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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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선 쫓아 바닷길 삼만리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3-12-12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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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적선 쫓아 바닷길 삼만리
    피터 위어 감독의 ‘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Master and Commander)는 나폴레옹전쟁 당시 영국 해군 함정 함장이던 잭 오브리와 그의 친구이자 선상의사였던 스티븐 마투린 박사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의 10번째 소설인 ‘The Far Side of the World’를 각색, 영화화한 작품이다. 각색물이기는 하지만 소설을 충실하게 영화로 옮긴 건 아니라는 걸 먼저 밝혀두어야겠다. 소설과 영화의 가장 ‘노골적인’ 차이점은 적국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원작에서 잭 오브리의 상대는 미국 함정이지만 영화에서는 프랑스 함정이다. 감독은 몇 가지 변명을 마련해두고 있지만 진짜 이유는 미국 관객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

    영화는 잭 오브리가 함장으로 있는 서프라이즈호가 프랑스 정부의 묵인하에 해적질을 일삼는 민간 선박인 아케론호를 나포하라는 명령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브라질 인근 바다에서 아케론호와 정면대결하다 선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서프라이즈호는 다시 한번 아케론호와 대적하기 위해 남아메리카에서부터 갈라파고스 제도까지 아케론호를 쫓으며 오랜 추격전을 벌인다.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공룡과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현대 블록버스터에 익숙해진 관객들의 입맛에 맞춘 자극적인 영화가 아니다. 반대로 영화는 느릿느릿 움직이며 아주 제한적으로만 액션적 장치를 사용한다. 영화가 정말로 다루고 있는 것은 그런 추적과정이 아니라 추적과정 중에 서프라이즈호라는 작은 ‘나무 세계’가 어떤 갈등과 대립에 직면하게 되는가, 그리고 잭 오브리와 스티븐 마투린, 두 인물이 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며 리더십과 우정을 유지하는가다.

    유감스럽게도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주제의 깊이를 유지할 만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던 듯하다. 영화는 나폴레옹전쟁 당시의 복잡 미묘한 정치적 상황이나 그에 따른 인간적인 고뇌를 의도했던 것만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느리고 여유 있는 흐름 속에서 예스러운 해양모험담의 아취를 감상하고 싶은 관객들에게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여전히 좋은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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