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에 9월 문을 연 시몬스 테라스. 유럽풍의 건물 두 동에 갤러리와 박물관, 카페 등이 들어서 있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모토로 삼은 침대회사 시몬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특급 호텔의 침대는 이곳 제품인 경우가 많다. 매트리스에 코끼리나 고릴라를 올려놓고 찍은 광고, 볼링공을 떨어뜨려도 볼링핀이 쓰러지지 않는 장면과 함께 포켓 스프링 기술을 강조한 광고, 아버지가 딸과 침대에 앉아 있는데 천장에 숨어 있던 남자 친구가 침대로 떨어졌지만 매트리스가 흔들리지 않아 눈치 채지 못했다는 식의 위트 있는 광고로도 유명하다.
올해는 시몬스 크리에이티브 그룹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가 연출한 스타일리시한 미장센이 돋보이는 영상으로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 피곤함에 지쳐 푹신한 침대에 철퍼덕 눕는 남자가 바로 톱모델 숀 오프리다. 광고에 쓰인 제품은 바덴의 코냑과 뷰티레스트의 엘리너. 시몬스의 케노샤 홈 컬렉션 베네딕트 스티치 침구도 촬영에 쓰였다. 참고로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는 에이스침대의 광고 문구니 착각은 금물.
내게 맞는 매트리스 찾기
대진침대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돼 전국적인 수거 명령이 떨어졌을 때도 시몬스는 자사 제품은 라돈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한 바 있다. 공장을 일반에 오픈한 것도 그런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팩토리움 투어 예약은 시몬스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테라스 2층에 자리한 브랜드 뮤지엄 ‘헤리티지 앨리’를 전문 도슨트와 20여 분에 걸쳐 살펴볼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은 운영시간에 맞춰 현장에서 참여하면 된다.
시몬스의 심장부를 탐험하고자 9월 11일 오후 이천으로 향했다.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인기 측정의 리트머스지와도 같은 ‘맘카페’에서는 이미 이천 아웃렛을 오가며 들르기 좋은 곳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시몬스 테라스’ 이정표를 지나자 유럽풍의 벽돌 건물 두 동이 눈에 들어왔다. 근처에 있는 이천 테르메덴에서 가족 나들이를 하고 이곳에 들르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 매장 관계자의 설명. 기자가 간 날에도 커플과 가족 단위로 테라스를 둘러보고 1, 2층에 있는 이코복스커피에서 평일 오후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기자는 귀가 예민한 편이라 ‘굿잠’을 위해 시도해보지 않은 게 없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나 수면 안대를 착용한 채 자기도 하고, 수면 무드등도 샀다. 라벤더 티가 숙면에 좋다기에 자기 전 따끈하게 끓여서 마시기도 하고, 숙면에 도움이 되는 향을 담은 향낭과 석고 방향제를 머리맡에 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베개는 모양별로 네 개는 새로 산 것 같다. 일단 잠이 들면 알람 10개가 울려도 일어나지 않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침대 매트리스. 사무실 책상 다음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니. 이왕 멀리까지 취재 온 김에 내게 맞는 매트리스도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1층 카페에서 ‘재즈 아메리카노’와 ‘레드벨벳 케이크’를 주문해 점심을 갈음하고 본격적으로 탐험을 시작했다. 몇몇 커플이 형광 종이를 손에 쥐고 건물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건물 곳곳에 ‘좋은 수면은 취향이 반영된 삶(GOOD SLEEP = GOOD LIFE)’이라는 문구와 함께 수면에 도움이 되는 정보가 담긴 안내문이 비치돼 있었다. 기자도 숙면에 좋은 식물과 지압 방법, 여행 가서 꿀잠 자는 방법이 쓰인 종이를 챙겨 불면증에 시달리는 후배에게 줄 생각으로 가방에 넣었다.
전시 보고 산책하며 힐링
라운지에서 10월 말까지 열리는 프랑스 비주얼 아티스트 장 줄리앙의 전시.
시몬스 테라스 입구에 위치한 ‘팜 가든’에는 수면에 좋은 농작물과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여기서 재배한 작물을 제품으로 활용하는지 물었는데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그 대신 가든에 앉아 광합성을 하고 있자니 은은한 풀향기가 느껴졌다. 나중에는 가든에서 키운 식물로 시몬스 블렌딩 티를 만들어 팔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기자기한 정원과 채소밭이 꾸려져 있어 방해 받지 않고 광합성을 즐기기에 좋겠구나 싶었다.
헤리티지 앨리에서는 시몬스의 오랜 역사가 담긴 침구와 소품, 광고와 잡지 등을 만날 수 있다. 무료로 도슨트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먼저 라운지는 시몬스의 외적·문화적 콘텐츠를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시몬스는 기획 전시와 이벤트, 전 세계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을 계획하고 있다. 10월 31일까지는 프랑스 비주얼 아티스트 장 줄리앙의 ‘장 줄리앙 : 꿈꾸는 남자’ 전시가 열린다. 전시장에서 작가의 작품과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관련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면 즉석에서 프린트된 사진을 받을 수 있다. 작품이 창문과 엘리베이터 문, 벽면 등 곳곳에 그려져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전시가 끝나면 작품을 자선 경매로 판매해 수익금을 지역사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라운지를 둘러보는 동안 시몬스 뮤직 디렉터 ‘대니 애런즈&진보’가 제작한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헤리티지 앨리에는 시몬스 창업자 젤몬 시몬스의 침대 공방인 아틀리에와 젤몬 시몬스 2세의 슬립 리서치 연구센터를 재현해놓았다.
흰 가운을 입은 슬립 마스터들이 방문객의 수면 패턴을 파악하고 최적의 매트리스를 추천해주는 매트리스 랩.
꿀잠의 모든 것
건물 곳곳에 숙면을 돕는 팁을 적어놓은 정보지가 비치돼 있어 누구나 가져갈 수 있다.
시몬스 매트리스의 특장점인 포켓 스프링. 롤링 시험기가 매트리스 위에서 작동 중이다. 시몬스 테라스에서는 침구류 외에도 숙면에 도움이 되는 향낭, 차 등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왼쪽부터).
아쉬웠던 건 ‘호텔’. 다른 건 아니고 잘 수 없는 공간이어서 아쉬웠다. 1960~70년대 미국 레트로 컬처 유행기를 주제로 한 쇼룸이다. 최상위 모델인 ‘뷰티레스트 블랙(Beautyrest BLACK)’ 컬렉션의 전 제품 전시와 소재를 체험할 수 있다. 매트리스와 프레임 조합에 따라 700만~2000만 원대를 호가한다. 또한 오크 원목이 어우러진 프렌치 감성의 티시(Tisci) 프레임은 라지 킹 사이즈 기준 481만 원으로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혹시 정말 호텔로 운영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매장 관계자가 당황한 걸로 봐서 일단 쇼룸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총 감상평. ‘침대’ 하나만으로도 이 정도 공간을 꾸릴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리고 생각보다 재밌었다. 카페만 잠깐 들렀다 가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볼거리가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어디서 보기 힘든 다양한 과거 광고와 잡지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운전하느라 몸이 지쳤다면 고급 매트리스에 누워보며 자신에게 딱 맞는 제품을 찾는 것도 좋겠다. 지름신이 오면 바로 살 수 있는지 매장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주문하면 평균 열흘 이내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직접 배송과 설치까지 해준다”고 대답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사고 싶던 매트리스가 꽤 고가여서 그런 건 아니다. 아직 바꿀 때가 되지 않았을 뿐. 정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