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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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처럼 살아 볼까나

  • 김정희 기자 yhong@donga.com

    입력2007-03-15 14: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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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도록 간직할 기쁨들을 숲으로부터 빚진 이가 숲에게.’

    어니스트 톰슨 시튼의 소설 ‘작은 인디언의 숲’(Two Little Savages)에는 이와 같이 숲에 바치는, 존경과 사랑이 어린 헌사가 적혀 있다. ‘작은…’은 우리에게 ‘시튼의 동물기’(원제 ‘내가 아는 야생동물·Wild Animals I Have Known)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시튼의 어린 시절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자전적 소설. 이 책에는 유년기의 시튼이 숲으로부터 얼마나 큰 배움의 즐거움과 마음의 위안을, 그리고 흥미진진한 모험을 제공받을 수 있었는지가 생생히 그려져 있다.

    소설의 주인공 ‘얀’은 스코틀랜드 이민 집안에서 태어난 12세짜리 소년이다. 얀은 엄격한 기독교 교육을 강요하는 부모보다는 풍요로운 대자연에서 해방감과 ‘앎에 대한 욕구충족’을 만끽한다. 그에게 새로운 동물과 꽃과 풀을 발견하고, 그 특질을 메모-스케치하는 작업은 더없는 즐거움이었다.

    특히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인디언의 생활방식은 얀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의 형태. 얀은 친구들과 더불어 직접 티피(인디언이 거주하는 텐트)를 만들고 숲속에서 야영생활을 하며 ‘인디언처럼 살기’를 경험해본다. 야호! 그것은 정말이지 환상적인 체험이다. 소년들은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 방향을 찾는 방법, 동물을 박제하는 법 등을 배우고 직접 말가죽을 벗겨내 무두질을 해서 모카신(인디언들의 가죽신발)을 만들어 신기도 한다. ‘백인들이 만든 문명의 이기’는 철저히 거부한, 자연 그대로의 삶을 소년들은 시도한다. 그리고 이같은 천진한 동심과 모험심은 어른들의 얼었던 가슴까지 녹여줘, 오해로 인해 오랜 세월 해묵은 갈등을 겪었던 어른들 사이를 화해시켜 주기도 한다.



    이 책은 상상의 나라에서 현실의 나라로 발을 들이기 직전의 10대 소년들이 지닐 수 있는 상상력과 모험심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물론 이야기의 배경이 19세기 말의 캐나다를 무대로 삼고 있는 만큼 책에 담긴 자연생태학적 지식과 놀이문화는 철저히 ‘북아메리카적’이다. 때문에 독자에 따라서는 지나칠 정도로 자세히 서술돼 있는 인디언 문화나 야영생활의 노하우(이 책에는 부엉이를 박제하는 과정이 무려 7쪽에 걸쳐 삽화와 함께 자세히 소개돼 있다)에 대한 언급 부분에서 공감을 찾기 어려울지도 모르며, 심지어 지루하다고까지 느끼면서 이런 부분들을 겅중겅중 뛰어넘어가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아주 꼼꼼하고 면밀한 관찰을 통해 쓰인 훌륭한 박물기(博物記)이며,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깨우쳐주는 책이라는 점만큼은 읽는 이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또한 저자가 직접 그린 수백컷의 섬세한 동식물 스케치와 완성도 높은 삽화는 책읽는 재미를 배가시켜 줄 터이다.

    10세 이상의, 어느 정도 책읽기의 지구력을 갖춘 아이들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어느 연령대의 독자가 읽어도 자기 눈높이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책이다. 어린 시절을 ‘악동’으로서 보낸 어른들이라면 추억을 되살려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고, 동물이라곤 애완용 강아지나 비온 뒤 어쩌다 나타난 지렁이만 접해본 ‘아스팔트 키드들’에게는 색다른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이미 이 책은 서구의 부모들이 자녀의 침대 머리맡에서 읽어주는 ‘베드사이드 스토리’로 100년째 사랑받아온 책이기도 하다.

    시튼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두레 펴냄/ 456쪽/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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