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청와대의 경내 진입 거부로 무산됐다. “중대 기밀은 제외하고 선별적으로 압수수색을 하겠다”는 제안도 거부당했다. 압수수색은 강제수사의 한 방법으로, 그 집행은 최종적으로 물리력 행사로 담보한다. 하지만 특검은 이번에 영장 강제 집행에 나서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검경은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구원파의 본거지 ‘금수원’에 대해 협의 후 영장을 집행한 바 있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이 규범적으로 정당할까. 청와대가 내세우는 거부의 근거 법 조항은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제111조다. 제110조는 ‘군사상 기밀을 요하는 장소에 대한 압수 또는 수색의 제한’이고, 제111조는 ‘공무상 비밀인 물건에 대한 압수의 제한’이다. 전자는 장소에 대한 내용으로 압수와 수색이 모두 제한되고, 후자는 물건에 대한 내용으로 압수만이 제한된다. 그리고 거부 권한을 가진 자(거부권한자)는 제110조의 경우 ‘책임자’이고, 제111조는 ‘물건을 소지한 공무원’ 또는 ‘당해 감독 관공서’가 된다. 이 두 경우 모두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동일한 전제 요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바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다.
먼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청와대가 특검의 경내 진입조차 거부했다는 점이다. 특검은 ‘압수’는커녕 압수의 전제 행위인 ‘수색’(청와대 진입)도 하지 못했다. 이로써 청와대의 영장 거부 근거는 형사소송법 제110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건에 대한 압수 제한을 규정한 제111조를 근거로 해서는 청와대 진입이라는 수색 행위를 거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청와대는 경내 전체가 공무상 비밀을 넘어 군사상 기밀장소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일선 군부대나 청와대 외교안보실 등 특정지역이라면 모르겠지만, 청와대 전 지역이 군사상 기밀장소라는 주장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더욱이 청와대는 영장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법률상 거부권 행사 요건인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에 대한 구체적 사유를 적시하지 않았다.
압수수색은 강제수사 방법 가운데 하나다. 압수수색이 대상자의 허락이 있어야 집행될 수 있다면 이는 강제수사가 아니라 임의수사의 영역이 된다. 결국 청와대는 우리나라에서 압수수색의 제외구역이 되고 만 셈이다.
그렇다면 압수수색을 거부한 청와대 책임자를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는 없을까. 먼저 처벌이 가능하려면 거부권 행사가 부당하다는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 더욱이 거부권 행사에서 ‘폭력’ 또는 ‘협박’이 있었거나 ‘위계’라는 방법이 동원됐어야 한다. 하지만 특검이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음으로써 ‘폭력’ 또는 ‘협박’은 애당초 개연성이 사라졌고, 청와대가 거부 요건을 적시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위계’를 적용하기도 어렵게 됐다. 청와대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구체적인 사유를 적시하지 않은 배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압수수색을 거부당한 특검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협조 요청을 한 이유를 두고도 말이 많다. 아마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상태에서 청와대 압수수색 해당 장소의 책임자임을 자임한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황 권한대행에게 있다는 점, 공무원은 누구나 상급자의 지휘감독권에 복종해야 한다는 규정 등에 따른 판단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