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무성교수(49·고려대 경상대 행정학과)는 이렇게 마흔둘의 나이에 암과 만났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95년 안식년을 얻어 미국으로 건너간 조교수는 일리노이대학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암예방연합 초빙 연구원으로 암 정책을 연구했다. 이렇게 6년에 걸쳐 죽음과 싸우며, 그는 건강한 신체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 그 자체를 돌려받았다. 자신의 투병기와 그 과정에서 습득한 암에 대한 지식들을 총 망라해놓은 책이 ‘암과 싸우는 10가지 방법’(예영커뮤니케이션 펴냄)이다.
투병생활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암에 대한 시각이다.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온 암이 삶의 전환점이요, 반성의 거울이며, 엄격한 선생이 될 수도 있다는 지혜를 얻게 됐다. 그것을 조교수는 ‘철드는 삶’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암을 통해 나의 고통과 이웃의 고통을 밑바닥에서부터 생각하게 됐다. 잘 산다는 게 무엇이며 잘 죽는다는 게 무엇인가.” 이 책에서 그는 경건 정신 영양 운동 휴식 의술 예술 청결 관광 봉사 등 10개 분야에 대해 각각 10가지 수칙을 제시했다. 그러나 여기에 암을 극복하는 굉장한 비밀이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그가 제시하는 수칙이라야 항상 감사하게 먹고, 무리하지 않고 체력에 맞는 운동을 하며, 하루에 한번 노래하고 춤추고 그림을 그려보라는 정도다.
그보다는 매년 한국에서 5만여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10만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한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조교수는 말한다. 사회는 이들이 쓸데없는 치료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도와줄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또 국가가 정책적으로 암퇴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