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11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지휘를 맡을 예정인 독일 출신 거장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클래식 애호가 사이에서는 ‘빈 필의 모차르트는 특별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데, 이러한 평판에는 먼저 그들이 거장 지휘자들과 함께 만든 명반들이 크게 기여했다. 브루노 발터와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한 교향곡, 에리히 클라이버가 지휘한 ‘피가로의 결혼’, 요제프 크립스가 지휘한 ‘돈 조반니’, 카를 뵘이 지휘한 오페라와 관현악곡, 그리고 수많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공연 실황 음반과 영상물 등을 통해 빈 필은 최고의 모차르트 연주를 선사해왔고, 나아가 ‘모차르트 연주의 지존’으로서 다른 어떤 악단도 넘볼 수 없는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근거지인 빈이 ‘모차르트의 도시’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1781년 모차르트는 자발적으로 고향 잘츠부르크를 떠나 당시 합스부르크 제국의 수도였던 빈에 정착했다. 이후 그는 빈에서 음악가로서 전성기를 맞이했고, 눈부신 절정기를 구가했으며, 만년의 고달픈 나날을 견뎌냈고, 때 이른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 10년 동안 오늘날 그의 대표작으로 거론되는 명작 대다수가 탄생했는데, 그 작품들에는 당시 빈의 음악적 상황, 문화적 환경, 사회적 분위기 등이 투영돼 있다.
빈 필은 그런 빈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서 오랜 시간 ‘모차르트의 도시’의 공기를 호흡하며 역사를 이어왔다. 비록 악단 자체 창단연도는 1842년으로 모차르트의 활동 시기와 반세기 이상 격차를 보이지만, 모체인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오케스트라’의 역사를 떠올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악단의 전신인 ‘빈 궁정 오페라 극장 오케스트라’는 17세기 중엽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며, 모차르트 시대에는 주로 ‘케른트너토어 극장’(옛 궁정 오페라 극장)에서 연주했다. 오페라 무대에서의 성공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던 모차르트는 당연히 이 오케스트라를 알고 있었고, 당시 빈에서 가장 뛰어난 오케스트라였던 이 악단의 연주를 자신의 관현악 작곡 및 연주를 위한 기준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 악단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한 빈 필의 모차르트 연주가 남다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바로 그 ‘빈 필의 모차르트’를 10월 10일(토)과 11일(후원기업행사)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날 수 있다. 6년 만의 내한공연으로, 꾸물거리다 티켓 매진 소식에 땅을 친 사람이 많다. 피아노 협주곡 23번, 교향곡 40번, 교향곡 41번 등 모차르트 절정기의 걸작만으로 꾸며진 프로그램은 빈에서조차 접하기 쉽지 않다. 또한 지휘는 수년 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파리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한 바 있는 독일 출신 거장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맡을 예정인데, 지휘자이기 전 탁월한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그가 협주곡에서 지휘와 피아노 독주를 겸하는 모습도 만날 수 있으니 금상첨화라 하겠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교향악단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