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하렐이 바이올린계의 악동 나이젤 케네디와 듀오 음반(EMI)을 낸 것은 신기한 일도 아니다. 그는 평소에도 브롬프만, 카니노, 코바세비치, 아시케나지, 펄만 등 여러 아티스트들과 자주 연주했다. 이제 바이올린의 악동 케네디와 유쾌한 아저씨 하렐이 만났을 뿐이다.
라벨의 소나타와 코다이의 이중주, 헨델 파사칼리아, 바흐 2성 인벤션으로 이어지는 레퍼토리는 매우 까다로운 음악적 어법을 갖춘 곡이지만 두 사람이 너무나 쉽게 풀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만큼 호흡이 잘 맞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진지함이 부족하지도 않다. 평소 두 사람의 연주에서 기대하기 어려웠던 차분함과 담백함이 돋보이는 음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