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이 분기 평균 80%를 넘어 고공행진을 기록한 것은 1993년 초 군내 사조직 하나회를 해체하고 금융실명제를 전격 실시하는 등 각종 개혁 조치를 전광석화처럼 이어나갔던 김영삼(YS) 전 대통령 시절을 제외하고는 문 대통령이 유일하다.
잘못한 것 하나도 없음 33.5%

리얼미터의 문 대통령 취임 100일 조사에서 특히 눈에 띈 점은 부정평가가 ‘하나도 없다’는 응답이 33.5%로 역대 가장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그래프2 참조). 우리 국민 3명 가운데 1명은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서 ‘무결점-무오류’를 꼽을 정도로 대통령의 열렬 지지자인 셈이다.
문 대통령을 긍정평가한 구체적 이유를 살펴보면 ‘서민과 약자 우선’이 23.0%로 가장 높았고 ‘탈권위/소통/공감행보’를 꼽은 응답자가 21.3%로 뒤를 이었다. ‘개혁소신/추진력’을 꼽은 응답이 18.5%였으며, ‘정의/형평 국정철학’을 꼽은 응답도 11.0%에 이르렀다. ‘평화/대화 외교안보’라는 응답은 4.9%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긍정평가에서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한 외교안보는 반대로 부정평가의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외교/안보능력 부족’ 때문에 문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률이 10.6%에 이른 것. ‘내 편과 네 편 가르기’가 11.8%였으며, ‘선심성 정책이 많다’는 19.2%로 가장 높았다.
수치로만 따지면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엇비슷해 보이지만, 이는 통계가 주는 착시다. 전체적으로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가 70%대를 기록하고 부정평가가 20%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려면 현 시점에서는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3, 4배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해당 지표를 해석해야 한다.
서민 복지 확대의 두 얼굴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평가는 앞으로 어떤 궤적을 그리게 될까. 이와 관련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부정평가에서 비중이 높았던 항목에 대한 여론의 추이다. 리얼미터의 문 대통령 취임 100일 여론조사에서는 ‘선심성 정책이 많다’는 의견이 19.2%로 가장 높았는데 취임 반년 뒤, 또는 1년 뒤 등 시간이 흐르면서 취임 100일 때 국민 일각의 우려가 해소됐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이 같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갤럽은 8월 16~17일 휴대전화 RDD 조사와 집전화를 보완해 전국 성인 1006명으로부터 유효 응답을 받았다. 응답률은 19%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한국갤럽은 대통령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와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를 각각 한 가지씩 꼽아달라고 했는데,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이유가 비슷했다. 물론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부정평가 15%의 5배가 넘는 78%를 기록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긍정평가를 한 이유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서민 복지 확대’(19%)와 ‘국민과 소통을 잘하고 국민과 공감하려는 노력을 잘한다’(19%)였다. 부정평가의 주된 이유는 첫 번째가 과도한 복지(16%)였고, 두 번째가 보여주기 식 정치(11%)였다. 서민 복지 확대와 과도한 복지에 간극이 잠복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소통과 공감 노력에 국민의 긍정평가가 높지만 정책 성과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보여주기 식 정치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 동안 국민에게 약속한 정책은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신설,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이다. 노인들이 받는 기초연금을 2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올려 지급하고,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게 월 10만 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키로 했다. 문제는 막대한 재원으로 그 돈을 누가 댈 것이냐다. 문재인 정부가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데 그에 걸맞게 세금을 더 내겠다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과도한 복지를 걱정한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서민 복지 정책에 들어가는 막대한 재원을 걱정한 것일 수도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잘했다는 평가와 잘 못했다는 평가의 폭이 가장 큰 분야는 외교와 복지였다. 외교 분야의 경우 잘했다는 응답이 65%였고, 잘 못했다는 15%에 그쳤다(그래프3 참조). 복지 분야 역시 잘했다는 응답이 65%, 잘 못했다는 18%였다. 경제 분야에서는 잘했다(54%)는 평가가 잘 못했다(17%)는 평가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다만 대북 문제와 관련해서는 잘했다는 평가가 53%로 높았지만, 잘 못했다는 평가도 25%로 비교적 높게 나왔다. 인사 분야에서는 잘했다(50%)와 잘 못했다(28%)의 격차가 조금 줄어들었고, 교육 분야에서는 잘했다는 긍정평가가 35%로 가장 낮았다. 잘 못했다는 부정평가도 20%에 이르렀다. 교육 정책이 앞으로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지지율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가를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하는 셈이다.
1987년 개헌으로 5년 단임제가 정착된 이후 선출된 역대 대통령은 국정수행 지지율에서 일정한 궤적을 그려왔다. 취임 초에는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다 임기 중반을 지나면서 50% 이하로 내려와 임기 말에는 20%대, 심한 경우 한 자릿수로 지지율이 하락해 식물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치기도 했다.

5년 임기 대통령의 숙명

지지율은 역설적이다.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을 때는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지지율을 만회할 기회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지지율이 높을 때는 지지율을 더 끌어올리기가 어려운 반면, 하락하기는 쉽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한편으로는 강력한 국정 추진을 가능케 하는 뒷심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만 잘못해도 한순간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어 손가락에서 모래가 빠져나가듯 지지율이 하락할 위험성이 상존한다 할 수 있다. 5년 임기 대통령의 권력누수는 5년짜리 모래시계와 같다. 처음에는 모래가 조금씩 내려가 모래시계 속 모래가 그대로인 것 같지만, 어느 정도 모래가 떨어지면 나중에는 그 속도가 더욱 빠르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다는 점에서다.
빠져나가는 모래를 멈추게 하는 방법은 국민의 신뢰를 잃지 않는 것뿐이다. 국민이 기대하는 바를 얼마나 충족해주느냐에 따라 권력이라는 모래는 더 빨리 빠져나갈 수도, 아니면 더 천천히 빠져나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