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명왕성에 고립된 지구 탐사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X’도 그런 X의 이미지와 일맥상통한다. 인류의 새로운 생활 터전을 찾으러 명왕성에 도착한 대원들은 임무를 마쳤으나 귀환 우주선이 오지 않는다. 지구와 송신마저 끊기자 대원들은 기지에서 일상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마음은 늘 불안하다. 시간만 유유히 흐르고 감각마저 희미해진 그들은 깜깜한 어둠 속 우주에서 강렬한 무언가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시간이 멈추자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이들도 무질서하게 혼돈된 환각 속으로 빠져든다. 연출자 최용훈은 ‘일그러진 시간과 퍼즐을 맞춰나가면서 과연 우리는 인간으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관객에 냉철하게 묻는다.
20세기 초 우주과학자들은 새로운 행성으로 추정되는 미지의 행성을 ‘행성 X’로 명명했다. 로마신화에 나오는 ‘저승의 신’ 플루토의 이름을 가진 행성 X, 즉 명왕성은 지구와 59억km 떨어져 있다. 인간이 걸어서 간다면 14억7500만 시간이 걸린다. 2006년 새로운 행성분류법을 정립한 국제천문연맹(IAU)은 태양계 9번째 행성이라는 명왕성의 지위를 박탈하고 명왕성을 왜소행성으로 분류했다. 태양계 막내행성을 꼬마소행성으로 강등하고 ‘134340 플루토’로 명명했다. 그런 명왕성을 작품의 주 무대로 설정한 것은 세상에서 멀리 내쳐져 잊힌 인간이라는 인상을 불어넣으려 함이 아니었을까.
연극 ‘X’는 ‘영국 연극의 미래’로 불리는 앨리스터 맥다월(31)의 희곡으로, 우리나라에선 초연작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는 국내 신작 무용 4개 작품과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 연극 4개 작품 등 초연작 총 8개 작품으로 구성된 ‘베스트 앤드 퍼스트(Best & First)’ 사업을 올해 처음 시행했다. 연극 ‘X’는 이 사업의 세 번째 연극. 해외에서 좋은 평을 받은 작품을 국내 연출가의 독특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초연하는 시도는 참신하지만, 말 많고 탈 많은 문예위가 공연을 자체 기획하는 것은 개운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