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처럼 강한 느낌의 소재와 형태에 조선시대 ‘미인도’를 붙인 ‘우먼 인사이드(김민자 서울대 교수)’.
한국 전통의 미 소개 ‘큰 의미’
또 다른 홍콩 영문일간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이번 전시가 몸을 재해석하기 위해 옷을 이용하는 최첨단의, 컨템포러리한 작가들의 작업을 보여준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2004 패션아트 프롬 코리아’전은 전국 대학의 의상학 관련학과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사)한국패션문화협회(FCA)가 1996년부터 한국 패션 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해마다 외국에서 열고 있는 전시로 올해는 아시아 퓨전 문화의 중심지인 홍콩에서 열렸다. FCA 회장인 김민자 교수(서울대 의류학과)는 “전시장소 때문에 애를 먹었는데 뜻밖에 홍콩디자인센터가 공동주최 형식으로 장소를 내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이곳은 대중적 흥행이나 성공을 보장받지 못하면 받아들여지지 않는 곳인데, 한류 열풍 덕분인지 한국의 패션을 소개한다는 전시 기획에 선뜻 마음이 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전통 패턴과 디테일을 미래적 감각으로 표현한 ‘모던타임즈’(이인성 이화여대 교수).
김민자 교수는 “물과 불, 땅과 나무, 쇠 등에서 얻은 다섯 가지 한국의 오방색과 전통적인 소재에서 영감을 얻어 옷을 컨템포러리한 미술과 패션으로 해석해내는 재능이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의 힘”이라고 소개하면서 “한국 패션아트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홍콩에서 전시를 열게 되었으며 큰 관심과 환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패션아트는 옷을 인체의 연장된 기관으로 보고, 인체를 해체하고 재구성해 일종의 새로운 몸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패션아트는 일상적으로 입기 힘든 옷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흔히 TV에서 보는 패션쇼의 실험적인 디자인들과 비슷한 점이 있다.
한국의 전통 창살 문양을 단청의 푸른색으로 표현한 ‘이창’(최현숙 동덕여대 교수).
다양한 소재에 “신선하다” 반응
1999년 우리나라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아트&아트웨어’전은 우리나라에서 아트웨어의 개념을 널리 보여준 대형 기획전이기도 했다. 따라서 패션아트는 한 작가의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정신의 표현이긴 하지만, 옷을 만든다는 장르의 속성상 상업적인 디자이너들에게 현실적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아르마니가 ‘모마’(MOMA•뉴욕현대미술관)에 초대되고, 예술의 경계가 무너져버린 현실에서 굳이 패션이 예술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패션계 내부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이러한 자기 고민에 대한 발전된 대답으로 보인다.
한복 디자인에 오리털을 넣어 부피감을 살린 ‘Sweet Feeling(이수진 동덕여대 교수)’.
홍콩의 공중파 방송 리포터인 왕유엔키씨는 전시를 보고 “소재가 매우 특이하다. 한국 문화의 강력한 힘이 이러한 대담한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은 “한국 문화의 특징을 대량생산, 대량소비로 인식해왔는데 이번 전시에서 자유로움과 깊이를 함께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시에 참여한 최현숙 교수(동덕여대)는 “한국 패션의 역동성과 에너지를 보여줌으로써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패션 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높은 습도와 더위로 악명 높은 홍콩의 한여름 속에 많은 패션 피플들을 끌어 모은 이번 전시의 성과는 ‘패션아트 프롬 코리아’라는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모두 대학 의상 관련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패션아트 프롬 코리아’ 참여 작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