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라일리 GM대우 사장
현대·기아의 수성에 맞설 GM대우의 첫 지휘봉은 닉 라일리 사장이 맡았다. 지난해 GM의 대우자동차 인수팀장으로 한국에 들어와 1년여에 걸친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했던 그는 GM 내에서도 손꼽히는 엘리트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한때 위기에 처했던 영국 복스홀자동차 사장 재직 시절 보였던 그의 탁월한 경영 능력 덕분이다.
라일리 사장은 1998년 GM이 인수한 영국 복스홀자동차의 존폐를 결정짓는 노사간 협상 테이블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측에 강력한 승부수를 던졌다. 3억원에 가까운 자신의 연봉을 과감히 포기하고, 회사를 살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종업원 모두에게 직접 표명했던 것. 결국 노조는 라일리 사장의 강한 신념에 지지를 보였고, 복스홀자동차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자신의 연봉보다 기업의 회생이 중요하다는 책임경영 신념을 실천했던 그는 “내가 고액의 연봉을 잃는다 하더라도 공장을 살려내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었다”고 이때를 술회한다.
능력 검증된 글로벌 경영인… ‘세계 5위권’ 야심찬 포부
GM이 GM대우를 라일리 사장에게 맡긴 것도 그의 책임경영주의 신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GM으로선 아시아태평양 거점으로서 GM대우의 비중이 적지 않은 데다 무엇보다 대우자동차의 강력한 노조를 원만히 이끌어갈 고도의 협상력을 갖춘 인물이 필요했다. GM의 글로벌 경영진 가운데 닉 라일리 사장은 단연 최고 적임자로 꼽혔던 것.
라일리 사장은 대우자동차 인수 과정에서 GM대우가 재기할 수밖에 없는 세 가지 원동력을 보았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첫째로 그가 주목한 것은 내부적으로 임직원 모두가 변화를 바란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라일리 사장은 기존 수직적 조직체계를 수평적 구조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기업활동에 있어 회사 내 상호교류는 곧 신속한 의사결정과 직결돼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지나치게 복잡한 임금구조를 단계적으로 단순화 및 간소화해 통일된 임금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둘째는 GM대우의 품질 기술력이다. 라일리 사장은 대외적으로 대우차 품질의 평가절하 이유가 기업 이미지 하락에 따른 것이지 결코 품질 탓이 아님을 절대적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가 회사 이름에 굳이 ‘테크놀러지’를 포함시킨 배경도 세계 수준의 제품 기술력을 갖춘 회사가 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제품개발 프로그램 출발부터 최종 생산에 이르기까지 향후 3년 내 GM대우의 품질 경쟁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세 번째로 라일리 사장은 자신의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방안이 곧 GM대우 재기의 커다란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에 구축된 GM 브랜드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별도의 해외 네트워크 구축에 들어가는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생산을 극대화, 생산성과 제조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장가동률 향상과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 그리고 후속모델 개발을 대비한 안정적 재원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한 수출에도 주력, 11월중 출시할 GM대우의 준중형급 첫 차 J-200의 중국 생산 등을 이미 확정했다.
닉 라일리 사장은 최근 GM대우 성공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점심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샌드위치와 비스킷으로 점심을 때워가며 회의를 주재하고, 공휴일에는 집에서 GM 본사와 전화회의를 한다. 그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GM대우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향상시키는 것”이며 “레저용 차량과 고급 세단 등 신차 개발을 서두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닉 라일리 사장은 스타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단지 1만명이 넘는 종업원과 이들의 가족에게 GM대우가 좋은 삶의 터전이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그는 조직력, 합리성, 전문성, 직원간 화합, 고객우선주의, 자신감 회복 등 6가지 경영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라일리 사장은 GM대우의 체질 개선을 조속히 완료, GM대우를 GM의 전 세계 사업장 중 5위 안에 드는 세계적인 회사로 바꾸겠다는 야심에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