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꾸미와 봄동을 곁들인 한 상. 남희철 제공
‘주꾸미’는 ‘쭈글쭈글하다’라는 옛말 ‘주글’이나 ‘주꾸’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몸을 오므린 작은 생물의 모습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다. 작고 소박한 생물이지만, 봄이 되면 식탁 한가운데를 차지한다. 특히 3월 주꾸미는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오른다. 알이 찬 암컷은 고소함도 깊다. 예부터 서해안에서는 이 시기 주꾸미를 제철 별미로 여겼다. 계절 변화를 식탁에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다.
요즘은 음식 트렌드가 조금 달라지고 있다. 한동안은 자극적인 맛이나 화려한 연출이 눈길을 끌었다면 최근엔 재료 자체를 잘 드러내는 방식이 공감을 얻는다. 어디서 왔는지, 언제 수확했는지, 어떻게 조리했는지를 더 궁금해한다. 강한 맛보다 ‘이해할 수 있는 맛’을 찾는 분위기다. 봄동비빔밥이 인기를 얻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데치지 않은 봄동을 그대로 잘라 밥 위에 올리고, 간장 베이스로 가볍게 비벼 먹는 방식. 양념을 많이 넣지 않아도 봄동 특유의 아삭함과 은은한 단맛이 살아난다.
주꾸미는 매운 양념에 볶아 먹는 맛이 익숙하지만, 사실 제철 주꾸미는 섬세함을 간직하고 있다. 오래 익히면 질겨져도 짧게 데치면 탄력과 단맛이 또렷하다. 이를 봄동이나 냉이, 달래와 함께 담아 내면 고소함과 쌉쌀함이 균형을 이룬다. 매운맛이 없어도 충분히 인상적인 맛이다. 10~15초 차이가 식감을 바꾼다. 무거운 국물 대신 산뜻한 접시를 올려 봄 식탁을 가볍게 만들어보자.
‘제철 주꾸미와 봄채소 한 접시’ 만들기
재료 (1인분)주꾸미 400g, 봄동 3~4잎, 냉이 한 줌, 달래 약간, 간장
1큰술, 참기름 1큰술, 레몬즙 약간, 소금·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주꾸미는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이 손질한다.
2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은 뒤 10~15초만 데친다.
3 바로 얼음물에 식혀 탄력을 유지한다.
4 봄동은 생으로 얇게 썰고, 냉이와 달래는 손질한다.
5 주꾸미와 채소를 가볍게 섞은 뒤 간장, 참기름, 레몬즙, 후추로 마무리한다.
포인트
•데치는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양념을 최소화해 재료 단맛을 살린다.
•밝은 톤의 접시에 담으면 봄 색감이 더 선명하다.
남희철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요리를 기준으로 콘텐츠와 공간의 감각을 설계한다. 브랜드 촬영, 매거진, 전시·팝업 현장에서 음식이 놓이는 맥락과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