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즉석우동’의 즉석우동.
우동은 일제강점기 국내에 정착한 음식문화다. 하지만 한국인에게는 메밀로 만든 냉면이나 막국수가 더 인기가 높았다. 해방 이후 쌀은 부족하고 원조 밀가루가 넘쳐나면서 밀로 만든 국수문화가 빠르게 확산한다. 1955년 치안국은 ‘왜색 명칭을 통일한다’는 기치 아래 나베우동을 냄비국수로, 우동을 가락국수로, 가케우동을 간이국수로, 기쓰네우동을 유부국수로 고쳐 부르게 하고 실제 그렇게 팔도록 했다(1955년 8월 5일자 ‘동아일보’).
나베우동은 가마아게우동인데, 우리로 치면 국수 삶은 물에 양념을 해서 먹는 경북 안동의 제물국수와 비슷하다. 한국식 우동은 이 나베우동 또는 가마아게우동을 전형으로 하고 있다. 서울 동부이촌동의 ‘동문우동’이 냄비에 우동과 유부, 덴카스(튀김부스러기), 쑥갓, 반숙달걀, 게맛살, 김, 고춧가루 등을 넣은 한국식 분식집 냄비우동을 파는 반면, 망원동의 ‘망원동 즉석우동’은 한국식 변형 우동을 내놓는다.
‘망원동 즉석우동’의 간판 메뉴는 즉석우동으로, 주문하면 면발을 즉석에서 뽑아내 ‘즉석’이란 말이 붙었다. 면발은 요즘 유행하는 사누키우동에 비해 상당히 가는 편이지만 탄력은 좋다. 사누키우동이 탄력이 강한 두꺼운 면을 매끄럽게 넘기는 목 넘김에 주안점을 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얇고 탄력 있는 면발을 즐기는 일본 교토의 전통 우동에 가깝다. 국물은 어묵육수를 사용하는데, 빨간 양념장을 넣어 얼큰하게 먹는 게 이 집 즉석우동의 특징이다. 한국식 우동에 빠지지 않는 유부나 쑥갓 같은 조연들이 맛을 개운하게 한다. 새벽까지 영업해 주변 술꾼들의 단골 해장집으로 유명하다.
‘망원동 즉석우동’에서 도보로 10분을 가면 서울메트로 합정역 2번 출구 근처에 요즘 성가를 높이는 ‘우동 카덴’이 있다. 사누키식에 오사카식이 가미된 우동을 판다. 발로 반죽한 졸깃한 면발과 다시마 등으로 국물을 뺀 진한 육수가 인상적이다. 두꺼운 면발과 얇은 면발 두 종류를 파는데 면 자체의 식감이 훌륭하다.
‘교다이야’의 덴푸라우동.
멸치와 다시마로 우린 염도 높은 일본식 연간장에 정어리를 훈제한 게즈리부시를 넣어 만든 이 집의 맛국물은 은근한 감칠맛을 낸다. 새우튀김의 기름과 감칠맛이 국물에 스며들어 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우동 위에 얹는 고명들은 나오자마자 바로 먹는 게 아니다. 고명 속에 담긴 기름이나 양념이 서서히 국물에 배어들게 한 뒤 나중에 먹는 것이다. 국물의 복잡하고 깊은 맛은 고명과의 교감에서 만들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