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이 음악 청취의 대세가 되면서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편하게 음악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음반을 사는 수고는 물론, 다운로드해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일조차 불필요해졌다. 인터넷만 연결돼 있다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만 깔려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어떤 음악이든 들을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급격하게 변하는 시장 환경이 편리함만 제공하는 건 아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인 물성(物性)의 소유가 안기는 쾌감을 박탈한다.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이 말하는 ‘아우라’가 음악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아우라에 대한 갈망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공연장으로 이끈다. 네트워크에서 나와 네트워크로 가는 음악이 아닌, 무대에 선 가수의 복제할 수 없는 목소리를 듣고 그 모습을 보며 비로소 진짜 음악을 만나는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공연은 일회적이란 특성을 갖는다. 느낄 수는 있되 소유할 수는 없다. 사진을 찍고 녹음을 해도 그건 이미 복제된 순간일 뿐, 원본이 될 수 없다. 스트리밍이 시장을 장악할수록 거꾸로 소유의 결핍은 증가한다.
6월 27, 28일 서울 강서구 양천로 한일물류센터에서 열린 서울레코드페어(사진)는 이 결핍을 채우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사였다. 올해로 다섯 번째 행사를 치른 레코드페어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음반 중심의 음악 축제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음반의 가치를 느끼려는 이들이 서로 음반을 사고팔며 기쁨을 나누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넓은 창고로 장소를 옮기며 전보다 많은 이가 셀러(seller)로 참여한 이번 행사에 다녀왔다. 지난번 행사까지와는 여러 모로 다른 모습이었다. 이전에 비해 훨씬 넓은 장소에서 열렸기에 그만큼 많은 판매자가 참여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음반을 사러 온 사람도 지난번보다 많아졌다고 한다. 역대 최대 규모인 셈이다.
재밌었던 건 지난번 행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LP레코드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판매자들 매대에도 CD(콤팩트디스크)보다 LP가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아예 LP만 가져다 놓은 판매자도 대폭 늘었다. 구매자들 또한 그랬다. CD보다 LP를 고르는 사람이 많이 보였다. 턴테이블 판매량도 대폭 늘었다고 한다. 총 10종의 레코드페어 한정 LP 중 최근 음악계 대세로 떠오른 밴드 혁오의 음반은 반나절도 안 돼 품절됐다. 한국 음반 애호가들의 축제인 레코드페어가 LP 중심의 행사가 돼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다행스러운 일은 참가자들 중 20, 30대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점이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40, 50대,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LP로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의 참여가 줄어든 대신, 어쩌면 첫 음악 청취 경험을 MP3로 시작했을 세대가 더 많이 방문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각종 매체에서 LP를 다루는 방식이 틀렸음을 시사한다. 많은 매체가 LP붐을 얘기할 때 추억이란 단어를 엮곤 하지만 지금 20, 30대는 LP에 대한 추억이 없는 세대다. 오히려 휴대용 CD플레이어나 MD플레이어가 유년 시절 음악 소비에 대한 추억에 가까울 것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이 세대에게 LP는 오히려 새로운 음악 플랫폼이다. 디지털은 물론이거니와 CD조차 주지 못하는 압도적인 물성의 플랫폼. 30×30cm라는 압도적 크기에 담긴 커버 아트가 주는 시각적 흐뭇함,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바늘을 얹어 나오는 소리를 듣는 제의적 과정은 비로소 음악을 소유한다는 만족감을 극대화한다.
현재 미국에서 성장하는 음악 플랫폼은 스트리밍과 LP뿐이다. 감상으로서 음악과 소유로서 음악이 물과 기름처럼 분리된 형국이다. 이 흐름이 한국에서도 미미하게나마 촉발되고 있다. 양손 가득 LP가 든 비닐봉지를 들고 나오는 젊은 구매자들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매출을 기록한 판매자들의 표정 역시 그랬다. 디지털 세계에선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의 얼굴을 서울레코드페어에서 보았다.
아우라에 대한 갈망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공연장으로 이끈다. 네트워크에서 나와 네트워크로 가는 음악이 아닌, 무대에 선 가수의 복제할 수 없는 목소리를 듣고 그 모습을 보며 비로소 진짜 음악을 만나는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공연은 일회적이란 특성을 갖는다. 느낄 수는 있되 소유할 수는 없다. 사진을 찍고 녹음을 해도 그건 이미 복제된 순간일 뿐, 원본이 될 수 없다. 스트리밍이 시장을 장악할수록 거꾸로 소유의 결핍은 증가한다.
6월 27, 28일 서울 강서구 양천로 한일물류센터에서 열린 서울레코드페어(사진)는 이 결핍을 채우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사였다. 올해로 다섯 번째 행사를 치른 레코드페어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음반 중심의 음악 축제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음반의 가치를 느끼려는 이들이 서로 음반을 사고팔며 기쁨을 나누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넓은 창고로 장소를 옮기며 전보다 많은 이가 셀러(seller)로 참여한 이번 행사에 다녀왔다. 지난번 행사까지와는 여러 모로 다른 모습이었다. 이전에 비해 훨씬 넓은 장소에서 열렸기에 그만큼 많은 판매자가 참여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음반을 사러 온 사람도 지난번보다 많아졌다고 한다. 역대 최대 규모인 셈이다.
재밌었던 건 지난번 행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LP레코드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판매자들 매대에도 CD(콤팩트디스크)보다 LP가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아예 LP만 가져다 놓은 판매자도 대폭 늘었다. 구매자들 또한 그랬다. CD보다 LP를 고르는 사람이 많이 보였다. 턴테이블 판매량도 대폭 늘었다고 한다. 총 10종의 레코드페어 한정 LP 중 최근 음악계 대세로 떠오른 밴드 혁오의 음반은 반나절도 안 돼 품절됐다. 한국 음반 애호가들의 축제인 레코드페어가 LP 중심의 행사가 돼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다행스러운 일은 참가자들 중 20, 30대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점이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40, 50대,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LP로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의 참여가 줄어든 대신, 어쩌면 첫 음악 청취 경험을 MP3로 시작했을 세대가 더 많이 방문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각종 매체에서 LP를 다루는 방식이 틀렸음을 시사한다. 많은 매체가 LP붐을 얘기할 때 추억이란 단어를 엮곤 하지만 지금 20, 30대는 LP에 대한 추억이 없는 세대다. 오히려 휴대용 CD플레이어나 MD플레이어가 유년 시절 음악 소비에 대한 추억에 가까울 것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이 세대에게 LP는 오히려 새로운 음악 플랫폼이다. 디지털은 물론이거니와 CD조차 주지 못하는 압도적인 물성의 플랫폼. 30×30cm라는 압도적 크기에 담긴 커버 아트가 주는 시각적 흐뭇함,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바늘을 얹어 나오는 소리를 듣는 제의적 과정은 비로소 음악을 소유한다는 만족감을 극대화한다.
현재 미국에서 성장하는 음악 플랫폼은 스트리밍과 LP뿐이다. 감상으로서 음악과 소유로서 음악이 물과 기름처럼 분리된 형국이다. 이 흐름이 한국에서도 미미하게나마 촉발되고 있다. 양손 가득 LP가 든 비닐봉지를 들고 나오는 젊은 구매자들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매출을 기록한 판매자들의 표정 역시 그랬다. 디지털 세계에선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의 얼굴을 서울레코드페어에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