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 단위 성과급이 가시화되자 SK하이닉스 공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40세 박사 졸업했는데 혹시 어떻게 안 될까요? 충성을 다할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생산직 공채가 진행 중인 4월 24일 직장인 커뮤니티엔 여러 가지 우스갯소리가 잇따라 올라왔다. 이날 SK하이닉스 영문 로고가 새겨진 조끼를 입은 남성의 뒷모습 사진과 함께 ‘현시점 최고의 소개팅룩’이라는 게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요즘 하이닉스 직원들은 소개팅 자리에서 일부러 삼성전자 다닌다고 말한다”며 “직장보다 사람 됨됨이를 보는 상대가 있으면 그때 하이닉스라는 걸 밝힌다”라는 글도 올라와 화제가 됐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억대 성과급이 가시화되면서 SK하이닉스 공채가 사회적 이목을 집중케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입사자 스펙 문의 쇄도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노사 협의를 통해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 재원으로 활용하고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기로 했다. 올해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200조 원을 넘어서리라는 게 증권가 예측이다. 이에 따라 올해 성과급이 인당 평균 6억 원, 내년에는 13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면서 직장인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공고 졸업했고, 내신은 2점대. 반도체 후공정 6개월 경력, 기능사 자격증 보유했습니다. 전역하고 복직 후 SK하이닉스 이직 계획 중인데 어떻게 계획 세우면 좋을까요?”
4월 중순부터 온라인 취업카페에는 SK하이닉스 이직이 가능하겠느냐는 게시 글이 줄을 이었다. SK하이닉스 입사자들의 실제 합격 스펙을 묻는 글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 직원 사이에서도 SK하이닉스에 지원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4월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쟁의에 참가했던 삼성전자 직원 A 씨는 “주변에서 SK하이닉스 공채에 지원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다니는 A 씨의 대학 동기와 입사 동기들 역시 이번 SK하이닉스 공채에 지원했다고 귀띔했다.
교육계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의학 계열 인기 전공을 통칭하는 ‘의치한약수’(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의 줄임말)에 반도체가 추가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취업이 연계된 반도체 계약학과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다. 4월 26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의 수시합격선(교과·종합 평균)은 2026학년도 1.47등급으로 집계됐다. 학과 개설 첫해인 2021학년도 당시 3.1등급보다 큰 폭으로 상승해 최근 6년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수시 합격선(학업우수·계열적합) 평균은 2.68등급으로 역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21학년도 3.25등급 대비 크게 상승한 수치다.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지원자도 2024학년도 423명에서 2026학년도 1289명으로 3배 이상 수준으로 늘었다.
직장인 사회에선 격세지감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공대를 졸업한 30대 초반 오모 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삼성, SK하이닉스 둘 다 붙으면 삼성으로 가는 동기가 많았다”며 “SK하이닉스는 학점이 크게 떨어지지만 않으면 어렵지 않게 입사할 수 있었던 곳”이라고 말했다. 공대를 졸업하고 건설사에 다니는 30대 초반 이모 씨도 “5년 전만 해도 업무 강도가 높다는 인식 때문에 워라밸을 고려해 SK하이닉스에 가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입사 동기 중에서도 SK하이닉스를 다니다가 현 회사로 이직한 사람이 몇몇 있다”고 말했다.

소개팅 필승 옷으로 꼽힌다는 SK하이닉스 작업복. 블라인드 캡처
공학계에 볕드나
대규모 성과급 기대는 SK하이닉스 내부 풍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하이닉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자는 2023년 1044명에서 2024년 756명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824명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3년 2.8%에서 지난해 2.0%로 하락했다. 반면 비교적 짧게 다녀올 수 있는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자는 늘었다. 2023년 735명, 2024년 794명에서 지난해 1091명으로 증가했다.이직률도 크게 낮아졌다. SK하이닉스 자발적 이직률은 2021년 3.5%에서 2024년 0.9%로 떨어졌다. 특히 이직이 활발한 30세 미만 연령층에서 감소폭이 컸다. 해당 연령대 자발적 이직률은 같은 기간 5.7%에서 1.6%로 줄었다.
성과급 요구는 자동차·조선·방산 등 업황이 좋은 대기업과 하청노조로까지 번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순이익(10조3648억 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3조1000억 원 규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도 11% 기본급 인상에 성과급 상한 폐지를 주장한 상태다.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올해 하청·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원청 근로자와 동일한 금액 지급을 요구하기로 했다.
공학계에서는 성과급 중심 보상체계가 인재를 묶어두는 ‘로크인(lock-in)’ 효과를 강화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공대를 졸업한 기술직 공무원 김모 씨는 “공학자가 대우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공대 졸업자 이모 씨는 “서울 상위권 공대에 진학해도 공학에 큰 뜻이 없으면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적잖았고 의대로 반수하는 대학 동기도 많았다”며 “반도체업계 성과급이 크게 늘어 공학계로 가는 인재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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