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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대표하는 항구도시 함부르크에 근거지를 둔 이 악단은 편의상 ‘NDR(‘북독일방송’의 독일어 약자) 심포니’라 부르기도 한다. NDR 심포니는 방송교향악단이 많기로 유명한 독일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악단이다. 창단연도는 1945년인데 당시에는 ‘북서독일 방송교향악단’이었으나, 60년대 중반 ‘북서독일방송협회’가 함부르크에 본부를 둔 ‘북독일방송협회’와 쾰른에 본부를 둔 ‘서독일방송협회’로 분리되면서 지금과 같은 명칭을 사용하게 됐다.
NDR 심포니는 명지휘자들의 이름과 함께 기억된다. 초대 수석지휘자로 26년간 재임하면서 악단의 기반을 다진 한스 슈미트이세르슈테트를 필두로 클라우스 텐슈테트, 귄터 반트, 존 엘리엇 가드너,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 등이 이 악단을 거쳐간 세계적인 거장의 면면이다. 그중에서도 ‘브루크너 전문가’로 유명했던 귄터 반트(1982~90)는 ‘북독일의 맹주’로서 NDR 심포니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린 일등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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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프로그램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독일의 스타급 여류 바이올리니스트 아라벨라 슈타인바허가 협연자로 나선다)과 말러 교향곡 제1번이다. 평범한 프로그램이라 여길 수도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번에 연주할 말러 교향곡 제1번은 일명 ‘함부르크 버전’(1893)이라 부르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최종판(1899)보다 작품의 최초 형태에 가까운 5악장 구성 판본이다. 당시 말러는 이 곡을 ‘교향곡 형식의 교향시’로 규정하면서 장 파울의 소설에서 따온 ‘거인’이라는 표제를 붙였고, 현재의 4개 악장 외에 ‘블루미네(꽃의 장)’라는 제목의 트럼펫 솔로가 나오는 느린 악장을 두 번째 악장 자리에 배치했다. 조금 미숙한 대신 한결 신선한 이 판본을 들으면서 청년 말러의 ‘생얼’을 대하는 쾌감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