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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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검사…性 검사…상상 초월

표적수사·부실수사 논란 …스스로 수사 대상 ‘충격적 사건’ 이어져

  • 이상록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myzodan@donga.com

    입력2012-12-31 09: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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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폰서 검사…性 검사…상상 초월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된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나 수사 독립성에 대한 논란이 많았지만 변명하기 어려운 ‘충격적 사건’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위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검찰의 현직 고위 간부 A씨. 그는 이명박(MB) 정부 5년의 검찰을 이렇게 평가했다. 다른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논란이 뜨거웠던 수사도 적지 않았고 그때마다 표적수사니, 과잉수사니 하는 논란도 여지없이 불거졌다. 하지만 A씨는 그것이 검찰 위기를 불러온 주범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A씨가 주범으로 지목한 충격적인 사건들은 무엇을 말할까.

    전직 고위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 B씨도 “논란이 있다는 건 바꿔 말하면 어느 쪽으로든 변명이나 설명이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정말 문제가 되는 건 변명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을 때”라며 “지금 검찰이 딱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B씨도 A씨와 비슷한 분석을 내놓은 것. 이들이 말하는 위기의 핵심은 검찰 ‘안’에 있었다.

    # 땅에 떨어진 검사의 도덕성

    지난 5년 동안 검사 비리가 그 이전보다 눈에 띌 정도로 많이 불거져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비리 수준도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심각한 경우가 많았다.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이 말하는 충격적 사건은 모두 여기로 모아진다. ‘사회 정의’나 ‘부정부패 척결’을 내걸고 수사 칼날을 겨눠야 할 검찰 스스로 수사 대상이 돼버린 상황에선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강력한 검찰 개혁을 예고한 것도 치명상을 입은 검찰의 도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검찰 스스로 자초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2012년 11월 8일 김광준(51·구속기소) 서울고검 검사의 뇌물수수 사건이 불거진 이후 12월 3일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물러나기까지, 한 달이란 짧은 시간 안에 검찰이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자신이 내사한 사건을 포함해 수차례 사건 청탁과 함께 10억 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검사를 비롯해, 조사를 받으러 온 여성 피의자와 검사실에서 성관계를 가진 서울동부지검 전모(30·불구속 기소) 검사, 수사하던 피의자들의 변호를 자신의 매형이 일하는 법무법인에 알선한 서울중앙지검 박모(37) 검사까지…. ‘뇌물 검사’ ‘성(性) 검사’ ‘브로커 검사’라는 유행어도 나왔다. 검찰 내부에선 “마(魔)가 낀 것 같다”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여기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대검 중수부) 폐지 문제를 놓고 검찰총장과 중수부장이 공개적으로 대립하는 집단 항명사태까지 벌어지면서 검찰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전·현직 검사들이 부산 지역 건설업자로부터 지속적으로 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던 ‘스폰서 검사’ 사건(2010년), 사건 청탁과 함께 현금과 그랜저 자동차를 제공받았다는 ‘그랜저 검사’ 사건(2010년), 현직 여검사가 변호사에게서 사건 청탁 대가로 벤츠 자동차와 샤넬 가방 등을 받았다는 ‘벤츠 여검사’ 사건(2011년) 등 지나간 사건은 덧붙일 자리가 없을 정도다. 검찰의 한 핵심 간부는 “지금은 누구를 탓할 때가 아니다. 검찰 내부의 치열한 반성과 눈물, 희생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 정치적 논란 불러온 사건도 적지 않아

    스폰서 검사…性 검사…상상 초월

    여성 피의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기소된 전모 검사.

    검찰 내부 문제만큼은 아니지만, MB정부 검찰에서도 논란이 됐던 수사가 적지 않았다. MB정부 초기 온 나라를 뒤흔든 촛불시위의 계기가 됐던 MBC TV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검찰이 제작진을 기소하면서 ‘정치검찰’ 논란이 일었다. 제작진 기소 여부를 놓고 수뇌부와 의견 충돌을 빚던 당시 수사팀 부장검사가 사표를 쓰기도 했다. 여기에 대법원이 2011년 9월 보도내용 가운데 일부가 허위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보도 당시 허위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 등을 들어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무죄를 확정하자 논란은 더 커졌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했던 판결 내용을 정치적 성향에 따라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해석해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의 근거로 끼워 맞추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로 이어진 대검 중수부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의 두 차례 수사는 검찰의 과잉수사, 표적수사 논란을 불러왔다. 평소 검찰을 옹호하던 사람들에게서조차 “수사를 통해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밝혀내느냐 는 것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한 전 총리 사건은 2년 가까이 서울지검 2개 특수부가 집중 수사를 벌였지만 법원에서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그러자 지난 정권 핵심 인사를 대상으로 표적수사를 벌였다는 비난이 거세졌다.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수사팀 처지에서는 ‘실체적 진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무죄 판결 역시 혐의 입증이 부족했던 것이지 죄가 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국민은 법률가처럼 사건을 볼 수 없고, 그 시작과 끝만 본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 논란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땅 의혹 사건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의 경우 국무총리실 자체 조사와 검찰 수사를 거쳐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관과 이영호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등이 구속 기소돼 2012년 10월 1심에서 모두 실형이 선고됐지만 불법사찰을 지시한 ‘몸통’까지는 수사가 닿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내곡동 사저 땅 의혹 사건 역시 검찰 수사와 특별검사 수사까지 거쳤지만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폰서 검사…性 검사…상상 초월

    2012년 6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송찬엽 서울중앙지검 1차장.

    # 고질적인 코드 인사에서 벗어나야

    어느 정권이든 출범할 때마다 ‘검찰 독립성 확보’와 ‘검찰 개혁’을 외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표적수사 논란과 과잉수사 논란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법조계 안팎에서는 정권 차원에서 지연, 학연을 중심으로 한 ‘코드 인사’를 원천 배제하지 않는 한 악순환 고리를 끊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영남 출신)’ 연고 인사 스타일 가운데 검찰은 두 가지 요건을 갖췄는데, 바로 고려대 출신과 TK(대구·경북) 출신이었다.

    사실 코드 인사는 이명박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호남 정권이 들어서면 호남 인맥이, 영남 정권에서는 영남 인맥이 검찰 주요 보직을 점령하듯 차지하는 모습을 이미 여러 차례 보여 왔기 때문이다. 정권 혜택으로 요직에 앉은 검사들이 정권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일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인 것. 반대로 중심에서 밀려난 검사들은 박탈감과 상실감에 빠져 지내며 다시 주류로 올라갈 궁리만 하다 보니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는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래서 뜻하지 않은 문제도 불거진다. 현직 검찰 고위 간부 C씨는 “경북 출신인 김광준 검사가 이명박 정부 초기(2008년 3월) 서울지검 특수3부장으로 간 것은 정부와 검찰 TK 인맥의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수3부장 시절 자신이 내사하던 유진그룹에서 5억9000여 만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권과 검찰 모두 코드 인사를 연결고리로 ‘안전한 동거’를 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만 함께 살아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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