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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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퍼포먼스의 마력 유감없이 보여준 연준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11-1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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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로 미니앨범 ‘노 레이블스: 파트 01(NO LABELS: PART 01)’을 발표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 연준. 빅히트뮤직 제공

    솔로 미니앨범 ‘노 레이블스: 파트 01(NO LABELS: PART 01)’을 발표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 연준. 빅히트뮤직 제공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 TOGETHER)의 연준이 솔로 미니앨범으로 돌아왔다. 퍼포먼스 기량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가수라 솔로 활동에 대한 기대가 높았더랬다. ‘노 레이블스: 파트 01(NO LABELS: PART 01)’이라는 제목의 미니앨범은 기대에 부응하면서 동시에 무척 만족스러운 의외성도 던져준다.

    의외인 점 하나는 뮤직비디오가 미니앨범 전체를 제목으로 삼은 부분이다. 자못 일관성 있는 톤과 미학을 살리면서 수록한 3곡 모두를 영상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첫 곡 ‘코마(Coma)’는 냉랭한 무드가 강렬한 긴장을 주는 힙합이다. 댄서들을 무대 장치처럼 사용하면서 펼치는 정교하고도 폭발력 있는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 있다. 연준이 캣츠아이의 다니엘라와 함께 부른 ‘렛 미 텔 유(Let Me Tell You)’는 관능적이면서도 로맨틱한 리듬앤드블루스(R&B) 곡이다. 이어지는 노래가 타이틀 곡 ‘톡 투 유(Talk to You)’다. 인디록 같은 거친 질감과 펑키한 탄성을 역동적으로 오가는 곡이다. 이 음악이 흐를 때 영상은 ‘나쁜 남자’ 연준이 가진 록스타처럼 격렬하고 분방한 에너지를 거칠게 담아낸다. 이 부분을 따로 떼어내면 충분히 독립된 뮤직비디오가 될 만하다.

    완벽성 속에서 펄떡이는 연준만의 분방함

    ‘톡 투 유’는 무대 퍼포먼스와 함께 지켜볼 가치도 있다. 악기의 손맛이 느껴지는 사운드, 주고받는 듯한 블루스 특유의 멜로디 구성 등을 시각화한 안무가 상당한 즐거움을 준다. 이 무대는 자못 연극적으로도 느껴지는데, 곡 자체가 연극적 연출을 의도하는 듯 보인다. 

    1절의 에너지가 쌓이다가 한 번 기타의 질주로 풀어진 다음, 다시 살짝 긴장을 조이면서 새로운 후렴을 덧댄다. “톡 투 유/넌 날 원해” 대목이다. 2절은 이 부분부터 길이나 굴곡 면에서 다소 움직일 여유 공간을 마련한다. 여성 댄서들과 연준의 관계도 한층 더 연극적 표현들로 엮인다.

    정교하게 설계된 무대에서 주인공 연준만이 ‘제멋대로’다. 그는 정해진 안무 동선 위를 산책하듯, 뛰어놀듯 오간다. 그리곤 세상에 상처받은 소년의 얼굴과 모든 것을 우스워하는 탕아의 얼굴을 함께 가진 그 특유의 다면성을 마음껏 쏟아낸다. 



    연준은 감히 K팝의 완벽성을 의심하는 걸까. 그러나 완벽성 속에서 펄떡이는 그의 분방함이야말로 이 무대를 완벽하게 만든다. 눈 돌릴 수 없는 흡인력으로 휘젓고 다니는 연준은 K팝 퍼포먼스의 마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것이 본질이다. 연준이 방점을 찍어 보이는 것은 살아 움직이는 인간의 육체, 그리고 그것에 깃든 기량의 힘이다. 덧붙일 말이라면, 그것을 연준처럼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얼마 없다는 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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