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 에코프로를 분석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다.”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증권가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7월 26일 장중 에코프로 주가가 고점 대비 20% 하락하며 시장에 충격을 준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간 고평가 논란을 겪은 만큼 “언제 주가가 하락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시각이 다수지만 “개인투자자의 차익실현 욕구만으로는 주가 하락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 포지션을 높이는 양상도 관측되면서 시장 참여자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7월 26일 에코프로 주가가 153만9000원까지 상승한 후 급락하면서 시장 참여자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금양, 엘앤에프의 7월 26일 주가 추이(왼쪽부터). [신한투자증권 제공]
153만→122만 원 급락
에코프로 주가는 7월 26일 153만9000원까지 상승한 후 급락해 122만8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전일 대비 주가가 20%대까지 폭등하고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하락으로 마감한 것이다. 시가총액 30조 원을 넘는 기업의 주가가 하루 만에 26.2% 변동성을 보인 탓에 시장 참여자들이 받은 충격도 컸다.이날 시장에서는 2차전지 관련주가 대부분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에코프로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도 오후 1시까지 주가가 급등해 58만4000원까지 도달했으나 고점 대비 22%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같은 시각 주가가 76만4000원에 도달했다가 17.5% 급락하며 장을 마쳤다. 엘앤에프와 금양 등 시장에서 2차전지 관련주로 분류하는 기업들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매도 주체는 개인투자자였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는 에코프로를 각각 10만846주, 1만2705주를 순매수했으나 개인투자자가 10만9290주를 순매도하면서 하방 압력을 강하게 준 것이다. 개인투자자는 전날에도 에코프로를 30만 주 이상 순매도하는 등 강한 매도세를 보였다. 에코프로비엠 주식도 마찬가지다. 7월 25일과 26일 양일간 개인투자자는 각각 13만4623주, 60만2801주를 순매도했다.
이날 2차전지주를 매도한 개인투자자 중에는 회사 내부자도 있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 임원 4명은 7월 27~28일(결제일 기준) 자사주 5790주를 장내매도했다. 매매 체결 후 2거래일이 지나야 결제일이 도래하는 만큼 실제 매도일은 7월 25~26일이 된다. 주가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급락한 시기다. 이들이 처분한 주식은 26억 원 상당이다. 금양 역시 7월 27일(결제일 기준) 임원 1명이 보유 주식 4만 주를 처분했다. 주당 15만1615원으로, 장내매도한 물량이 60억6460만 원에 달한다. 금양 주가는 8월 2일 기준 13만8100원이다.
충북 청주시 오창읍 에코프로그룹 본사. [에코프로 제공]
“단순 차익실현으로는 설명 어려워”
7월 26일 이뤄진 개인투자자의 매도세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개인투자자 다수가 단기간 집중적으로 보유해온 주식을 매도했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에코프로 주가 급락은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 이뤄졌다. 에코프로 외에도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등 주요 2차전지 관련주에서 같은 움직임이 관측된 점도 의구심을 더했다.기관투자자의 대규모 선물 매도가 개인투자자의 매도를 부추겼을 개연성도 있다. 이창환 하이투자증권 강북WM센터 영업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7월 26일과 27일 이틀간 (투자신탁회사가) 5440억 원 상당의 코스닥150 선물을 매도했고, 연기금도 7월 27일 1412억 원 상당을 매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금이 코스닥150 선물을 이만큼 대규모로 매도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덧붙였다. 기관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 하락에 베팅하면 시장에 공포감이 번질 수 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각각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 2위를 차지하는 만큼 코스닥시장이 하락할 것이라는 시각이 확산될 경우 주가가 큰 영향을 받는다. 2차전지 대장주로 분류되는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하락하면서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 또한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에코프로 주가 하락을 바라는 집단이 개입했을 개연성도 제기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돌고 있는 상황”이라며 “개인투자자의 단순 차익실현만으로는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에 거품이 생겼다는 시각이 많은 만큼 급락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투자자 사이에서는 “개인으로 위장한 세력이 있다” “에코프로그룹주를 1조 원 보유한 개인이 있다” 등 다양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에코프로 주가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공매도 잔고 추이도 관심을 모은다. 그간 에코프로 주가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공매도 투자자의 ‘쇼트 스퀴즈’(쇼트 커버링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나타나는 주가 급등 현상. 투자자들이 공매도 포지션을 재빨리 청산해 손실을 줄이려고 할 때 나타난다)가 꼽혔고, 실제로 에코프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공매도 잔고도 꾸준히 감소했다. 5월 30일 184만7518주까지 상승한 공매도 잔고 수량은 이후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고, 7월 26일 역시 전일보다 9만8795주 감소한 60만5510주로 장을 마감했다. 장 초반 주가 급등 과정에서 쇼트 스퀴즈가 발생했을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이날 기록한 공매도 잔고 수량은 5월 30일 이후 가장 적었다.
공매도 비중 높인 메릴린치
다만 일부 외국계 기관을 중심으로 공매도 비중을 늘리는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메릴린치가 대표적이다. 메릴린치는 7월 25일 보유 중인 에코프로 공매도 포지션을 다수 청산하면서 대량보유자 공시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이튿날 공매도 포지션을 늘려 다시 공시대상에 올랐다. 장중 에코프로 주가가 150만 원을 돌파하는 등 급등세가 나타나자 공매도 수량을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결과적으로 메릴린치의 공매도 또한 이날 에코프로 주가가 하락하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주식 수가 상장주식 수의 0.5% 이상일 때 대량보유자로 공시한다. 에코프로의 경우 13만 주 이상 공매도 주식을 보유하면 공매도 잔고대량보유자로 공시된다. 메릴린치는 7월 28일까지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공매도 포지션을 대거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7월 31일 기준 에코프로의 공매도 잔고 금액은 7902억 원이다.2차전지주의 높은 파고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는 7월 26일과 27일 각각 5%, 19.8% 하락했지만 이후 사흘 만에 주가가 22.6% 반등했다. 다만 8월 2일 주가가 다시 7.5% 빠지면서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금양은 7월 27일부터 사흘간 주가가 각각 -22.5%, 13.6%, 18.6% 등락하는 등 특히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동안 2차전지 관련 주가가 널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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