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8

..

한옥마을 골목길 발길 붙잡는 예술의 향기

  • 호경윤 월간 아트인컬처 수석기자 www.sayho.org

    입력2007-10-24 17:4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옥마을 골목길 발길 붙잡는 예술의 향기

    중국 작가 차오페이의 작품 ‘i Mirror’.

    ‘개발’이라면 앞뒤 안 가리는 서울에서 북촌은 어렵게 전통 한옥의 정취를 지켜나가는 곳이다. 북촌은 안국동과 삼청동 일대를 이른다. 언젠가부터 이곳은 젊은 연인과 대학생들로 북적거린다(필자처럼 실제 이곳에 사는 주민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주말에 이곳을 찾는 이유는 과거를 느끼고 싶어서일 것이다. 힘겨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과거의 향수는 기분전환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북촌에는 한옥뿐 아니라 미술관과 갤러리도 즐비하다. 요즘 이곳에 ‘플랫폼_서울’이라는 미술축제가 열리고 있다. 20여 개에 이르는 전시장에서 미술 전시를 중심으로 학술 심포지엄, 필름 상영회, 작가와의 대화 등이 동시다발로 펼쳐지고 있다.

    그렇다고 ‘하이서울페스티벌’ 같은 떠들썩한 축제를 기대하지는 말기 바란다. 저마다 전시장에서 조용히 전시를 열 뿐이다. 축제다운 것이라고는 거리 곳곳에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와 현수막, 관객들이 엽서를 써서 보낼 수 있는 특별 우편함이 놓인 게 고작이다. 또 하나 있다면 매주 목, 금, 토요일에 전시장들이 밤 9시까지 연장 개관해 늦은 시간에도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점 정도다.

    이번 축제의 백미는 아트선재센터와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Tomorrow’전이다. 메인 전시인 만큼 규모가 꽤 크다.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이었던 큐레이터 김선정과 뉴욕 워커아트센터 큐레이터 데이비드 로스가 공동 기획해 세계적으로 ‘잘나간다’는 작가들의 최근 작품을 서울로 공수해왔다.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국 작가 양혜규의 ‘내일을 위한 휴일’ 프로젝트는 추석 연휴 동안 닫혀 있던 상점들을 찍은 영상물과 조각, 선풍기, 블라인드 등의 재료를 사용해 휴일이라는 주제를 잘 보여준다. 월 페인팅 형식으로 펼쳐지는 얀 크리스텐슨의 연작 ‘Tomorrow Never Comes’는 이번 전시 주제어인 ‘내일’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은 작품이고, 장영혜중공업의 ‘MAGISTER DIXIT’는 비관적인 미래관을 반영한 작업이다. 전시 제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보이는 작품은 일단 이 정도다.



    주제와 어떤 의미로 부합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흥미로워 보이는 작품을 좀더 고른다면 일본 작가 시마부쿠가 아트선재센터 옥상에서 일출을 보며 한국인들과 갈치 요리를 해먹는 과정을 기록한 작품 ‘Sunrise at Mt. Artsonje’가 먼저 눈에 띈다. 피에르 위그가 2005년 2월 미술가 친구들과 남극을 여행하고 돌아와, 같은 해 10월 뉴욕 센트럴파크에 자리한 스케이트장을 남극 풍경으로 변형한 뒤 여행을 뮤지컬로 재현한 비디오 작품 ‘A Journey That Wasn’t’도 볼만하다.

    그런데 기획자는 왜 제목을 ‘내일’이라고 지었을까? ‘Tomorrow’전은 사실 내일에 대한 전시가 아니다. ‘오늘 아침밥을 갈치요리로 해먹었다’ ‘어제 친구들과 남극에 다녀왔다’ 등 작품들에 등장하는 시제는 현재-과거-미래가 들쑥날쑥이다.

    “영원한 오늘과 내일은 없다. 다만 기나긴 어제가 남을 뿐이다. 하지만 무한의 시간 속에서 영원한 어제와 오늘도 없다. 끝도 없이 길게 우리를 기다리는 내일이 있을 뿐이다”라는 기획자의 말처럼 삶의 시계는 뒤죽박죽 꼬여 있다. 단지 예술가들의 눈에는 지금 이 순간이 괴롭고, 눈앞에 펼쳐진 세상이 도통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전시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