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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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 쉬는 건강 미생물의 보고(寶庫) 한국 전통 장류

농식품부, 전북 순창군·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과 장류의 기능적 우수성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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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24-04-1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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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효식품은 면역력을 키우고 암을 예방하는 등 건강에 유익한 다양한 기능성이 국제 학술지에 다수 보고되면서 그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발효식품은 장 기능을 개선하고 비만과 고혈압을 예방하며 혈중지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탁월하다. 감염병이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발효식품이 더 주목받고 있다.

    한국 전통 장류에는 발효 과정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1000종 넘는 미생물이 존재한다.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 제공]

    한국 전통 장류에는 발효 과정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1000종 넘는 미생물이 존재한다.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 제공]

    전통 장류에 함유된 다양한 미생물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장류는 세계적으로도 미생물 종류가 다양해 매우 우수한 발효식품으로 평가받는다. 세계 발효식품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보면 중국 전통 발효주(백주) 173~875종, 프랑스 와인 19~324종, 중국 전통 발효차(보이차) 59~62종, 요구르트 56~149종, 사우어크라우트 76~1157종, 치즈 20~200종인 데 반해, 한국 장류는 평균적으로 청국장 71종, 고추장 606종, 된장 610종, 간장 1998종에 이르러 다른 나라 발효식품에 비해 미생물 수가 많은 편이다(그래프 참조).

    전통 장류란 삶은 콩에 자연에 존재하는 곰팡이, 지푸라기 미생물인 고초균(枯草菌·Bacillus sp.) 등 미생물의 발효 과정이 작용해 만들어진 한국 고유 식재료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을 가리킨다. 간장, 된장, 고추장 원료가 되는 메주는 대두(콩)를 삶아 네모나게 만든 후 짚으로 묶어 공기 중의 미생물이 유입되도록 따뜻한 곳에서 약 40일간 발효시킨다. 고추장은 곡류나 메줏가루에 고춧가루, 소금 등을 혼합해 6개월가량 발효·숙성 기간을 거친 뒤 제조한다. 된장, 간장의 경우 항아리에 메주와 소금물을 넣어 40일 정도 발효·숙성시킨 후 걸러낸 건더기는 된장이 되고, 여액은 간장이 된다. 각각 짧게는 20일, 길게는 몇 년 동안 숙성시켜 만든다. 청국장은 삶은 콩에 볏짚을 꽂아 온돌의 아랫목처럼 따뜻한 곳에 2~3일가량 두면 볏짚에서 유래하는 고초균의 발효로 만들어진다. 이처럼 한국 장류에는 이로운 미생물로 알려진 고초균과 노란곰팡이(황국균), 유산균, 효모 등 1000종 넘는 다양한 미생물이 존재해 건강에 도움을 준다.

    한국형 미생물 10만 건 이상 자원화 기대

    또한 전통 장류에 관여하는 미생물은 대부분 해당 지역 기후나 원료 등 환경은 물론, 장을 만드는 사람이 보유한 미생물도 함께 작용하기에 지역과 장류의 종류, 제조 시기, 제조사별로 다르다. 그뿐 아니라 발효·숙성 기간에 따라 장류 내 미생물 균총이 변화하는데, 이는 미생물의 작용으로 생성되는 대사산물과 연관돼 장류의 맛과 품질을 결정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전통 장류의 여러 기능과 우리 몸에 미치는 이로운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규명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원 아래 2020년 선행연구 사업을 기점으로 2025년까지 진행되는 ‘장류 기능성 규명 사업’이 대표적 예다. 전북 순창군과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은 미국 텍사스대 등 8개 국내외 대학·연구소·기업과 협업해 국내에 시판 중인 장류의 안전성을 모니터링하고, 효소·세포·동물·인체에 대한 기능적 우수성의 과학적 근거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을 기반 삼아 장류 미생물 분석을 통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국 전통 장류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장류 소비 확대와 글로벌 식품 육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노력 중이다.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로바이오틱스는 면역 증진, 장 기능 개선, 항비만 등 다양한 기능성을 갖췄다. 소비자의 높은 관심 속에서 시장 규모가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인데, 동물성 유래 유산균(Lactobacillus rhamnosus GG 등)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전통 장류에도 우수한 프로바이오틱스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바로 고초균과 식물성 유래 유산균이다. 전통 장류에 무수히 많이 함유돼 있으며, 수천 년 전부터 선조들이 섭취해온 안전한 미생물이다. 전통 장류의 다양한 효능은 그 안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미생물이 생성한 대사산물에 의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전통 장류에서 분리된 미생물과 관련해 정장 및 항암 효과, 콜레스테롤 저하, 혈압 강하, 혈전 저해, 설사 방지, 항아토피, 항비만 등 다채로운 기능성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식품 섭취로 마이크로바이옴 조절 및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강과의 연계성에 관한 연구가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농식품부는 2022년 12월 전담 부서인 그린바이오산업팀을 신설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올해 1월에는 그린바이오산업법을 제정하는 등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그린바이오 산업이란 종자, 동물용의약품, 미생물, 곤충, 천연물, 식품소재 등 농업생명자원에 생명공학기술 등을 적용해 농업 생산성 향상, 신소재 개발 등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산업을 말한다.

    된장과 고추장 등 전통 장류에 함유된 미생물이 암을 예방하고 혈압을 내리는 등 건강에 이로운 다양한 효능을 지닌다는 기능성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GETTYIMAGES]

    된장과 고추장 등 전통 장류에 함유된 미생물이 암을 예방하고 혈압을 내리는 등 건강에 이로운 다양한 효능을 지닌다는 기능성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GETTYIMAGES]

    우리 식탁의 미래, 그린바이오

    전북 순창군과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은 미생물 분야에서 변화하는 기후환경에 대응해 우리 고유의 안전한 미생물 소재를 발굴하고, 다양한 기능성 연구를 기반으로 기업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순창군 유용미생물은행’을 통해 전통 먹거리가 미래까지 이어지도록 미생물 소재를 보전하고 있으며, 미생물 특성·실물자원 마이크로바이옴 등 데이터베이스(DB)를 공공데이터로 활용해 그린바이오 산업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2030년에 이르면 전통 장류 등에서 분리한 한국형 미생물과 생물자원이 10만 건 이상 자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순창군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먹는 미생물 공급기지로서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자원 확보에 그치지 않고, 기업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정보·소재 제공을 활성화해 자원 선순환을 통한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에 기여할 방침이다.



    강현숙 기자

    강현숙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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