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만큼 기차 시스템이 잘돼 있는 나라도 드물다. 나라 곳곳으로 실핏줄처럼 철로가 촘촘히 깔려 있어 기차가 통과하지 않는 지역이 거의 없을 정도다. 워낙 호수가 많고 알프스산맥도 지나가다 보니 특별한 구간이 아님에도 창밖 풍경 자체만으로도 여행길이 무척 즐겁다. 그중 루체른과 생갈렌의 그림 같은 풍경을 오가며 ‘프리 알파인 익스프레스(Pre-Alpine Express)’로도 불리는 ‘보랄펜 익스프레스(Voralpen Express)’, 루체른부터 몽트뢰 구간을 달리는 화려한 가을빛 정취가 환상적인 ‘골든패스 라인(Golden Pass Line)’, 체르마트에서부터 생모리츠까지 알프스의 숨 막힐 듯한 전경이 펼쳐지는 ‘빙하 특급(Glacier Express)’은 전 세계 여행자가 꼭 한 번 타보고 싶어 하는 기차여행의 로망이다.
만년설이 뒤덮인 알프스 융프라우. [GETTYIMAGES]
쇼핑·관광 명소 인터라켄
예전에는 스위스의 고물가에 대한 공포와 유로화를 쓰지 않는 불편함 때문에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를 여행하다 하루나 이틀 정도 짧고 굵게 스위스를 찾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알프스산맥과 호수를 낀 압도적인 자연 풍경은 물론, 산악 액티비티와 산간마을 구석구석까지 거미줄처럼 연결된 기차여행이라는 확실한 매력 때문에 낭만 여행을 꿈꾸는 여행객들의 성지가 됐다.인터라켄 회헤베크 거리 풍경. [GETTYIMAGES]
알프스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호수 툰. [GETTYIMAGES]
융프라우 철도 교통 패스 이용해야
해발 567m에 자리한 인터라켄은 ‘알프스의 3대 봉우리’로 일컬어지는 융프라우, ‘아이거’(Eiger·3970m), ‘묀히’(Mo‥nch·4099m)를 지척에 두고 있어 1년 365일 여행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중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융프라우로 떠나는 산악기차는 인터라켄에서 시작된다. ‘라우테르브루넨’(Lauterbrunnen·796m), ‘그린델발트’(Grindelwald·1034m), ‘벵겐’(Wengen·1274m), ‘클라이네 샤이데그’(Kleine Scheidegg·2061m), ‘피르스트’(First·2168m),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3454m) 등 융프라우 지역의 보석 같은 산간마을들을 찾아갈 때도 반드시 인터라켄을 거쳐야 한다. 인터라켄에는 시내를 중심으로 동쪽에 동역, 서쪽에 ‘서역’(웨스트역·Interlaken West)이 있다. 동역은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모든 열차가 출발하는 곳이며, 서역은 유럽 국가와 스위스 다른 도시를 오가는 관문 역할을 한다. 두 역 사이 거리는 도보로 20분 정도로 멀지 않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서역 주변은 각종 호텔과 수많은 상점, 레스토랑, 카페가 모여 있어 밤늦도록 불을 밝히지만, 동역은 차분하고 조용한 편이다. 알프스를 기차로 여행하는 일정을 세웠다면 숙소는 동역 주변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인터라켄에서 즐길 수 있는 기차여행 코스는 여행자의 시간과 예산,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다만 융프라우에서 연속으로 하루 이상 머물 계획이라면 살인적인 스위스 물가를 고려할 때 융프라우철도 교통 패스를 구매하는 편이 낫다. 머무는 시간별로 구매 가능하며, 사용 기간 내 융프라우요흐 1회 왕복을 포함해 6개 노선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유스 패스도 별도로 판매하고 있어 허니문이나 배낭 여행객뿐 아니라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도 유용하다. 여름과 겨울 시즌으로 구분되며, 인터라켄 동역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까지 가는 산악열차. [GETTYIMAGES]
다양한 액티비티 즐길 수 있어
머무는 일정에 따라 노스페이스로 불리는 ‘아이거 북벽’(Eiger North Face·3970m) 아래에 있는 ‘그린델발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피르스트’까지 가는 코스를 선택하거나 ‘빌더스빌’(Wilderswil·584m)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비밀의 화원으로 불리는 ‘쉬니게플라테’(Schynige Platte·1967m)로 향할 수 있다. 또 라우터브루넨에서 가파른 절벽 위에 세워진 마을 ‘뮈렌’(Mu‥rren·1661m)까지 가는 코스와 벵겐에서 33번 하이킹 코스가 유명한 ‘멘을리헨’(Ma‥nnlichen·2343m)으로 가는 여정도 추천할 만한 기차여행 코스다. 곤돌라 탑승 시간이나 기·종착지가 개방되는 시점은 계절마다 다르니 방문 전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코스마다 스노보더와 스키, 마운틴 카트, 트로티 바이크 등 스릴 넘치는 액티비티나 자전거 하이킹, 트레킹 등 알프스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레포츠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으니 시간이 허락된다면 꼭 체험해보자.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스위스로의 낭만 여행을 꿈꾼다. 영화에서나 봤던 알프스 영봉들이 병풍처럼 도시를 감싸고 있는 인터라켄이야말로 상상했던 스위스의 모든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이번에는 어디로 떠나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면 낭만을 담은 산악기차에 올라 만년설로 뒤덮인 알프스의 오색찬란한 풍경 속으로 훌쩍 떠나보자.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