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각에서는 이들을 사면복권하기 위한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관측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정치권 일각에서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가 구시대의 ‘관행’이었던 만큼 여야가 언젠가는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어왔다. 그러나 이 자리에 배석했던 율사 출신의 우리당 법률 부대표 우윤근 의원은 “천대표가 원내대표 당선 이후 인사와 함께 위로 차원에서 방문을 계획했다가 두 차례나 연기된 끝에 실행에 옮겨졌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천대표가 이날 만난 인사들은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비롯해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 김영일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송영진 전 우리당 의원, 서정우 변호사, 박광태 광주시장, 여택수 전 대통령제1부속실 행정관 등 13명이다.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마침 형 집행정지로 병원에 입원하고 있어 만나지 못했다.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된 이날 면회에서 천대표는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고 우의원은 전했다. 이날 면회한 인사 가운데 가장 길게 자신의 얘기를 한 사람은 권노갑 전 고문이었다. 권 전 고문은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우의원의 질문에 영어교사 출신답게 “영어사전을 옆에 두고 클린턴 자서전을 읽고 있다”고 답했다는 것. 권 전 고문은 이어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거론하면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고 한다. 박광태 시장과 박주선 전 의원, 이훈평 전 의원 역시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근 자신을 면회한 인사들에게 여권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진 정대철 전 대표는 이날 면회에서는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개혁을 위해 우리가 희생된 만큼 앞으로 잘 좀 해달라”고 당부하면서도 “몸무게가 13kg이나 줄 정도로 힘들다”고 하소연했다는 것.
이들 가운데 자신의 수감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인사는 서정우 변호사와 안희정 전 노무현 후보 정무팀장이었다고 한다. 서변호사는 법조인으로서 착잡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안 전 팀장은 “나는 나이가 젊고 건강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이 든 선배 정치인들이나 잘 돌봐달라”고 오히려 천대표에게 당부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