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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 백과 접이식 자전거를 한 방에 마련하기
1000만 원 상당의 제품을 몰아주는 제1회 G9 트렌드트럭에 담기는 상품들. [사진 제공 · G9]
20대 여성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그리고 화면을 가득 메운 택배 상자더미.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이것도 저것도 다 사고 싶다’는 열망이 현실이 된 순간이다.
트렌드 라이프 쇼핑사이트 G9(www.g9.co.kr)가 9월 7일 공개한 34초짜리 영상이 ‘대박’을 냈다. ‘1000만 원짜리 택배, G9 트렌드트럭’(트렌드트럭) 이벤트를 홍보하는 이 영상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100만 회 이상 조회됐다. 7일부터 열흘간 이어진 이벤트에 응모한 인원은 11만7000여 명. 2013년 서비스를 개시한 G9 이벤트 사상 최다 응모다. ‘당첨되면 레드카펫 깔아놓고 맞이할게요’ ‘만약 당첨되면 제주로도 트럭이 오나요?’ 등 댓글도 2만6000여 개 달렸다.
[사진 제공 · G9]
# 수요일 점심은 12시 15분 전 끝내도록
소셜커머스 티몬이 매주 진행하는 ‘몬스터퀴즈쇼’.
소셜커머스 티몬은 5월 ‘몬스터 퀴즈쇼’를 개시했다.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 때 퀴즈쇼를 열고 우승자에게 100만 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우승자가 없으면 다음 주로 상금이 이월된다. 일정 금액 이상을 모아야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는 여타 퀴즈 앱과 달리, 몇백 원의 소액이라도 티몬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티몬 측이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고 있음에도 고객 반응은 점점 달아오르는 중이다. 초기 1000명 미만이던 참여자가 8월 1만 명 이상으로 늘었고, 출제된 문제의 키워드가 대형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가기도 했다. 상금 액수가 가장 높았던 날은 6월 26일로 15명의 우승자가 13만3333원씩 받았다. 전 주 우승자가 없어 상금이 이월된 덕분이었다. 8월 1일에는 우승자가 무려 798명이나 돼 상금액이 1250원에 그쳤다.
매주 퀴즈쇼 열고,감춰놓은 특가 찾게 하고
G마켓의 ‘슈퍼프라이데이’ 홍보 영상(왼쪽)과 완판 사례. [사진 제공 · G마켓]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란 미국에서 11월 넷째 주 목요일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금요일을 일컫는 용어다. 미국 유통업계가 이때 큰 폭의 세일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블랙프라이데이는 ‘11월 말 세일 기간’이란 뜻으로 통용돼왔다. G마켓은 ‘그런데 달력을 보면 금요일은 원래 블랙’(보통 달력 숫자가 토·일요일은 빨간색, 월~금요일은 검은색으로 표기돼 있음)이라며 “G마켓은 모든 금요일이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슈퍼프라이데이’ 프로모션을 인기리에 진행하고 있다. 배우 김인권이 출연하고 성우 강수진의 목소리를 입힌 슈퍼프라이데이 홍보 영상은 한 달 새 조회 수가 1000만 회를 넘어섰다. 성우 강수진은 만화영화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 목소리를 연기해 2030세대에게 인기가 높다. 홍보 영상 또한 ‘명탐정 코난’을 패러디한 탐정물로 제작됐다.
슈퍼프라이데이는 매주 금요일 오전 9시 개시된다. 인기 브랜드 상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는데, 연일 품절 행진 중이다. 8월 10일 1차 프로모션 때 8000개를 준비한 ‘GS25 도시락 4종’은 30분 만에 완판됐고, ‘맥도날드 빅맥 BLT버거’ 3만 개는 4시간 만에 모두 팔렸다. G마켓이 최근까지 실적을 분석해본 결과 슈퍼프라이데이에 선보인 제품 10개 중 4개꼴로 1시간 내 완판되고 있다고 한다. 임정환 G마켓 마케팅실장은 “금요일이 가지는 활기찬 이미지를 재미 요소로 활용해 색다른 쇼핑 콘텐츠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본다”며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펀(Fun) 콘텐츠는 소비자가 다시 찾아오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관련 전략을 마련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 위메프의 ‘히든프라이스’ 프로모션.
히든프라이스에 대한 소비자 및 판매자의 호응은 높은 편. 이 프로모션을 개시하고 열흘이 지난 7월 10일, 누적 고객 수는 40만 명을 넘어섰고 거래액은 종전 대비 3배 증가했다. 판매 호조에 참여를 희망하는 판매자도 늘고 있어 히든프라이스로 제공되는 제품 가짓수도 많아지는 추세다. 이하늘 위메프 홍보팀 부장은 “어릴 적 소풍 가서 보물찾기 게임을 할 때 찾는 것이 번거롭더라도 즐거웠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다”며 “그러한 경험을 온라인 쇼핑에 접목했기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단골 쇼핑몰?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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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린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한양대 유통연구센터장)는 “벤치마킹이 수월한 업계 특성상 서로 좋은 점들을 금방 따라 하다 보니 서비스 품질이 상향평준화됐고, 그만큼 마케팅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쇼핑이 곧 아마존(www.amazon.com) 쇼핑을 의미할 만큼 아마존 독주가 뚜렷한 미국과 달리 한국 소비자들은 복수의 온라인 쇼핑몰을 비교하며 이용한다. 한 교수는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소비자 후생 수준을 높이고 신생업체가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바람직한 측면이 있는 반면, 기존 기업에는 큰 부담이 된다”고 평가했다.
점차 주력 소비자로 떠오르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즉 밀레니얼 세대(1981~96년 사이 출생한 세대)는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데 능숙하고 SNS에 친숙하다. ‘재미’와 ‘참여’는 이들 세대의 대표적 속성으로 꼽힌다. 이진형 데이터마케팅코리아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세 가지를 꼽자면 재미, 욜로(소확행), 그리고 나”라며 “나 자신에게 재미있고 즐거운 것을 추구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이들 세대와 소통하려면 재미와 즐거움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밀레니얼 세대는 어릴 적부터 게임을 해왔고 짤막한 디지털 콘텐츠 소비에 매우 익숙해 유통업계는 물론 금융 등 여타 산업도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마케팅 활동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들어 재미와 즐거움, 참여가 강조되는 변화된 마케팅 문법에 적응해야 밀레니얼 세대보다 디지털과 게임에 더욱 친화적인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 소비자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과자도, 적금도 ‘재미 마케팅’
곧 모바일 게임으로도 출시되는 오리온 ‘고래밥’의 캐릭터(왼쪽)와 KEB하나은행의 ‘도전365 적금’. [사진 제공 · 오리온]
6월 오리온은 ‘고래밥’을 재해석한 신제품 ‘상어밥’을 출시해 20억 원대이던 고래밥의 월매출을 30억 원대로 끌어올렸다. 이 같은 성공은 고래밥에 대적하는 상어밥의 등장, 바다의 왕 고래가 상어와 대결하는 스토리의 ‘빙고게임’을 과자 패키지에 담아 소비자가 재미를 느끼게끔 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이에 오리온은 아예 고래밥 캐릭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모바일 게임, 가칭 ‘고래밥 게임’을 연말 출시할 예정이다.
금융업계도 모바일 앱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소비자 참여형 콘텐츠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7월 하나은행이 내놓은 ‘도전365적금’은 걸음 수만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자유적립식 적금 상품. 11개월간 350만 보를 달성하면 최고 연 3.65% 금리를 주는데, 출시 두 달 만에 가입자 5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미 마케팅이 앞으로 유통업계를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산될 것이라고 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장기 불황기에 살아남으려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만으로는 안 된다. 저렴한 가격만 강조하다 보면 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업체에 밀리기 때문”이라며 “밀레니얼 세대가 갖는 특성을 헤아려 게임처럼 몰입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직접 체험하면서 즐거움을 누리게 하는 콘텐츠가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