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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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준비금 50조 대기… 연말 코스피 3000 기대감에 돈 몰리는 증시

연간 외국인 순매수액 5년 만에 플러스 전환 가능성… ‘부화뇌동’ 투자법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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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3-06-1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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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주, 2차전지주가 국내 증시를 끌어올리면서 그간 침체됐던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GETTYIMAGES]

    반도체주, 2차전지주가 국내 증시를 끌어올리면서 그간 침체됐던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GETTYIMAGES]

    “카카오 10만 원대에 물린 뒤로 주식은 더 사지도 팔지도 않았다. 그런데 요즘 증시가 살아나는 것 같아 저평가 종목에 투자해 손해를 메워볼까 싶다.”

    30대 직장인 황 모 씨의 말이다. 최근 황 씨처럼 그만뒀던 주식투자를 재개하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10만전자’ 얘기가 솔솔 나오기에 삭제했던 주식 애플리케이션(앱)을 새로 깔았다”거나 “증시가 다시 불장(상승장)으로 진입할 듯해 투자 의욕이 충만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반도체주, 2차전지주가 국내 증시를 끌어올리면서 그간 침체됐던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자금까지 흘러들고 있어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증시를 낙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스피에 반도체, 코스닥에 2차전지

    6월 들어 코스피가 2600 선을 회복하는 등 최근 증시는 연초와 비교해 상황이 나아졌다(그래프1 참조). 3000 선을 웃돈 2021년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연초 2300 선을 나타내던 것에 비하면 상당 부분 증시가 올라온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 등 코스피를 주도하는 대형 반도체주가 강세장을 떠받치고 있는 덕이다. 지난해 3월 31일 이래 줄곧 5만~6만 원대를 횡보하던 삼성전자 주가는 5월 26일(종가 기준) 약 1년 2개월 만에 7만 원을 넘어섰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1분기 깜짝 실적이 그 기폭제가 됐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 힘입은 엔비디아가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예상보다 더 빨리 상승 사이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한 차례 조정을 받긴 했지만 코스닥은 여전히 2차전지발(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닥 2차전지 소재 기업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에 자금이 몰리면서 코스닥 지수는 4월 한때 900 선을 돌파했다. 5월 이들 종목에 대한 과열 논란이 일며 820 선이 무너지기도 했으나 6월 7일 기준 다시 880 선을 회복했다. 글로벌 전기차 기업 테슬라 주가가 최근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그 훈풍이 코스닥 2차전지주에까지 불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시에 볕이 들자 얼어붙었던 투자심리도 되살아나고 있다. 하반기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시장으로 복귀할 채비를 하는 것이다. 증시에 유입되는 자금이 늘면 이 자금이 다시 증시를 부양하는 일종의 선순환을 그린다.



    ‘투자자예탁금’(예탁금) 증가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일종의 투자 준비금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예탁금은 50조 원대로 집계되는데, 이는 올해 들어 예탁금 규모가 가장 작았던 1월 10일(43조6927만 원)에 비해 7조 원가량 많은 수준이다.

    특히 6월 1일에는 예탁금이 52조7347억 원을 기록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코스닥에 2차전지 열풍이 분 4월에는 예탁금이 약 54조 원까지 치솟았으나 주가 폭락 사태 이후인 5월 그 규모가 48조 원대로 떨어졌다. 주식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코스피,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 합도 4월 26조4000억 원에서 5월 18조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럼에도 최근 증시가 상승세를 나타내자 움츠러들었던 투자심리가 기지개를 켜는 것이다.

    ‘신용거래융자금’(융자금)도 다시 증가하고 있다. 융자금은 투자자가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대출받은 공격적인 성격의 투자금이다. 연초 15조~16조 원 수준이던 융자금은 코스닥 2차전지주에 투자가 몰린 4월 20조 원대로 늘었다가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18조3861억 원까지 감소했다. 6월 5일 18조6872억 원으로 여전히 18조 원대이긴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19조 원을 향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매수세도 강력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2일부터 6월 5일까지 외국인의 코스피 누적 순매수액은 13조7000억 원에 달했다. 이 같은 흐름이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2018년부터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한 연간 외국인 순매수액이 5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될 수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6년(11조3000억 원) 이래 처음으로 연간 외국인 순매수액이 10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크다. 외국인 매수세는 경기회복 신호탄이자 외부 자금 유입이라는 측면에서 증시를 부양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줄줄이 상향 조정하고 있다. 코스피가 6월 7일 장중 2629.92로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오르자 “연내 3000 돌파”라는 낙관적인 전망치까지 등장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 코스피 등락 범위(밴드)를 기존 2200~2600에서 2350~2750으로 높여 잡았다(그래프2 참조). 한국투자증권은 하반기 코스피가 280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KB증권은 앞서 2800으로 제시했던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2920으로 상향 조정했다. DB금융투자는 코스피 상단을 이들 증권사 중 가장 높은 3000으로 제시했다.

    좋다는 종목 아닌 좋아질 종목 찾아야

    전문가들도 하반기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강환국 퀀트 투자 전문가는 “역대 증시를 분석한 결과 5월 코스피가 좋으면 같은 해 6~10월에도 그 흐름이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올해 5월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하반기 증시도 꽤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올해는 상고하고(상반기도 높고 하반기도 높은) 증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하반기 들어 경기가 회복되고 그에 따라 반도체 등 수출 증가율이 개선되면 코스피가 2800을 넘길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화뇌동’하는 투자법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아직까지는 반도체주, 2차전지주 등 일부 섹터에 한해 상승한 강세장이기 때문이다. 염 이사는 “증시가 순풍을 탔다 해도 그냥 사람들이 많이 사는 주식을 따라 사는 투자법은 추천하지 않는다”며 “반도체, 조선 등 한동안 투자자들이 외면했던 종목이 최근 강세를 나타내는 것만 봐도 그렇다”고 말했다. 염 이사는 “저평가된 종목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역발상 투자’에 나서야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면서 “지금 당장은 안 좋지만 앞으로 좋아질 종목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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