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미트는 독일모젤와인협회장이자 자르모젤빈처젝트(Saar-Mosel-Winzersekt)사 대표다. 와인메이커 가문 출신인 그는 독일 북서부에 위치한 와인 산지인 모젤과 자르의 발전에 평생을 바쳐온 인물이다. 특히 독일 스파클링 와인 젝트의 고급화는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힌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젝트는 프랑스 샴페인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저가 젝트가 시장을 점령하자 고급 젝트는 사라지고 말았다. 슈미트 회장은 프리미엄 젝트를 되살리고자 실험과 연구를 거듭했다. 일반 와인메이커의 젝트 생산을 규제하는 독일 관련법의 철폐에도 앞장섰다. 덕분에 독일에서 빈처젝트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빈처젝트는 오직 한 생산자의 와인으로만 만드는 고급 스파클링 와인으로, 샴페인 못지않게 제조 과정이 까다롭다.
베를린 트로켄은 모젤(Mosel)에서 생산한 리슬링 포도로 만든 빈처젝트다. 사과, 레몬, 열대과일 등 과일향이 풍부하고 단맛이 없어 상큼하다. 섬세한 기포가 주는 부드러운 질감도 매력적이다. 베를린 리슬링은 젝트가 아닌 일반 와인이다. 풋사과의 신선함과 미네랄의 은은한 조화가 아름답고, 달콤함과 새콤함의 뛰어난 밸런스가 입맛을 돋운다.

5년 전부터 슈미트 회장은 한국을 매년 방문하고 있다. 아시아와인트로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행사는 대전국제와인페어와 함께 열리는 아시아 최대 국제와인대회다. 20년 전부터 한국을 자주 방문했던 슈미트 회장은 세계 5대 와인 품평회 가운데 하나인 베를린와인트로피 측에 한국에서도 이런 대회를 열어보자고 제안했다. 이를 계기로 2013년 독일와인마케팅사와 대전마케팅공사가 공동 개최하는 아시아와인트로피가 탄생했고,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다.
슈미트 회장은 한국에 올 때마다 한식을 즐긴다.
“제가 고기를 아주 좋아해요.(웃음) 한국에는 고기 요리가 정말 다양하더군요. 양념한 고기를 숯불에 굽거나 쌈에 싸 먹을 때 저는 반드시 리슬링 젝트를 곁들입니다.”
그는 화이트 와인이 육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은 잘못된 것이라며 앞으로 많은 한국 소비자가 고기 요리와 리슬링의 훌륭한 조화를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