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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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구급대 응급의사 ‘전화진료’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3-12-12 11: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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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 구급대 응급의사  ‘전화진료’
    “순간접착제를 사용하다 실수로 양 손가락이 붙어버렸어요. 도저히 안 떨어지는데 어떡하죠?”

    “무리하게 떼려고 하면 살점까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일단 그대로 두세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떨어지니까요.”

    위급한 상황에서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것만큼 힘이 되는 것이 또 있을까. 시민들이 의료 문제로 119에 전화를 걸면 친절히 자문해주는 이 ‘척척박사’는 서울종합방재센터 의료지도팀의 박해상씨(32)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박씨는 119 구급대에 배치된 첫 의사. 그는 서울시내 21개 소방서에서 처리하는 모든 응급의료의 최종 자문을 맡고 있다.

    “119 구급대원들은 모두 응급구조사 자격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에요. 하지만 좀더 깊이 있는 지식이 필요한 순간에 의사가 없다는 것이 항상 한계로 지적됐죠. 구급대원들을 재교육하고 응급구조 매뉴얼을 작성하는 것도 의사가 해야 할 일이고요.”

    그래서 지금 박씨는 전천후로 활동한다.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소방헬기나 구급차를 타고 현장에 직접 출동할 뿐 아니라, 평소에는 종합상황실로 걸려오는 의료 문의에 답하고 응급구조 매뉴얼을 만들기도 한다. 내년 1월부터는 119에 3인의 전문의가 추가로 배치돼 그의 짐이 조금 덜어질 전망이다. “많이 바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죠. 특히 시민들이 동전을 삼키거나 화상을 입어 당황해 전화했다가 저와 통화하고 안정을 되찾는 걸 보면 참 기뻐요.”



    박씨는 아직도 119는 ‘불 끄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시민이 많은 점을 안타까워했다. 화재뿐 아니라 모든 응급의료 상황에서 시민들이 가장 빠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119라는 것. 그는 세계적으로 살펴봐도 우리 119만큼 전문적인 장비를 갖추고 무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찾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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