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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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수면지옥, 잠을 許하라!

“잠 좀 자게 건강보험 적용하라!”

피곤해도 잠 못 드는 사람, 자도 자도 졸린 사람…수면다원검사로 원인 찾고 치료해야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6-05-03 09: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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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신은호(42) 씨는 자도 자도 피곤한 증세 때문에 최근 병원을 찾았다 ‘수면부족’ 진단을 받았다. 늦어도 오후 11시면 잠자리에 들어 다음 날 아침 7시에 일어나는 그는 “다른 병이 있으면 모를까, 잠이 부족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내가 잠자는 동안 한 시간에 다섯 번 이상 숨이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더라”며 “낮 동안 자주 피곤하고, 집중이 안 되며, 입이 마르는 증상이 모두 수면무호흡증 때문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신씨 같은 수면무호흡증은 현대인이 많이 겪는 수면장애 가운데 하나다. 타고난 신체구조나 과체중, 노화 등으로 기도가 좁아지는 게 원인. 박동선 숨이비인후과 수면클리닉 원장(국제수면 전문의)은 “기도가 좁아졌는지 확인하려면 코골이를 보면 된다. 코 고는 소리는 좁아진 기도를 공기가 통과하는 과정에서 점막이 떨리면서 나는 것”이라며 “코를 곤다는 건 이미 기도가 좁아졌다는 신호”라고 했다. 이 증상이 심화하면 수면 중 아예 숨이 멈추는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잠을 자다 내 코 고는 소리에 깼다”는 이가 적잖은데, 실은 기도 폐쇄로 신체에 산소 공급이 차단돼 잠에서 깨어나고 자신의 코 고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수면의 질이 떨어져 아무리 오래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방치하면 고혈압,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충분히 자는데도 피로를 느낄 경우 ‘간 때문이야’라며 임의로 약을 사 먹을 것이 아니라,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면장애 외면하는 건강보험

    수면장애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문 장비를 갖춘 병원에서 하룻밤 자며 수면다원검사를 받는 것이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잠은 크게 다섯 단계로 나뉘는데, 대략 90분 주기로 1~5단계가 반복된다. 첫 번째 및 두 번째 단계는 매우 가벼운 잠에 빠진 상태다. 이후 길고 느린 뇌파가 측정되는 깊은 수면(3, 4단계)으로 나아가고, 마지막에 안구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이른바 렘(REM·Rapid Eyes Movement) 수면이 나타난다. 왜 사람의 수면이 이처럼 단계화돼 있는지는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3~5단계 수면이 불충분할 경우 신체 및 정신 건강에 각종 문제가 나타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48쪽 기사 참조).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수면다원검사 피검자에게 각종 장치를 부착해 수면의 어느 단계에서 문제를 겪는지,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한다. 미국 로이터통신 기자 데이비드 랜들은 저서 ‘잠의 사생활’에서 직접 수면다원검사를 받은 경험을 이렇게 소개했다.

    ‘상세한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심장 박동과 호흡 속도, 팔다리 움직임, 체온, 턱의 압력 등을 재기로 했다. 관자놀이에서 발목에 이르기까지 모두 16개의 전극이 붙었다. (중략) 콧구멍 안쪽에도 갈래진 모니터를 접착테이프로 붙였고 양 뺨에는 타원형 감지기를 붙였으며, 집게손가락에는 빨간색으로 빛나는 빨래집게처럼 생긴 것을 감았다. 내 목 주위에는 많은 전선이 연결된 파란색 플라스틱 상자를 매달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종합병원과 수면클리닉 등에서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온몸에 측정 장치를 부착하고 수면 중 각성 및 무호흡 유무, 코골이, 팔다리 움직임, 혈중산소 포화도 등을 측정하는 것도 동일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병원에 따라 최고 100만 원을 초과하는 검사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랜들은 저서에서 수면다원검사를 ‘건강보험회사가 2000달러나 지원해준 검사’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이 검사가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에서는 비급여 대상이다. 조양제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수면건강센터 교수(신경과전문의)는 “최근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는데 환자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병원을 찾지 못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몇 해 전부터 대한수면학회 등 학계를 중심으로 수면다원검사를 급여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면장애를 치료하는 데 널리 쓰이는 양압기가 국민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이도 있다. 양압기는 기도에 인위적으로 공기를 불어넣는 장치로, 조양제 교수에 따르면 “북미, 유럽 등 선진국에서 수면무호흡증 및 코골이를 치료하는 데 수술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입증된 치료기기”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목적으로 수술을 받으면 국민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반면, 양압기 치료 비용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실손보험에서도 양압기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치료 목적으로 양압기를 구매했다는 걸 강력히 주장하고, 법적 분쟁까지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일부 환자의 경우 실손보험에서 비용 일부를 보전받은 사례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보험 지급 대상이 아니다’라는 보험사 측 설명을 듣고 치료비 전액을 스스로 부담하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양압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수면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많은 환자가 수술을 받거나, 아예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마음의 병 고치는 게 숙면의 첫걸음

    정신적 원인으로 수면장애를 겪는 이들에게도 아직 병원 문턱이 높다.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우울장애나 불안장애의 주된 증상 중 하나가 불면증이다. 특히 우울장애는 새벽에 잠을 깬 뒤 다시 잠들기 어려운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으면 어렵지 않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정신병원’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과 약물치료를 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고통을 방치하는 사람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최근 정신건강의학과의 주된 흐름은 수면장애를 인지행동치료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한다. 환자가 좋은 수면습관을 들이도록 이끌어 불면증을 치료하는 것이다(상자기사 참조). 박한선 과장은 “환자의 수면시간을 누워 있는 시간으로 나눈 값을 잠효율이라고 하는데 잠효율이 0.85 이상이면 누워 있는 시간을 늘리고, 0.8에 못 미치면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라고 조언하는 등 환자 상태에 따라 처방이 달라진다”며 “이 밖에도 침실 환경, 취침시간 등 다양한 요소가 불면증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자신의 수면상태를 의사에게 정확히 알리고, 적절한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밝혔다.

    많은 의사와 과학자는 우리가 베개 위에 머리를 올리고 편안히 쉬는 동안 ‘나를 나답게 하는’ 지성과 감성, 건강이 새롭게 정비되고 개발된다고 입을 모은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좀 더 잘 자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건강 수면을 위한 생활습관1. 수면시간과 무관하게 항상 정해진 시간에 일어난다.

    2. 침대에서는 성관계를 제외하고 다른 일(독서, TV 시청, 식사, 공부, 통화, 인터넷 검색, 게임 등)을 하지 않는다.

    3. 침대에서 너무 오랫동안 깨어 있지 않는다. 20분 이상 잠이 오지 않으면 일어나 다른 일을 하거나, 잠시라도 다른 방에 갔다 돌아와 잠을 청한다.

    4. 잠자리에서 고민과 걱정을 하지 않는다. 고민거리가 있다면 가능한 한 낮 동안 별도의 시간을 마련해 생각하는 것이 좋다.

    5. 낮잠을 피한다. 짧은 낮잠이 건강에 도움이 될 때도 있으나 이는 예외적인 것으로, 의사의 조언이 없다면 가능한 한 낮에 자지 않는 게 좋다.

    6. 커피, 술을 피한다.

    7. 의사의 처방 없는 수면제 복용을 최대한 줄인다.

    8. 규칙적으로 운동하되, 취침 전 몇 시간 이내에는 하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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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하고 시원한 별도의 침실을 만든다.

    10. 필요하면 우유, 치즈 혹은 땅콩버터 같은 가벼운 간식을 조금 먹는다.

    도움말 |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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