지막으로 남의 그림을 위조한 위작(僞作)도 좋지 않다. 위작은 작품 속에 위작자의 음험하고도 사악한 기운이 배어 있기 때문에 탁한 기운이 풍겨 나온다. 이런 탁한 기운은 감상자에게 좋은 기운은커녕 운을 깎아먹는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기운생동을 감지해내는 예술 풍수가들은 작품 속 기운의 혼탁(混濁)을 구별함으로써 진짜 그림과 가짜 그림을 찾아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밝고 맑고 양명한 느낌을 주는 그림이 집 안 기운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무우수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승진과 등용을 상징하는 서가도. [안영배 제공]
집들이용 그림 선물은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 집주인이 그곳에서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는 점에서 일종의 심리적 비보물(裨補物)이라고 할 수 있다. ‘비보’는 모자라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풍수적 행위를 가리킨다. 과거에는 일이 술술 잘 풀리라는 뜻으로 두루마리 화장지를 선물하거나, 살림이 부글부글 일어나라는 의미로 세제를 선물하곤 했다. 가을 황금색 들판처럼 풍요와 부귀를 상징하는 쌀도 집들이용 선물로 애용되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생활용품형 비보’는 일회성 혹은 소모성 물건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반면 그림은 실내의 단조로운 벽면을 살려주는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일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비보 기운이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기운이 담긴 그림일수록 비보의 풍수적 효과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림은 집 안 분위기는 물론, 집주인 운까지 달라지게 할 수 있는 특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기운이 담긴 그림은 선물을 주는 이나 받는 사람 모두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중국 당나라 때 시인이자 화가인 왕유(701~761)와 얽힌 에피소드가 유명하다. 후대 송나라 때 대문호인 소동파는 왕유의 시와 그림을 감상하며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畫 畫中有詩)”고 찬탄했다. 소동파는 왕유의 산수화에서 시 한 편에 해당하는 메시지를 찾아냈던 것이다. 흔히 그림을 감상할 때 ‘그림을 읽는다’거나, 그림이 표현하고자 하는 상징을 해석하는 것을 ‘독화법(讀畵法)’이라고 하는 데는 이런 역사적 배경이 깔려 있다.
그림을 보고 문자나 말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림에 메시지(정보)가 담겼다는 뜻이다.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작가의 메시지가 예술적 기법을 통해 그림 속에 온전히 녹아 있는 것이다. 이를 동양화에서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또 작가의 메시지가 감상하는 사람마다 달리 해석되기보다 누구에게나 같은 정보로 인지될수록 그 영향력이 강력하다고 본다.
부귀 기운 담긴 모란
예부터 한국과 중국에서 사랑받아온 모란은 풍수적으로도 부귀를 가져오는 것으로 해석된다. [크라우드픽 제공]
모란은 동양철학적 관점에서 해석해도 흥미롭다. 모란은 오행상 토(土) 기운으로 분류되는데, 붉은색 꽃만 강조할 경우 화(火)로 보기도 한다. 주역 팔괘로는 곤(坤)괘의 기운이며, 8방위로는 남서쪽에 배치된다. 여기서 ‘토’나 ‘곤’은 풍요로운 대지 또는 어머니의 품속 같은 보살핌을 상징한다. 따라서 토와 곤의 기운이 강한 모란은 안정과 균형, 조화로움, 양육의 기운을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런 좋은 기운을 받는 사람은 삶의 경쟁력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 부귀(富貴)를 누리게 된다는 게 풍수 원리다. 또 모란 그림은 집의 중심점을 기준으로 남서쪽 혹은 남쪽 벽에 걸어놓을 경우 방위와 궁합이 맞아서 기운 전달이 잘된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모란 그림은 다른 꽃과 어우러질 경우 새로운 정보를 생성하기도 한다. 모란꽃과 목련, 해당화가 한 그림에 담길 경우 ‘부귀옥당’(富貴玉堂: 귀댁에 부귀가 깃드소서)이라는 메시지가 생성된다. 모란은 ‘부귀’를 의미하고, 목련은 다른 이름인 옥련(玉蓮)과 옥란(玉蘭)의 ‘옥’을 가리키며, 해당화(海棠花)는 가운데 글자인 ‘당’을 차음한 ‘당(堂)’을 뜻하기 때문이다.
모란과 장닭이 그려진 그림은 어떨까. 모란은 앞에서 봤듯이 ‘부귀’를 가리키고, 장닭은 ‘공명(功名)’을 가리키니 곧 부귀공명을 상징한다. 부귀공명은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으며 공을 세워 그 이름을 크게 떨친다”는 뜻이기에 출세에 관심 있는 이들이 꿈꾸는 소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선거 등을 통해 관직에 나가는 선출직 정치인과 공무원 사이에서 모란·장닭 그림이 인기를 끄는 추세라고 한다.
장닭이 공명을 상징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수탉은 한자어로 공계(公鷄)라고 표현한다. 더 나아가 장닭이 “꼬끼오” 하고 우는 것을 공계명(公鷄鳴)이라고 한다. 여기서 장닭의 ‘공(公)’은 공(功)과 발음이 같고, 울 ‘명(鳴)’은 이름 명(名)과 발음이 같다. 이렇게 해서 장닭이 우는 ‘공명(公鳴)’이 공을 세워 이름을 알리는 ‘공명(功名)’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입 벌린 장닭은 공명(功名) 상징
한편 장닭이 단독으로 등장하는 그림을 ‘공명도(功名圖)’라고 하는데, 반드시 닭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어야만 한다. 입을 닫은 장닭은 소리를 내지 못해 공명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꼬끼오” 하는 장닭의 울음소리가 높고도 귀한 지위에 오른다는 뜻의 ‘고귀위(高貴位)’로 들린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선거 캠프에 공명도가 걸린 것을 본 적이 있다. 잘생긴 수탉이 쉴 새 없이 ‘고귀위’를 외쳐대니 당선운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흰 사슴을 그린 백록도(白鹿圖)는 일반인 사이에서 다복(多福)을 누리라는 뜻으로 자주 애용되는 선물용 그림이다. 백록(白鹿)이 온갖 복, 혹은 많은 복록을 뜻하는 ‘백록(百祿)’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풍요와 재물운을 불러일으킨다고 해서 녹색 사과 그림이나 노란색 해바라기 그림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전통적으로는 빨간 감색 그림이 많이 사용됐다. 먹는 감은 ‘일거리’를 뜻하는 ‘일감’과 연음이 된다. 중국에서는 ‘감 시(柿)’와 ‘일 사(事)’는 발음이 같아서 ‘감’과 ‘일’을 같은 의미로 본다. 이에 따라 회사나 가게를 운영하는 이에게 발전을 기원하는 선물로 감 그림이 많이 등장한다. 가게는 손님으로 들끓고 회사는 일거리가 많이 생겨 사업이 번창하라는 기원을 담은 선물이다.
과일 그림 가운데 붉은색 석류 그림은 신혼부부 선물용으로 좋다. 석류 주머니에 가득 찬 알 자체가 자손 번창을 의미하는 동시에 빨간색은 불이 활활 타오르듯 풍성한 재물운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호랑이 그림은 피해야
집 안에 걸어둠으로써 풍요와 행복의 기운을 보강하는 그림이 있다면, 그 반대되는 그림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풍수 인테리어로 집 안에 걸어놓기에 적절하지 않은 예술품으로 다음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무엇보다 풍수 그림을 선택할 때 해석이 애매한 작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림 속 소재의 상징성과 메시지가 모호하면 할수록 기운이 분산됨으로써 비보적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체로 ‘억지스러운’ 해석이 붙은 추상화 계열 작품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그림들은 그림 자체에서 아무런 기감(氣感)이 느껴지지 않는 작품보다 풍수 효과면에서 더 떨어진다고 본다.
오래된 무덤에서 출토되거나 도굴된 그림 혹은 도자기는 사람이 살고 있는 양택(집)에 들이지 않는 게 좋다. 사람이 사는 집은 양기(陽氣)가 충만한 상태여야 하는데, 죽음과 관련 있는 음기류(陰氣類)는 거주자의 건강과 운 등에 해로움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사람의 백골, 귀신, 도깨비 등 음산하거나 오싹한 느낌이 드는 그림도 집 안 풍수 인테리어 소품으로는 적절치 않다.
신적(神的) 메시지를 담은 그림도 삼가는 편이 좋다. 이를테면 호랑이를 그린 그림이다. 호랑이는 전통적으로 산신과 함께 존재하면서 신적 기운을 가진 영물(靈物)로 취급돼왔다. 따라서 호랑이 그림을 집 안에 건다는 것은 집을 산신령을 모신 신당(神堂)으로 바꾸는 행위인 셈이다. 인간 세상은 신계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편이 좋다는 게 옛사람들의 조언이다.
마지막으로 남의 그림을 위조한 위작(僞作)도 좋지 않다. 위작은 작품 속에 위작자의 음험하고도 사악한 기운이 배어 있기 때문에 탁한 기운이 풍겨 나온다. 이런 탁한 기운은 감상자에게 좋은 기운은커녕 운을 깎아먹는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기운생동을 감지해내는 예술 풍수가들은 작품 속 기운의 혼탁(混濁)을 구별함으로써 진짜 그림과 가짜 그림을 찾아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밝고 맑고 양명한 느낌을 주는 그림이 집 안 기운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