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인천 미추홀구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SSG 랜더스가 키움 히어로즈를 꺾고 우승을 확정하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최근 한 위키 사이트에 정리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프로필이다. 정 부회장은 10월 1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프로필을 캡처해 올린 뒤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에 한 누리꾼이 “인플루언서 부분이 마음에 드셨나봅니다”라고 글을 남기자 “맞아요”라고 답했다. 정 부회장은 77만7000명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가진 파워 인플루언서다. 인스타그램에서 유명인 인증 표식을 가리키는 파란 딱지가 계정 옆에 붙어 있기도 하다. MZ세대 사이에서는 ‘용진이 형’이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불린다.
77만여 팔로어 가진 파워 인플루언서
정 부회장은 SNS를 통해 엄근진(엄격·근엄·진지)이 연상되는 재계 최고경영자(CEO) 이미지를 친근하게 바꾼 대표 인물로 꼽힌다. 그의 SNS는 아이들이 준 편지나 가족 여행 모습, 반려견 근황 등 평소 접하기 힘든 ‘부회장님’의 소소한 일상이 공유돼 있다. 때론 이마트나 SSG닷컴의 신제품 정보, 브랜드 론칭 소식, 프로야구단 SSG 랜더스 활동상 등을 알리는 비즈니스 소통 창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누리꾼 질문에 친절하게 댓글을 다는 일도 다반사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SNS 활동을 두고 대중에 친밀하게 다가가는 영민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거수일투족에 대중의 시선이 쏠리면서 논란의 빌미가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일례로 올해 초 인스타그램에 ‘멸공’(滅共: 공산주의자를 멸하다) 관련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려 논란을 불러왔고, 당시 신세계 계열사 주가까지 출렁였다. 이에 정 부회장이 SNS를 통해 사과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정 부회장은 왜 ‘양날의 검’으로 불리는 SNS 활동에 열심일까. 재계에서는 신세계와 이마트가 젊고 트렌디한 유통 기업 이미지를 갖게 된 배경 중 하나로 그의 파급력 큰 SNS 행보를 꼽는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SNS는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필수 도구인데, 정 부회장 스스로 그 효과를 입증한 셈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디지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22년은 신세계그룹이 디지털로 피보팅하는 원년”이라며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하던 일들이 디지털로 전이되고 있는 만큼 이제 우리가 고객이 있는 디지털 시공간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77만 명 넘는 팔로어는 신세계그룹의 잠재적인 소비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소문난 미식가이자 평소 요리하는 모습을 SNS에 종종 올리는 정 부회장은 ‘피코크’ 칠리새우나 피자 품평기 등을 통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며 고객과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직접 고른 이마트 자체브랜드(PB) 상품 25종으로 구성된 ‘YJ 큐레이션 박스’(9만9000원)를 출시했다. 500개 한정으로 판매된 해당 제품은 한나절 만에 모두 품절됐다. 소통을 중시하는 정 부회장은 판매 전날 ‘YJ 큐레이션 박스’ 티저 영상을 SNS에 공유했고, 품절 후에는 ‘SOLD OUT(매진)’이라는 글귀가 담긴 일러스트도 게시했다. 일명 ‘정용진표’ 아이템은 눈에 띄게 매출이 오르면서 완판 행렬로 이어졌고, 유통업계에는 ‘정용진 효과’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완판남 부회장님, 부캐 ‘제이릴라’로 사업 다각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오른쪽)과 그를 닮은 부캐 ‘제이릴라’가 함께한 모습. [제이릴라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프로필에 관해 언급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SNS. [인스타그램 캡처]
SSG 랜더스 우승, 스포테인먼트 마케팅 성공적
신세계그룹 야구단 SSG랜더스의 인기 덕분에 신세계푸드 ‘노브랜드 버거’ SSG랜더스필드점이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사진 제공 · 신세계푸드]
SSG 랜더스는 지난해 매출 529억 원을 기록하며 신세계가 인수한 지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1월 8일에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우승 당일 정 부회장은 SNS에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는 사진과 함께 ‘내년에도 이거 받고 싶음. 중독됐음’이라며 재치 있는 우승 소감을 밝혔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야구단의 선전으로 본업인 유통까지 부가가치 창출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야구단과 연계한 신세계그룹의 마케팅 전략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용진 부회장은 대중과 SNS 소통을 즐기는데, 이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모든 의견을 두루 듣겠다는 열린 마음가짐이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SSG 랜더스 우승 후 팬들에게 우승의 공을 돌리는 소감을 보니 소비자를 우선시하는 유통업계 CEO의 본모습이 반영된 듯하다”고 덧붙였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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