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11월 30일 공개한 신형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 [테슬라 제공]
“최고로 미래지향적 느낌”
테슬라가 11월 30일(현지 시간) 사이버트럭 인도를 시작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사이버트럭이 시제품 공개 4년 만에 고객에게 전달된 만큼 SNS에서는 여러 후기가 공유되고 있다. 사이버트럭 1호 인도자는 SNS 레딧 공동창립자인 알렉시스 오해니언이다. 그는 사이버트럭에 대해 “크지만 다루기 힘들지 않다”며 “최고로 미래지향적인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테슬라에 따르면 사이버트럭 사전 예약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오랜 준비 기간을 거친 만큼 사이버트럭의 스펙은 화려하다. 제로백은 최상위 모델 ‘사이버 비스트’ 기준 2.7초에 불과하다(표 참조). 픽업트럭이지만 내연기관 자동차 가운데 가장 빠른 차종으로 꼽히는 ‘포르쉐 911’의 속도에 뒤지지 않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1월 30일 사이버트럭을 선보이며 두 차량의 레이스 영상을 공개했는데, 결과는 사이버 비스트의 승리였다. 특히 사이버 비스트가 포르쉐 911을 견인한 상태로 레이스를 펼친 사실이 영상 말미에 나와 충격은 배가됐다. 길이 5.68m, 너비 2.41m에 달하는 사이버트럭은 한 번 충전으로 약 515㎞를 주행할 수 있다(사이버 비스트 기준). 적재용량이 1.1t에 불과해 픽업트럭치고는 적다는 평가를 받지만 견인력은 약 5t으로 양호하다. 가격은 모델에 따라 6만990~9만9990달러(약 8000만~1억3000만 원)에 달한다.
문제는 차체에 사용된 스테인리스강의 무게와 강도다. 무게를 줄이려고 자체적으로 초경량 합금을 개발했지만 여전히 일반 차에 비하면 무겁다. 강도 또한 높아 사이버트럭 제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머스크 역시 2019년 11월 25일 당시 트위터를 통해 “사이버트럭이 평면인 이유는 초고경도 30× 강철에 도장을 찍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테슬라의 강점은 ‘소품종 대량생산’을 통한 생산 효율 극대화다.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을 제외하면 현재 4개 모델만 판매하고 있다. 차체를 한 번에 찍어내는 기가프레스 방식으로 차를 제작하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적은 모델을 낮은 비용으로 대량생산하는 데 특화돼 있다. 자동차 리서치업체 ‘켈리 블루 북(KBB)’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국에서 테슬라 모델Y는 9만5539대 판매됐다. 같은 기간 전체 전기차 판매량의 30.5%로 2~5위 브랜드(포드·현대차·쉐보레·리비안)가 판매한 전기차 대수(7만2028)보다 테슬라의 단일 모델 판매량이 많다. 테슬라가 올해 가격을 인하하며 치킨게임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후광 효과 내는 제품”
테슬라가 사이버트럭 생산을 위해 9000t급 기가프레스를 도입했지만 전문가들은 사이버트럭의 대량생산이 쉽지 않으리라 전망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스테인리스강을 차체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자동차 기업은 사실상 없다”며 “디자인과 제작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는 만큼 테슬라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머스크는 “2025년 연간 25만 대 사이버트럭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시장 전망은 보수적이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테슬라가 2025년 사이버트럭 7만5000대를 생산할 것으로 추정했다. 머스크 역시 10월 19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우리가 사이버트럭으로 자신의 무덤을 팠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버트럭이 대량생산에 도달하고 현금 흐름을 긍정적으로 만들기까지는 엄청난 도전이 있을 것”이라며 “사이버트럭에 대한 기대를 누그러뜨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이버트럭은 테슬라의 ‘애물단지’에 불과할까. 일각에서는 사이버트럭이 의외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된 임무가 판매보다 홍보에 가깝다는 것이다. 캐나다 투자은행 RBC캐피털마켓의 톰 나라얀 애널리스트는 “사이버트럭은 후광 효과를 내는 제품에 가깝다”며 “소비자를 기존 주류 차량인 모델3와 모델Y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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