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폴로 12호가 달 착륙 임무를 수행하던 중 촬영한 사진. 달 표면 위쪽 검은 배경에 찍힌 밝은 점들을 확대한 모습이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1940년대부터 최근 사례까지 봉인 해제
영화 ‘맨 인 블랙’과 ‘인디펜던스 데이’ ‘엑스 파일’에서 미국 정부는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감추거나 UFO를 비밀리에 추적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미확인 비행 현상을 조사해왔다. 다만 최근에는 ‘UFO’ 대신 ‘UAP’(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a·미확인 이상 현상)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를 항공 안전과 안보, 과학적 검증이 필요한 현안으로 다루고 있다.이번 자료 공개도 그 흐름 속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UAP 관련 정부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사안을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문제”라고 표현했다. 이에 미 국방부는 백악관, 국가정보국장실, 에너지부, NASA, FBI 등 여러 기관과 함께 관련 자료를 모아 순차적으로 공개하게 됐다. 오랫동안 군 내부 보고서와 비공개 문서 등으로 흩어져 있던 기록들이 검색 가능한 자료로 정리되기 시작한 것이다.
공개 자료는 UFO 논의가 본격화된 1940년대부터 최근 사례까지 폭넓게 걸쳐 있으며, 문서와 사진, 영상, 음성 기록 등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다. 상당수가 비행기, 우주선, 드론 등 하늘을 직접 마주하는 장비에서 포착된 관측 기록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1947년 미국 항공사 팬아메리칸월드항공 소속 여객기 조종사는 하늘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밝은 주황색 물체’를 봤다고 보고했다. 물체는 몇 초 동안 보이다가 구름 뒤로 사라졌고,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1969년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은 달로 향하던 중 상당히 큰 크기의 물체를 봤다고 진술했다. 객실 안에서 작은 섬광을 봤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아폴로 17호가 포착한 사진에는 달 표면 위쪽 우주 공간에 3개 점이 삼각형처럼 배열된 모습이 찍혀 있으며, 승무원들이 밝은 입자나 조각, 불꽃놀이처럼 보이는 빛을 봤다는 보고도 포함됐다.
최근 사례로는 2023년 9월 한 드론 조종사가 하늘에서 빛나는 선형 물체를 봤다고 FBI에 진술한 내용이 있다. 당시 물체가 내뿜는 매우 밝은 빛 내부로 띠 같은 구조가 보였고, 수초 뒤 사라진 것으로 기록됐다. 군사용 센서가 포착한 영상도 여럿 공개됐다. 시리아, 일본, 북미 등 여러 지역에서 촬영된 영상 속 미확인 물체는 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점처럼 보이거나 둥글고 길쭉한 형태로 나타난다. 일부 영상에서는 뚜렷한 날개나 꼬리가 보이지 않고, 이동 방향 및 속도도 일반 항공기와 달리 쉽게 해석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안보 문제로 다뤄지는 UAP
이번에 공개된 자료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입증한 것이라기보다 ‘미해결 사례’에 가깝다. 달 사진 속 밝은 점은 촬영 과정의 노이즈나 입자 흔적일 수 있고, 우주비행사가 눈으로 본 섬광은 고에너지 우주선(宇宙線) 입자에 노출돼 나타난 시각 현상일 개연성이 있다.그렇다고 모든 사례를 착시나 오류로 넘기기는 어렵다. 2020년 공개된 미 해군 UAP 영상 중에서는 길쭉한 모양 때문에 ‘틱택 사탕’으로 불린 물체가 등장한다. 전투기 센서가 이를 포착했지만, 공개 영상만으로는 추진 장치나 비행 원리를 식별하기 어렵다. 2025년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는 미군이 운용하는 MQ-9 리퍼 드론이 쏜 헬파이어 미사일을 맞고도 계속 이동하는 듯 보이는 미확인 물체 영상이 공개됐다.
이처럼 정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물체가 반복적으로 관측되면서 UAP는 안보 문제로도 다뤄져왔다. 그 정체가 드론이나 풍선, 비공개 군사 장비일 경우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 국방부는 2022년 UAP 조사를 전담하는 전 영역 이상현상조사국(AARO)을 설치했다. 프랑스도 1977년 우주국 산하에 GEIPAN(미확인 항공우주 현상 연구 정보단)을 두고 UAP 목격 보고를 수집·분석하기 시작했다. 캐나다는 스카이 캐나다 프로젝트(Sky Canada Project)를 통해 UAP 자료를 관리,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NASA가 UAP 연구에 참여하며 과학적 검증 기준을 한층 끌어 올렸다. NASA는 2022년 ‘미확인 이상 현상 독립 연구팀(UAP Independent Study Team)’을 꾸리고 센서 보정, 여러 장비를 통한 동시 관측, 데이터 표준화 등을 UAP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빌 넬슨 당시 NASA 국장은 “UAP 논의를 선정적 관심에서 과학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UAP를 목격담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 대상으로 다루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천문학자 아비 로브가 주도한 갈릴레오 프로젝트는 가시광선·적외선 카메라, 전파 분석기, 마이크, 자기장 측정기 등을 결합한 지상 관측소를 통해 이상 현상의 장기 관측을 시도하고 있다. 흐릿한 영상 하나에 의존하는 대신 여러 센서가 같은 대상을 동시에 포착할 수 있도록 하고, 인공지능으로 항공기·드론·위성·기상 현상 등을 먼저 걸러내는 방식이다.
이번에 미국이 공개한 자료는 UAP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주지는 못한다. 다만 오랫동안 목격담과 음모론의 소재로만 소비되던 관련 논의를 검증 영역으로 옮겨 놓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추가 공개될 자료들이 던질 질문도 외계인의 존재 여부보다 “무엇이 실제로 관측됐고, 우리는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에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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