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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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인덱스펀드’ 장기투자뿐

‘甲질’에 상관없이 높은 수익을 얻는 최고의 방법

  • 이건 금융컨설턴트 keonlee@empas.com

    입력2013-05-20 14: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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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인덱스펀드’ 장기투자뿐

    특정 주가지수와 연동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게 설계한 지수연동형 펀드인 상장지수펀드(ETF)가 한국시장에 상장된 지 10주년을 맞아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왼쪽에서 여섯 번째) 및 운영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2년 10월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념식을 가졌다.

    금융회사들은 갑이지만 을인 것처럼 교묘히 위장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마도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일 것이다. 전직 임원조차 “고객을 머저리라 부르고 고객 눈알을 빼먹자는 직장”이라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이들은 개인투자자는 물론 세계 유수의 기관투자자까지 환상에 빠뜨린 다음 눈알을 빼먹었고,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와 세계 경제를 송두리째 침체시키는 일에 앞장섰다.

    우리나라에서 눈에 띄는 사례로는 수많은 서민을 파멸로 몰아넣은 저축은행 비리와 수많은 중소기업을 낭떠러지로 내몬 키코(KIKO·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게 한 파생금융상품) 사태가 있다. 그러나 사실은 국내외 금융회사 대부분이 순진한 고객을 착각에 빠뜨린 다음 눈알을 빼먹는다고 봐야 한다. 그런 장난에 속고 싶지 않다면 투자의 기본 원칙만 명심하면 된다.

    # 우월적 지위가 없다면 상생의 길로

    시장을 이기려면(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얻으려면) 우월적 지위가 필수다. 예를 들어 대주주라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넘길 수 있다. 법망에 걸리지만 않는다면, 시장을 대상으로 갑(甲)질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다른 투자자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 탐욕과 공포를 극복한 고수라면, 일반 투자자가 공포에 질려 주식을 내던질 때 싸게 사고, 탐욕에 휩싸여 주식을 사들일 때 비싸게 팔 수 있다.

    그러나 이들처럼 우월적 지위에 있지 않다면, 섣불리 시장을 상대로 갑질을 하려는 시도는 자기 명만 재촉할 뿐이다. 이때 합리적인 대안은 갑질이 아니라 ‘상생’이다. 상생은 시장을 압박해 내 배를 불리는 대신, 시장과 똑같은 수익을 얻으면서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다. 내가 갑질을 하지 않는 대가로, 남에게 갑질을 당하지 않는 방식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얻는 수익이 양에 찰까. 놀랍게도, 장기적으로 시장 수익 이상을 얻는 펀드는 전체의 10% 수준에 그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이 방식을 따르면 우월적 지위에 있지 않은 평범한 사람도 장기적으로 상위 10%에 육박하는 실적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 안전하면서 수익도 높은 상품은 없다

    탐욕과 공포는 투자를 방해하는 걸림돌이다. 사람들은 탐욕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갈망하지만, 공포 때문에 손실 위험을 극도로 혐오한다. 그러나 높은 수익을 얻으려면 손실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무조건 손실을 피하려면 낮은 수익에 만족해야 한다. 둘을 한꺼번에 얻으려는 욕심이 무리를 부르고, 결국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은 둘을 한꺼번에 얻으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흔히 ‘안전하면서 수익도 높은 듯한 사이비 상품’을 만들어낸다. 이런 사이비 상품은 얼핏 보기엔 그럴 듯하지만, 숨어 있던 약점이 언젠가 폭발하면서 대량살상무기로 둔갑한다.

    금융회사에서 안전하면서도 수익 높은 상품이라고 소개한다면, 그 상품을 시한폭탄으로 간주하는 편이 좋다. 높은 수익을 원한다면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이 위험을 줄이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분산투자와 장기투자다.

    # 복잡하고 어려운 상품은 ‘노(NO)’

    요즘 금융상품은 왜 그리 복잡할까. 그럴 듯하게 보이려고 이런저런 기능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대부분 쓸데없는 기능이다. 입맛을 돋우려고 몸에 안 좋은 색소, 향료, 조미료를 듬뿍 넣어 만든 음식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기능이 복잡하면 전자제품이든 금융상품이든, 고장 나기 일쑤다. 대표적 사례가 2007년 금융위기를 불러온 주택저당증권(MBS)이다. 복잡하고 난해하기가 예술의 경지였던 이 상품은 사고가 터졌을 때 전문가들조차 손실액을 평가하지 못했을 정도다. 따라서 복잡한 금융상품은 겉모습만 화려한 불량식품 정도로 보면 된다. 당신이나 드시라고 정중히 사양하라. 금융상품은 단순할수록 아름답다.

    # 보수가 싼 인덱스펀드나 ETF에 장기투자

    역시 ‘인덱스펀드’ 장기투자뿐

    2012년 3월 20일 우리투자증권의 상장지수펀드(ETF) 자동매매 시스템인 ‘우리 스마트 인베스터’ 서비스가 나온 지 6개월 만에 누적잔액 1000억 원을 돌파한 것을 기념해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오른쪽)이 서울 중구 명동 자산관리센터(WMC)를 찾아 이 서비스에 가입했다. 왼쪽은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위의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상품이 바로 인덱스펀드다. 인덱스펀드는 시장과 상생하면서 장기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광범위하게 분산투자하는 펀드인 데다 장기투자에 매우 적합하므로,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상품의 원리가 지극히 단순해 펀드매니저조차 필요 없는 경제적인 펀드다.

    인덱스펀드의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다른 펀드보다 보수가 훨씬 싸다는 점이다. 보수는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실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개중에는 명칭은 인덱스펀드인데 보수가 비싼 상품도 있다. 이런 상품은 짠맛을 잃은 소금과 같으므로, 인덱스펀드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보수가 싼 상품을 골라야 한다. 상장지수펀드(ETF) 중에도 보수가 싼 인덱스펀드가 많다.

    시장 대표상품을 골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코스피200지수를 추적하는 인덱스펀드를 꼽을 수 있고, 미국이라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을 들 수 있다. 업종이나 테마를 따라가는 인덱스펀드도 있지만, 이런 펀드는 시장 흐름에 따라 실적이 큰 폭으로 출렁거려 위험이 크므로 장기투자에 적합하지 않다.

    장기투자도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흔히 장기투자에 부담을 느낀다. 예컨대 10년 동안 투자하라고 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생각의 방식을 이렇게 바꿔보자. 현재 내 나이가 50이고 9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내가 자금을 굴려 소득을 얻어야 하는 기간은 40년이다. 이 기간에 이리저리 상품을 찾아다니고 이 상품에서 저 상품으로 갈아타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겠는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부담이 될 것이다. 유행을 타지 않고 세월이 흘러도 든든하게 버텨주는 상품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렇게 변함없이 버팀목이 돼줄 수 있는 상품이 바로 인덱스펀드다.

    인덱스펀드에 장기투자하면 손실 위험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0년 이상 투자하면 손실 발생 확률이 5.9%, 20년 이상 투자할 경우에는 0%였다. 우리나라는 필자 계산에 의하면 10년 이상 투자할 경우 손실 발생 확률이 12%, 15년 이상 투자할 경우 0%다.

    인덱스펀드 장기투자야말로 갑질을 하지도, 당하지도 않으면서 높은 수익을 얻는, 아마도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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