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석의 작품 ‘낯선 여행’과 ‘숲 속에서’(위).
그에게 운전은 아련한 추억이기도 하고, 냉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삶이기도 하다. 그는 유년 시절 택시운전을 하던 아버지에게서 운전을 배웠다. 이후 지금까지 운전을 부업으로 삼았다. 한때 아버지가 가업(家業)으로 운영한 식당에서 배달일을 하기도 했다.
홍씨의 작품은 이처럼 철저한 자기 체험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여기에 추억의 흔적과 현실세계의 냉혹함을 덧입힌다.
홍씨는 이런 작품들을 모아 8월22일부터 28일까지 갤러리 고도에서 초대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 출품작들은 밤, 자동차, 운전 등의 모티프에서 출발한 홍씨의 기존 작품을 변주한 것들이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5년 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2002년 월드컵을 담은 ‘June 2002’다. 작가의 시선은 온 나라가 축구에 열광하는 사이 미처 돌아보지 못한, 미군 장갑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효순이와 미선이 사건을 가리키고 있다. 차량이 질주하는 도로에는 차에 치여 내장이 터진 개가 있고, 하늘에는 축구공 애드벌룬과 ‘붉은악마’ 티셔츠가 두둥실 떠 있다.
필자는 홍씨의 그림이 무절제한 일상적 담론에 휩쓸리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작가가 일상을 넘어 비일상의 세계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스스로를 현실과 몽환의 세계를 평면회화로 그려내는 ‘예술운전사(art-driver)’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작가가 도달하고자 하는 세계는 비록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출발한 것일지라도 일상 그 이상의 세계다. 그것은 일상의 체험에서 전이된 일탈의 세계이기도 하다.
현실 인식을 넘어선 몽환의 세계는 역설적으로 기억과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진다. 이것이 작가가 일상을 그리면서도 일상 담론에 안주하지 않는 일탈의 내러티브를 형성하는 이유가 아닐까. 일탈의 내러티브야말로 우리가 예술에서 기대하는 강렬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