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라면을 고르는 한 시민. [뉴스1]
추 부총리의 라면 가격 인하 압박에 라면업체들은 현재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라면서도 속으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농심은 “정부로부터 공식 요청을 받은 것은 없지만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오뚜기 측은 “당장 가격 인하 계획은 없으며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도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라면업계는 최근 국제 밀 가격 하락이 라면 제조비용에 곧바로 연계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업체에 국제 밀 가격 하락이 반영될 때까지는 3~9개월 시차가 있다”며 “라면업체들은 밀이 아니라 대형 제분회사의 밀가루를 쓰기 때문에 밀 가격 하락이 곧바로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라면 값 10% 안팎 올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2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라면’에 따르면 2021년 라면 제조에 사용된 소맥분(밀가루) 사용량은 38만5033t으로 전체 원료 사용량의 56.6%를 차지했다. 이어 팜유가 17만4159t(25.6%)으로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됐고, 밀은 1만1528t으로 전체 사용량의 1.7%였다.
라면업계의 1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된 점도 가격 인하 압박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농심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9%, 영업이익은 85.8% 늘었다. 오뚜기는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5.4%, 10.7% 증가했다. 삼양식품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1.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6% 감소했다.
국제 밀 가격 내림세
다만 1분기 라면업계는 지난해보다 원재료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농심은 1분기 소맥분 등 원재료 매입 금액이 253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82% 늘었다. 같은 기간 포장재 등 부재료 매입 금액 또한 10.48% 증가했다. 삼양식품은 1분기에 매입한 소맥분 값이 지난해 동기 대비 21.4%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비용뿐 아니라 가스비, 전기료, 물류비, 인건비 인상이 원가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심과 오뚜기의 1분기 수도광열비(전기료와 수도료, 가스비, 연료비 등을 합친 비용)는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6.7%, 33.3% 증가했다.일각에서는 2010년 정부의 라면 값 인하 요구가 재연되고 있다며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정부는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업계뿐 아니라 제빵, 과자 등 식품업계에 가격을 인하하라며 압박을 가했고,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농심은 라면 가격을 평균 4.5%, 오뚜기는 6.7%까지 내렸다.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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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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