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월 이혼 소송 항소심 1차변론에 출석하고 있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시스
노 관장은 대법원 선고 이후 첫 내놓은 공개 메시지에서 “살림을 챙기고 아이를 키우며, 또 부모님을 모시며 살아온 공간을 떠나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에는 정리된 이삿짐과 자녀들이 어릴 적 그린 그림, 결혼할 때 입은 옷 등이 담겼다. 이 게시물은 각종 매체에 보도되며 관심을 모았다.
‘자충수’로 돌아온 ‘노태우 300억 비자금’
노 관장은 항소심에서 가정과 여성의 가치를 강조한 것과 함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SK에 유입됐다고 주장해 승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0월 16일 판결에서 노 관장의 주장대로 ‘300억 원이 SK에 유입됐다’고 하더라도 불법자금으로 보이기 때문에 분할을 요구할 수 없다며 항소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비자금 300억 원이 노 관장에게 ‘자충수’가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세간에서는 노 관장이 파기환송심에서는 다시 한 번 가정과 여성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 전략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론의 지지가 필요하다. 노 관장이 SNS에서 3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시부모를 모셨던 일, 자녀들이 준 선물 사진 등을 상세히 올리며 ‘대통령의 딸’이 아닌 며느리이자 엄마, 아내인 ‘평범한 가정주부’ 이미지에 방점을 찍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다.
노 관장이 서울 광진구 소재 현 거주지에서 거주한 기간을 37년으로 표현한 것도 결혼 이후 오랜 세월 동안 가정을 지켜왔다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함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노 관장이 해당 빌라에 입주한 시점은 2016년으로, 실제 거주 기간은 9년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노 관장은 현 거주지로 옮기기 전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성북구 등에서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은 2022년 12월 1심 선고 직후에도 이런 패턴을 보였다. 노 관장은 사실상 완패했다고 평가받은 1심 직후 공개 인터뷰에서 “수치스럽다”고 하는 등 강한 멘트를 사용하며 재판부를 정면 비판하는 등 여론전에 나섰다. 또한 최태원 회장의 동거인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상대를 비난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2023년에는 노 관장 측 변호사가 인터뷰를 통해 “최 회장이 동거인에게 1000억 원을 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대법원 선고 이후 공개 발언을 자제하던 노 관장이 SNS 활동을 재개한 것은 다음 소송 전략이 본격적으로 수립됐고 그에 따른 움직임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심이 1조4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재산분할의 근거로 판단한 핵심은 ‘300억 원 유입’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SK 유입 여부와 무관하게 비자금 존재 자체가 불법이라며 재산분할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재산분할의 판단 기준이 되는 유형적 기여와 무형적 기여 중 300억 원을 통한 유형적 기여가 사라진 상황에서 무형적 기여는 혼인 기간, 시부모 봉양, 자녀 양육 등 내조로 압축된다. 노 관장이 SNS에서 ‘37년간의 내조’를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노 관장 입장에서 내조는 파기환송심에서 반드시 높은 비중으로 평가받아야 할 부분일 것이다.
“재판 영향력 미미” vs “여론몰이 효과적”
한편 노 관장의 SNS는 각종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노 관장이 SNS에 올린 빌라는 서울 광진구 소재 특급호텔이 운영하는 곳으로 월 임대료가 7000만 원 수준인데, 현재까지 20억 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노 관장이 최 회장의 사면을 반대하는 편지를 청와대에 보냈던 사실 등도 재판 중 회자되기도 했다.
여론전 재개에 대한 법조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 가사 전문 변호사는 “내조를 통한 기여는 이전 공판에서 충분히 주장했을 것이기에 새로운 증거 등이 없다면 재판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또 다른 변호사는 “기여도 판단은 결국 재판부의 재량에 달려있는데, 재판부는 여성의 내조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최 회장 측과 SK그룹은 노 관장의 SNS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8년 넘게 진행된 소송과 비방전으로 여론의 피로감과 반감이 높아져 어떻게 마무리되든 ‘피로스의 승리(손해가 막심해 사실상 패배에 가까운 승리)’가 될 것”이라며 본질인 법정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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