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유스’는 죽음을 앞둔 두 노장 예술가의 이 휴가를 다룬다. 소렌티노의 영화는 스토리 중심의 일반적인 영화와 매우 다르다. 소위 ‘에세이 필름’인데, 마치 필름으로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8과 1/2’(1963)을 떠올리면 되겠다. 이야기보다 주관적인 생각이 더 강조돼 있다. 이런 형식의 영화로 대중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 할리우드 스타 숀 펜을 캐스팅한 소렌티노의 전작 ‘아버지를 위한 노래’(2011)도 큰 호응을 받지는 못했다(특히 한국에서 그랬다). 그런데 여전히 자기 스타일을 고수한 ‘그레이트 뷰티’(2013)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소렌티노는 자기만의 형식을 가진 ‘아티스트’로 수용됐다. 그는 수상을 계기로 자기 스타일을 더 밀어붙일 발판을 마련했고, 영화 ‘유스’는 그 결과물이다.

‘청춘’의 의미는 역설에 있다. 육체적 노화와 정신적 청춘은 별 관계없다는 강조법이다. ‘유스’에 따르면, ‘두려움에의 도전’이 가장 찬양받는 청춘의 미덕이다. 이것은 극 중 할리우드 스타 역을 맡은 폴 다노의 대사를 통해 강조됐다. 프레드가 은퇴를 결심한 이유도 세상의 기대에 더는 부응하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 때문일 테다. 프레드는 새장 속에 안전하게 보호된 새를 자주 바라본다. 그 새는 안전할지 몰라도, 날지 않는다면 이미 새가 아닐 것이다.
‘유스’의 마지막 장면은 프레드가 그런 두려움을 뚫고 관객 앞에 다시 서는 순간이다. 프레드의 대표곡 ‘심플 송(Simple Song)’이 소프라노 조수미의 목소리에 의해 새처럼 멀리 날아갈 때 극장 안 모든 사람은 ‘청춘’에 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