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로’가 최전방에 내세운 무기가 ‘조승우’를 비롯한 주연 배우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조로’는 타이틀 롤이 어떻게 활약해 얼마나 매력을 발산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 작품이다. 그런 만큼 주연 배우가 실력을 십분 발휘하도록 신경 썼다. 첫 공연에서 조승우는 실수 없이 플라멩코 춤을 췄고 매끈하게 노래를 불렀으며 무대 위를 날듯이 뛰어다니면서 검술을 보여줬다. 그리고 능청스러운 개그로 관객을 웃게 했다. 그렇지만 조로라는 캐릭터가 생생한 느낌으로 전달되지 않았다. 조로가 ‘드라마에서’ ‘행동’을 통해 내면을 보여줄 수 있는 플롯(이야기의 짜임새)이 갖춰지지 않은 탓인데, 이는 대본과 연출이 다소 허술해서다. 극 템포를 늘어지게 하는 대사를 줄이고, 주요 인물의 이야기를 강화하면 좋을 것 같다.
‘조로’는 스타 캐스팅만으로 승부를 걸지 않고 예술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앙상블이 민중이나 집시를 연기하다 어느 순간 극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역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그리스 연극의 코러스가 연상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연출 양식에서 통일성이 결여된 측면이 엿보인다. 대사와 행동이 직설적이고 설명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던 장면에 갑자기 앙상블의 상징적이고 고차원적인 퍼포먼스가 끼어드는 부분은 설득력이 부족했다.
‘조로’는 노래보다 대사로 많은 부분을 이끌어가는 연극적 성격을 적잖게 보인다. 이는 극을 노래로 ‘점핑’하며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캐릭터와 이야기의 개연성을 잘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라이선스 뮤지컬이지만 각색이 가능하도록 계약을 맺었다. 실제로 노래를 두어 곡 추가했고, 조명과 의상도 새롭게 만들었다. 운신의 폭이 넓은 만큼 수정, 보완을 통해 완성도를 기할 수 있으리라 본다. 외부 장치를 추가하기보다 드라마 측면에서 좀 더 섬세하게 의미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시청각적인 면과 오락적인 요소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은 장점이다. 배우들의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는 대사와 동작은 말할 것도 없고, 마술을 활용하거나 불을 지피는 장면, 그리고 무대가 일부 와해되는 스펙터클, 와이어를 활용한 검술 장면 같은 볼거리를 비롯해,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반주에 맞춰 흐르는 ‘집시 킹스’의 노래와 플라멩코 춤이 흥겨움을 배가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