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14일 코스피가 장중 3% 넘게 하락하며 4011.57로 장을 마감했다. 동아DB
하지만 코스피가 11월 3일 최고점을 찍은 뒤 14일에는 4011.57까지 5%나 하락했고, 주요국 증시도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는 변동성 장세가 나타나면서 막연히 상승만을 기대하던 개인투자자는 불안에 떨고 있다. 최근 들어 하루에도 몇 차례씩 희비가 엇갈리는 이런 시장에서 초보 투자자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응해야 할까.
역사가 증명한 추세 추종과 평균 회귀 공존
첫 번째로 점검해야 할 것은 ‘최근성 편향’이다. 최근성 편향은 사람들이 과거 사건보다 최근 사건과 현상에 더 많은 가중치나 중요성을 부여하는 인지 편향이다. 즉 사람들이 최신 정보에 크게 의존하는 심리적 경향으로 투자 결정, 정치 판단, 경제 전망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코스피가 많이 올랐으니 앞으로도 계속 오르리라 생각하는 것도 최근성 편향의 결과일 수 있다. 이는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투자 전문가도 빠지기 쉬운 편향이다.두 번째로 ‘예측과 전망’에 기반한 투자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투자자는 끊임없이 예측하려 한다. “어떤 종목이 더 많이 오를까” “내가 고른 종목이 얼마까지 상승할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장 예측은 전문가에게도 어려운 영역이다.
1929년 대공황(미국 월스트리트 대폭락에서 시작해 1930년대 전 세계로 확산된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깊고 장기적인 경기침체) 직전 당시 최고 경제학자 중 한 명이던 어빙 피셔 미국 예일대 교수는 “주가는 영원히 하락하지 않을 고지대에 도달했다”고 낙관했지만 얼마 후 주가가 90% 폭락하며 대공황이 시작됐다.
1994년 설립된 미국 헤지펀드사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와 수학 및 경제학계 석학들이 파트너로 참여하며 고도의 수학적, 통계적 모델링을 기반으로 전 세계 채권시장에서 차익 거래를 실행해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1998년 그들 역시 시장 변동성 예측에 실패하며 파산에 이르렀다.
세 번째로 ‘방향성 투자’를 하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방향성 투자란 시장이나 특정 자산의 상승 혹은 하락 방향을 예측하고 그 흐름에 베팅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막연히 한쪽 방향만 가정해 투자한다면 시장이 예상과 다른 흐름으로 흘러갈 때 손실 크기가 커지고 대응도 어려워진다. 특히 2~3배 레버리지형 상품에 가입했거나 선물, 옵션 등의 상품을 잘못 활용하면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부딪힐 수 있다.
따라서 개인투자자, 특히 초보 투자자라면 다음과 같은 부분에 주의하면서 투자에 임해야 한다. 우선 최근성 편향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추세 추종(momentum)과 평균 회귀(mean reversion)가 공존한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추세가 계속된다면 최근성 편향이 투자에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평균 회귀 현상이 나타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음을 미리 염두에 둬야 한다. 정확한 추세 전환 시점을 알 수만 있다면 더 큰 수익을 얻겠지만, 누구도 그 시점을 알지 못하기에 평균 회귀 가능성을 늘 고려하면서 투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다음으로 변동성도 ‘비용’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보통 주가가 오르기만 하면 그사이 일어나는 일은 다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그렇지 않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직후 시장에 풀린 유동성은 한국 증시에 불을 붙였다. 2020년 초 4만 원대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그해 말 8만 원대까지 상승했고, 곧 주당 10만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10만전자’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5만 원대까지 하락했고 올해 10월에야 10만 원을 돌파했다. 투자자들이 4년 10개월간 느낀 스트레스는 매우 큰 ‘비용’이었으며, 다른 투자로 수익을 낼 수 있었을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감내해야 했던 고통의 크기는 더 크다. 따라서 가급적 변동성을 낮추면서 손실 가능성도 적은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위험 낮추는 게 최우선
투자자는 투자가 ‘예측’이 아닌 ‘대응’ 영역임을 알아야 한다. 예측력이 부족한 초보 투자자라면 더욱 그렇다. 대응은 주가가 상승할 수도 있지만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미리 하락에 대비하는 것이다. 시장 하락에 대비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자산배분이다. 특정 자산이 하락하더라도 상관관계가 낮은 다른 자산이 상승해 포트폴리오의 전체 위험을 낮추는 방법이다.마지막으로 투자 목적은 높은 수익률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수백 년 동안 전 세계 수많은 투자자가 높은 수익률에 도전했지만 장기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워런 버핏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언론에 등장하는 이들이라도 장기 성과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기대만큼 높지 않다. 압도적인 초과수익은 쉽지 않지만 적절한 자산배분만으로도 충분히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 높은 수익을 쫓는 과정에서 일상의 행복을 놓치거나 건강을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큰 부를 향해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하거나 단기투자에 매몰돼 삶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