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이 지나면서 날씨가 쌀쌀해지고 밤이 길어지면 자신도 모르게 뱃속에서 꼬르륵 꼬르륵 하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이때쯤이면 광에서 늙은 호박을 꺼내어 꿀단지나 호박떡을 만들어 깊어가는 겨울밤의 출출함을 달래주던 기억이 새롭다.
박은 원래 토종이지만 호박 수박 배추 등속은 일찍이 전래식품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호박은 시골의 어느 농가를 가나 지천으로 널려 있기 때문에 산모들의 부기를 빼주는 정도로만 생각했지, 그렇게 대접받는 음식이 못되었다. 그러나 생긴 것과는 달리 호박은 잎 줄기 꼭지 과실 등 모든 부분을 식용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카로틴이라는 영양 성분이 많아 최근 들어 약용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서울을 벗어나 팔당대교를 건너면 양평으로 가는 두 갈래 길이 선택을 강요한다. 한쪽 길은 산 중턱에 구멍을 내 만든 터널 길이고, 다른 편은 강물이 발 아래 넘실거리는 강변 길이다. 물론 주저없이 강 길을 택한다. 지름길을 택하지 않고 꾸불꾸불한 길을 택한 것은 팔당댐을 끼고 도는 경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나는 길목에 우리나라 최고의 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1762∼1836)의 생가와 무덤이 있는 마현마을을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현을 지나 양수대교를 넘지 않고 좌회전하면 북한강을 거슬러 오르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가 나온다. 지금은 한집 건너 러브호텔과 토속`-`민속을 내건 식당들이 잔뜩 ‘돈독’이 오른 모습으로 여행객을 유혹하고 있지만 자칫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 길목에 들어서면 이렇듯 많은 곳 중에서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필자는 자신있게 호박요리를 권해보고 싶다. 최근 들어 양수리에서 대성리로 올라가는 길목에 유기농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었다. 유기농으로 지은 작물 중에 호박을 키우는 집도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운길산 꽃농원(031-576-1795·대표 조종술)이다. 꽃과 나무로 장식된 허름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맛보는 호박죽과 호박차는 초겨울 밤의 추위를 잊게 해준다.
그러나 호박의 참맛과 기(氣)가 살아 숨쉬는 정통 호박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은 한참을 지나야 나온다. 세조가 등극한 후에 양수리에서 공부하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종소리를 따라 운길산을 답사하다가 산수에 반해 사찰을 세웠다는 수종사에 들러 한강을 내려다보고 내려와 다시 대성리 쪽으로 10km쯤 올라가다 보면 호박 오리구이와 대나무밥, 호박술을 잘하는 고야(古野·031-592-1666·대표 김상철)라는 음식점을 만날 수 있다.
사장의 호를 딴 상호에서 느낄 수 있듯, 이집 음식의 하나하나에는 깊은 철학이 담겨 있다. 처음 보는 사람도 영락없는 부처상이라고 말하는 김상철씨(52)는 지리산 토굴에서 7년 동안 공부를 한 도인으로 이집 음식의 출발점은 지리산이고, 음식철학은 주역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음양오행의 논리에 따라 신맛을 죽인 매실장아찌, 감장아찌 등 일곱 가지 야채를 발효시킨 장채는 20년 특허로 지정돼 있으며, 된장에서부터 대나무밥에 이르기까지 모든 재료가 지리산 농장에서 직접 조달되고, 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집에서 가장 자신 있게 내놓는 음식은 호박오리구이와 호박술이다. 지리산에서 참선을 하던 도중 갑자기 호박이 영감에 잡혔다는 김상철씨는 살이 무르고 당도가 약한 늙은 호박 대신에 자신이 직접 재배하는 단호박 안에 오리를 넣고 구워낸 호박오리구이에다 5∼6년 숙성시킨 통대나무에서 쪄낸 대나무밥을 권한다. 또 야생산마, 하수오, 홍삼, 녹차, 누룩, 찹쌀 등을 섞어 빚은 호박술은 은근하면서도 뒷맛이 깨끗해 자신도 모르게 도(道)의 세계로 인도되는 듯한 환상에 젖게 한다.
배도 부를 만큼 부르고 밤도 깊었다. 대학생들의 ‘MT장소’로도 유명한 대성리에서 마시는 녹차도 빠질 수 없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유한한 인간이 자연이 가진 기의 일부를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한 도인과 말끝을 주고받으며,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식단으로 꾸며진 오늘날의 음식이 우리의 피와 정신을 얼마만큼 파괴하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박은 원래 토종이지만 호박 수박 배추 등속은 일찍이 전래식품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호박은 시골의 어느 농가를 가나 지천으로 널려 있기 때문에 산모들의 부기를 빼주는 정도로만 생각했지, 그렇게 대접받는 음식이 못되었다. 그러나 생긴 것과는 달리 호박은 잎 줄기 꼭지 과실 등 모든 부분을 식용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카로틴이라는 영양 성분이 많아 최근 들어 약용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서울을 벗어나 팔당대교를 건너면 양평으로 가는 두 갈래 길이 선택을 강요한다. 한쪽 길은 산 중턱에 구멍을 내 만든 터널 길이고, 다른 편은 강물이 발 아래 넘실거리는 강변 길이다. 물론 주저없이 강 길을 택한다. 지름길을 택하지 않고 꾸불꾸불한 길을 택한 것은 팔당댐을 끼고 도는 경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나는 길목에 우리나라 최고의 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1762∼1836)의 생가와 무덤이 있는 마현마을을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현을 지나 양수대교를 넘지 않고 좌회전하면 북한강을 거슬러 오르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가 나온다. 지금은 한집 건너 러브호텔과 토속`-`민속을 내건 식당들이 잔뜩 ‘돈독’이 오른 모습으로 여행객을 유혹하고 있지만 자칫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 길목에 들어서면 이렇듯 많은 곳 중에서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필자는 자신있게 호박요리를 권해보고 싶다. 최근 들어 양수리에서 대성리로 올라가는 길목에 유기농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었다. 유기농으로 지은 작물 중에 호박을 키우는 집도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운길산 꽃농원(031-576-1795·대표 조종술)이다. 꽃과 나무로 장식된 허름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맛보는 호박죽과 호박차는 초겨울 밤의 추위를 잊게 해준다.
그러나 호박의 참맛과 기(氣)가 살아 숨쉬는 정통 호박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은 한참을 지나야 나온다. 세조가 등극한 후에 양수리에서 공부하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종소리를 따라 운길산을 답사하다가 산수에 반해 사찰을 세웠다는 수종사에 들러 한강을 내려다보고 내려와 다시 대성리 쪽으로 10km쯤 올라가다 보면 호박 오리구이와 대나무밥, 호박술을 잘하는 고야(古野·031-592-1666·대표 김상철)라는 음식점을 만날 수 있다.
사장의 호를 딴 상호에서 느낄 수 있듯, 이집 음식의 하나하나에는 깊은 철학이 담겨 있다. 처음 보는 사람도 영락없는 부처상이라고 말하는 김상철씨(52)는 지리산 토굴에서 7년 동안 공부를 한 도인으로 이집 음식의 출발점은 지리산이고, 음식철학은 주역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음양오행의 논리에 따라 신맛을 죽인 매실장아찌, 감장아찌 등 일곱 가지 야채를 발효시킨 장채는 20년 특허로 지정돼 있으며, 된장에서부터 대나무밥에 이르기까지 모든 재료가 지리산 농장에서 직접 조달되고, 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집에서 가장 자신 있게 내놓는 음식은 호박오리구이와 호박술이다. 지리산에서 참선을 하던 도중 갑자기 호박이 영감에 잡혔다는 김상철씨는 살이 무르고 당도가 약한 늙은 호박 대신에 자신이 직접 재배하는 단호박 안에 오리를 넣고 구워낸 호박오리구이에다 5∼6년 숙성시킨 통대나무에서 쪄낸 대나무밥을 권한다. 또 야생산마, 하수오, 홍삼, 녹차, 누룩, 찹쌀 등을 섞어 빚은 호박술은 은근하면서도 뒷맛이 깨끗해 자신도 모르게 도(道)의 세계로 인도되는 듯한 환상에 젖게 한다.
배도 부를 만큼 부르고 밤도 깊었다. 대학생들의 ‘MT장소’로도 유명한 대성리에서 마시는 녹차도 빠질 수 없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유한한 인간이 자연이 가진 기의 일부를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한 도인과 말끝을 주고받으며,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식단으로 꾸며진 오늘날의 음식이 우리의 피와 정신을 얼마만큼 파괴하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