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럽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다. 배우 신민아를 보면 그렇다. 환하게 웃을 때마다 ‘쏙’ 들어가는 상큼한 보조개, 애교 섞인 콧소리에 늘씬한 몸매까지 호감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 케이블TV방송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도깨비)의 후속 드라마 ‘내일 그대와’에서도 이런 신민아의 매력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2월 3일 첫 방송된 ‘내일 그대와’는 타임슬립을 통해 시간여행을 하면서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 남녀를 그린 판타지 로맨틱코미디(로코)다. 신민아는 아역배우 출신의 무명 사진작가 송마린 역을 맡았다. 그는 작품 선택 이유에 대해 “시간여행자와의 로맨스가 흥미진진하게 다가왔고, 송마린의 당당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극 중 마린은 어린 시절 “밥 줘유~”라는 명대사를 남긴 아역배우 출신 사진작가 지망생. 일찌감치 연기에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연예계를 은퇴했지만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자신을 ‘밥순이’로 기억하는 사람들 때문에 좌절하곤 한다. 그의 인생이 특별해지기 시작한 것은 모든 게 완벽한 남자 유소준(이제훈 분)이 눈앞에 나타나면서부터다. 소준은 자신이 ‘시간여행자’라는 비밀을 감춘 채 가까운 미래에 자신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마린의 인생에 끼어들기 시작한다. 마린을 향한 소준의 첫 감정은 호기심이지만 마린의 종잡을 수 없는 매력에 서서히 빠져든다. 서울지하철 남영역 사고라는 공통분모까지 더해져 두 사람의 인연은 더욱 끈끈해진다.
이번 드라마에서 신민아는 망가지는 연기도 서슴지 않는다. 극 중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신 뒤 전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침대에서 온몸을 비트는 장면이나, 집 안 곳곳을 정리하면서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는 장면, 엄마와 말다툼하는 장면 등 현실 연기에 능하다. ‘탈골 댄스’처럼 몸을 이용한 코미디도 과하지 않게 소화한다.
만취 연기도 사랑스러워
이제훈은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신민아가 진짜 술을 마신 듯 연기를 무척 잘하더라. 이렇게 예쁜 여배우가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온몸으로 연기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유제원 PD 역시 신민아의 물오른 연기를 칭찬했다. 그는 “신민아 연기가 갈수록 좋아져 연출자로서 무척 욕심나는 배우다.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다”며 신민아를 치켜세웠다.극 중 마린과 실제 신민아는 많은 부분이 닮았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시작했다는 점, 그로 인해 상처도 많이 받았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기에 신민아는 이번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연기자가 겪는 슬럼프와 상처 등을 나 역시 겪었다. 처음부터 송마린 캐릭터가 낯설게 다가오지 않았고, 대본을 읽으면서 마린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1998년 열네 살 어린 나이에 잡지 모델로 데뷔한 신민아는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2001), 영화 ‘화산고’(2001)와 ‘마들렌’(2003), 드라마 ‘이 죽일 놈의 사랑’(2005), 영화 ‘키친’(2009) 등에 출연하면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건강하고 통통 튀는 이미지로 각종 CF를 섭렵했다. 연기력 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평가를 받아온 게 사실이지만 2010년 이승기와 함께 출연한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로 연기 호평을 받은 뒤 ‘아랑 사또전’(2012), ‘오 마이 비너스’(2015) 등을 통해 연기력이 더 좋아졌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대박 난 드라마가 없다는 것이 흠이다. 그래서 이번 드라마로 그가 ‘로코 퀸’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신민아가 지금까지 맡은 역할이 어울리지 않는 옷 같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첫 회부터 과감하게 망가지면서 내면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의 연기력 면에서는 전혀 불만이 없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연 배우들의 열연이 시청자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 전작 ‘도깨비’가 케이블TV방송 역사상 최고 시청률(20%)을 기록했다는 점 역시 부담으로 작용한다. tvN은 ‘내일 그대와’ 첫 방송 직전 ‘도깨비 소환 스페셜’ 1·2부를 방영해 시청자 이탈을 막고자 했지만 그 효과가 오래가진 못했다. 첫 회 시청률은 3.9%로 무난하게 출발한 반면, 4회(2월 11일 기준)에서는 2%대까지 떨어졌다.
식상해진 타임슬립 소재
‘사전제작’ 드라마라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보통 드라마는 시청자 반응을 보며 내용이나 촬영 기법을 바꾸는데 ‘내일 그대와’는 촬영이 다 끝난 상태이다 보니 주변 상황을 고려할 여지가 없다. 정 평론가는 “사전제작 드라마는 완성도가 높긴 하지만 제작 후 시청자의 정서를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시청률 관리가 좀 더 어렵다. 특히 정치 이슈로 떠들썩한 요즘 같은 때에는 마음 급한 시청자에게 느린 전개가 인기를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극 중 소준이 미래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여행자로 나오는 타임슬립 소재도 다소 식상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푸른 바다의 전설’ ‘도깨비’ ‘시그널’ ‘사임당 빛의 일기’ 등 최근에 방송됐거나 방송 중인 드라마가 대부분 타임슬립 소재를 차용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타임슬립이 마치 출생의 비밀이나 기억상실처럼 시청률 담보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타임슬립 장치에 시청자가 쉽게 피로감을 느낄 개연성도 높다. 미래 혹은 과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따라가면서 극의 흐름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일 그대와’는 아직까지 로코와 판타지 중 어느 쪽에도 집중하지 못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한 문화평론가는 “신민아와 이제훈 등 로맨틱에 최적화된 배우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멜로 부분을 더욱 부각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단하긴 이르다. 로맨스는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4회에서 소준은 자신의 죽음과 관련돼 열쇠를 쥐고 있는 마린과 결혼했다. 따라서 신혼부부가 된 이들의 러브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극의 재미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극 중 송마린에 대해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가운데 가장 평범하고 지극히 현실적”이라고 평하는 신민아의 말처럼 누구나 꿈꿀 수 있는 보편적 로맨스를 그만의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풀어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