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서울 종로구 서촌에 문을 연 카페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국 3대 커피 중 하나인 인텔리젠시아는 최상급 커피인 ‘스페셜티 커피’(스페셜티커피협회에서 정한 기준으로 커피를 평가해 80점 이상을 받은 커피)를 선보이는 카페다. 그런 인텔리젠시아가 미국(12개 매장 운영 중) 밖에선 최초로 한국에 매장을 오픈해 화제인 것이다.

인텔리젠시아만이 아니다. 모로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이자 ‘커피계 에르메스’라는 별칭을 가진 싱가포르 ‘바샤커피(Bacha Coffee)’도 롯데백화점과 단독 계약을 맺고 7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캐나다 국민 커피 ‘팀홀튼(Tim Hortons)’은 지난해 12월 강남구 신논현 사거리에 상륙했고, 일본 후쿠오카 여행자의 필수 코스이자 회색 빛깔의 독특한 블랙라테를 시그니처 메뉴로 선보이는 ‘노커피(NO COFFEE)’는 얼마 전 강남구 압구정동에 매장 문을 열었다.

해외 유명 커피 브랜드가 한국에 앞다퉈 진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한국이 빠르게 성장하는 커피 시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1년 평균 성인 한 명이 커피 353잔을 마시는 나라(지난해 기준)로,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다. 커피 수입량은 세계 3위인데,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원두 수입액은 약 1조5000억 원이었다. 5년 전 대비 1.7배, 10년 전 대비 2.7배 늘어난 규모다. 이렇듯 한국이 커피 대량 소비국이라 해외 커피 브랜드 사이에서 ‘큰손’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또 한국은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자체적인 커피 문화를 만들어낼 정도로 커피에 ‘진심’인 나라다. 최근엔 커피가 미식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아 일부러 커피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늘고 있다. 새로운 커피 맛, 색다른 카페를 경험하려 카페 투어를 떠나는 것이다. 이 같은 한국 소비자의 높은 커피 친밀도는 해외 커피 브랜드 입장에서 볼 때 매우 긍정적 조건이다. 그들이 제공하는 새로운 메뉴와 카페 콘셉트만으로도 한국 시장에선 자동으로 차별화가 이뤄진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성공한 메뉴와 마케팅 전략은 아시아 커피 시장에서도 유효한 편이어서 한국이 다른 아시아 국가에 진출하기 전 중요한 시험대가 되기도 한다.

이제 한국에서 해외 유명 커피를 쉽게 맛볼 수 있게 됐으니 따뜻한 봄날,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골라 커피 한 잔을 즐겨보면 어떨까. 특히 한국 매장에서만 한정 판매하는 인텔리젠시아의 ‘얼터너티브 에스프레소’, 노커피의 ‘블랙크림라떼’를 맛보고 SNS 후기를 남기면 얼굴 모르는 외국인의 ‘좋아요’까지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