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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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아끼는 회사 믿고 셋째도 낳았어요”

출산 장려 두 팔 걷어붙인 기업들 남다른 배려

  • 백경선 자유기고가 sudaqueen@hanmail.net

    입력2010-01-19 1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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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산부 아끼는 회사 믿고 셋째도 낳았어요”

    지난 2005년 개원한 아모레퍼시픽 용인 어린이집. 엄마는 업무 효율이 높아졌고 아이는 정서적 안정을 찾았다.

    ‘워킹맘’들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알게 모르게 주어지는 직장 내 눈칫밥이다. 2010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마음 편히 출산휴가를 가거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기업은 무척 드물다. 1년 육아휴직은 ‘책상 뺄 각오’ 없이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말해준다. 그럼에도 ‘하나라도 더 낳자’며 친가족 정책을 펼치는 기업들이 있다.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거나 사내 어린이집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직원들의 출산을 장려하는 회사들을 찾아가보았다.

    건강식품 전문기업인 천호식품은 2007년부터 출산장려금 정책을 펼쳤다. 금액도 파격적이다. 직원이 첫째와 둘째를 낳을 경우 각각 100만원, 셋째를 낳을 경우 5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한다. 게다가 셋째를 낳으면 2년 동안 매달 30만원씩 총 720만원의 육아지원금을 준다. 출산장려금과 육아지원금 외에 교육비도 지원한다. 전 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중학생은 기성회비, 고등학생은 등록금 전액, 대학생 자녀는 매 학기 3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사실 셋째는 계획에 없었어요. 회사에서 나오는 출산장려금과 육아지원금 유혹에 넘어가 낳은 거죠.(웃음)”

    유난히 많은 주부 직원 “신이 내린 직장”

    천호식품 김현주(37) 계장은 2007년 8월 셋째 아이를 낳고 회사로부터 출산장려금 500만원과 육아지원금 720만원 등 총 1220만원을 받았다. 회사가 자녀를 낳고 키우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인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 것. 사내 출산장려 분위기도 큰 도움이 됐다.



    “직장 여성이 임신을 하면 위기감을 느껴요. 진급은 물 건너가고,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다녀오면 내 책상이 없어지진 않을까 불안해하죠. 실제 그런 일도 빈번하고요. 그런데 우리 회사는 오히려 임신하면 더 대우를 받아요. 그러다 보니 ‘셋째 가져볼까’ 하는 말이 사내 유행어가 됐죠.”

    회사가 많은 배려를 하기 때문에 천호식품에는 유난히 주부 직원이 많다. 보통 주부 직원들은 드나듦이 많지만 이곳 직원들은 한번 들어오면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남편이 ‘그런 회사가 어디 있느냐’라고 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회사가 직원들에게 많이 베풀다 보니 자연히 회사에 대한 믿음과 애착이 커지고, 열심히 일하지 않을 수 없어요.”

    아이 걱정 떨치니 업무 효율도 2배

    유아복과 유아용품 전문회사인 해피랜드F·C도 출산장려금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셋째를 낳으면 최대 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자사 직원은 물론 700여 곳의 판매점 점주와 300여 곳의 협력업체 직원까지 대상에 포함된다. 해피랜드F·C 홍보팀 김용범 과장은 “출산장려금 정책을 시행한 이후 협력업체와 본사의 유대감 및 소속감이 한층 강화됐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해피랜드F·C는 상반기와 하반기 2회에 걸쳐 직원 자녀(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에게 학자금을 지급하고, 출산한 직원들에게는 육아용품을 지원한다. 또 자녀들이 있는 직원들에게는 명절마다 회사 상품권을 지급하며, 직원 자녀들의 방학캠프를 지원한다.

    아이가 있는 직장 여성들은 아침이면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느라 발을 동동 구른다. 저녁이면 아이를 데리러 가느라 동료들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러다 지쳐 회사를 그만두는 일이 다반사. 직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인 아모레퍼시픽은 다르다. 서울 본사를 비롯해 용인과 수원 사업장에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아모레퍼시픽 서울 본사 고객상담팀의 김민경(38) 씨는 세 살 된 둘째 아들과 함께 출퇴근을 한다. 출근을 하면서 사내 어린이집에 맡겼다가 퇴근할 때 데리고 가는 것.

    “일반 어린이집은 아침 9시에 문을 열잖아요. 8시 반까지 출근하는 저로선 난감하죠. 저희 회사 어린이집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사실상 더 일찍 문을 열고 문 닫는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요. 그러니까 아침에 일찍 회의가 있거나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할 때도 걱정이 없죠.”

    무엇보다 좋은 것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아이를 볼 수 있다는 점. 아이와 함께 집에 있는 상황과 같아서 걱정도 덜하고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 아들 또한 엄마가 가까이에 있어 정서적으로 훨씬 안정됐다고 한다. 영유아 자녀를 둔 직원들은 마음 편하게 육아휴직을 사용한다.

    “노산이라 둘째 낳을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회사 덕분에 첫째를 수월하게 키워 둘째 낳을 용기가 생겼어요. 나이만 어리면 더 낳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웃음) 주부 직장인들은 도우미 아주머니를 두지 않는 한 슈퍼우먼이 돼야 하잖아요. 그런 현실을 생각하면 회사의 배려가 고마울 따름이죠.”

    아모레퍼시픽 외에도 사내 보육시설을 마련해놓은 기업이 적지 않다. IT서비스 업체인 SK C·C는 2005년 경기 분당으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사내 보육시설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LG전자도 가산동 MC연구소와 평택·창원·구미 등 주요 사업장에 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3월 소공동 본점에 사내 어린이집 1호점을 열고 이후 전국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임산부 아끼는 회사 믿고 셋째도 낳았어요”

    셋째를 낳은 직원의 산부인과에 찾아가 출산장려금 500만원을 전달하는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

    수유 공간과 탄력근무제 도입하는 기업도 증가

    임신하거나 수유를 하는 직원들을 위한 사내 공간도 늘어나는 추세다. 보령메디앙스는 수유를 하는 여직원들이 편안하게 모유 유축을 할 수 있게 ‘아이맘룸’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회사 제품인 젖병 전기소독기, 수유 패드, 모유 보관팩, 물티슈 등이 마련돼 있다. 세계적 토털 헬스케어 기업인 한국애보트는 ‘엄마의 방’을 만들어 출산과 모유 수유를 장려한다. 또한 출산을 앞둔 직원들을 위해 모유 수유 강좌도 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서울 본사에는 여성 간호사가 상주해 수시로 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출산과 양육 등 생애주기에 따라 탄력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회사도 많아졌다. 한국애보트는 하루 8시간을 근무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유동적으로 운용하는 탄력 근무시간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대웅제약 또한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출근할 수 있게 출근시간을 조절한 ‘플렉서블 타임제’를 도입했다. 롯데백화점은 임산부와 아이를 둔 직원을 위해 출퇴근 유동근무제를 실시할 예정.

    지난해 11월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보건복지가족부가 주관하는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획득한 롯데백화점은 이 밖에도 난임 직원을 위한 불임휴가제를 도입하고, 10만원씩 지급되던 출산장려금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기획부문 김세완 이사는 “직원들이 가정생활과 업무를 조화롭게 병행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100% 이상 발휘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호띠 아이 정말 훌륭할까

    “백호랑이 정기 받자” 군중심리 … 출산 붐 일어나면 치열한 경쟁


    “임산부 아끼는 회사 믿고 셋째도 낳았어요”
    30대 중반 주부 김모 씨는 새해부터 울상이다. 시어머니가 “백호랑이해에 무조건 아이를 낳아야 한다. 내년 3월까지 둘째를 가져라”는 폭탄 발언을 한 것. 김씨는 첫아이 양육비와 대출이자로 맞벌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더욱 고민에 빠졌다.

    1월 하순 출산을 앞둔 30대 초반 주부 천모 씨는 백호랑이띠 아이를 낳게 됐다고 좋아했지만, 입춘일(2월4일)을 기준으로 하면 태어나는 아이가 백호랑이가 아닌 소띠라는 사실을 깨닫고 낙담했다. 60년 만에 돌아온 백호랑이해를 둘러싸고 해프닝이 속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백호랑이띠 사주는 정말 좋은 것일까.

    해의 명칭은 10간12지의 조합에서 비롯된다. 10간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로, 12지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로 구성된다. 10간에는 오행별로 해당 색상이 있다. 갑(甲)·을(乙)은 목(木)에 속하며 청색, 병(丙)·정(丁)은 화(火)에 속하며 적색, 무(戊)·기(己)는 토(土)에 속하며 황색, 경(庚)·신(辛)은 금(金)에 속하며 백색, 임(壬)·계(癸)는 수(水)에 속하며 흑색에 해당한다. 경인년(庚寅年)은 흰색에 속하는 경과 호랑이를 뜻하는 인이 만나 백호랑이해가 되는 것.

    오행 색상으로 보면 같은 호랑이해라도 청호랑이(갑인), 적호랑이(병인), 황호랑이(무인), 백호랑이(경인), 흑호랑이(임인)의 다섯 종류로 나뉜다. 그렇다면 백호랑이는 나머지 색의 호랑이보다 좋은 것일까? 답은 아니다. 각 호랑이해마다 고유의 장점과 기질을 갖고 있어 경인년 호랑이가 최고라고 할 수 없다. 갑인은 맹호출림(猛虎出林)의 위세당당한 호랑이, 병인은 조림만상(照臨萬象)의 기예특출한 호랑이, 무인은 영지(領地)를 개척하는 태산장엄(泰山莊嚴)한 호랑이, 경인은 백호출림(白虎出林)의 맹위당당한 호랑이, 임인은 북두응산(北斗應山)의 문명개발을 이끄는 호랑이로 통한다. 다만 호랑이가 신성한 동물이라는 점과 백의민족의 특성이 맞물려, 우리 민족이 백호랑이에 친숙한 감정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이는 마케터로서 놓칠 수 없는 호재다. 백호 출산 붐은 이런 상술의 연장선에 있다. 일부 역술계도 “경인년에 태어난 아이는 공직에서 출세한다”라며 출산 붐에 일조하고 있다. 일곱째 천간 경(庚)이 강한 쇠붙이인 금의 속성을 지녔고 금극목(金克木)의 기운이 관운(官運)을 나타낸다는 것. 판·검사, 군인, 경찰, 기자, 의사 등은 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다. 출산 붐이 일어나는 것은 “이왕 아이를 가진다면 백호랑이 정기를 받자”는 군중심리에서 비롯한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맞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권력층이 특정 띠에 몰려 있지 않다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오히려 권력의 꽃인 대통령과 관련된 사람은 사(巳·뱀띠)생이 많았다. 이명박 대통령(신사생), 박정희 대통령(정사생), 정동영 대통령 후보(계사생) 등이 사(巳)생이다.

    인구학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재복이 좋다 하여 출산 붐을 이뤘고, 실제로도 출산이 많아졌던 2007년 정해(丁亥)생들의 사정을 보자. 예년보다 늘어난 머릿수에 어린이집 등록부터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승자가 되지 않는 한 황금돼지띠해 출생자들의 재복이 다른 해 출생자보다 크다고 말할 수 없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경인년 출산 붐의 허실을 냉정히 따져야 할 것이다.

    장옥경 명리학 연구가·해피올메이트 소장 blog.daum.net/writer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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