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처럼 시장 전반이 상승세가 아니니 부동산시장에서도 옥석(玉石)을 가려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벌써부터 투자에 돌입한 이가 적잖습니다. 특히 재건축 유망주인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재건축·재개발 전문가인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옥(玉)으로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14개 단지를 지목했다. 올해 들어 부동산시장은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면서 침체 국면이다. 서울 강·남북 주요 아파트 단지의 급매물이 기존 신고가 대비 수억 원 내린 가격에 거래되는 상황이다. 부동산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목동 재건축 단지에 주목해야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김 소장은 △학군지로서 전통적 위상 △3개 지하철 노선 덕에 우수한 3도심 접근성 △용적률을 감안할 때 좋은 재건축 사업성 △각종 개발 호재 등을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의 투자 매력으로 꼽았다. “최근 부동산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 도리어 재건축 투자가 빛을 볼 측면이 많다”고 말하는 그를 8월 2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만나 목동 재건축 투자의 현실성과 미래 가치에 대해 물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조영철 기자]
“서울 핵심 지역 분양은 ‘완판’”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추진 동력을 잃지 않나.“분명 수긍할 수 있는 분석이다. 다만 이런 전망의 전제 조건은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서 일반분양이 이뤄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은 어떤가. 지금도 시세보다 억대로 저렴한 분양가에 ‘로또 분양’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최근 신축 아파트 시세까지 흔들려 일부 지역에선 2억~3억 원 가격이 빠졌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가격 변동을 고려해도 여전히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한 편이다. 주요 지역에서 일반분양이 여전히 원활히 이뤄지는 이유다. 분양이 잘 되지 않는 곳을 보면 부동산시장에서 인기가 낮은 지역이다. 서울이라 하더라도 입지가 별로거나,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분양가가 책정된 곳들이다. 서울 핵심 지역에서 좀 괜찮은 분양 물건이 나오면 그야말로 ‘완판’된다. 규제 완화로 분양가가 더 오르더라도 그간 시장이 워낙 억눌려 있었다 보니 분양은 마찬가지로 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도시정비사업 분위기는 어떤가.
“서울 일부 지역의 노후 빌라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 재개발 사업 추진에 필요한 노후도를 충족한 곳들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히 도시정비사업 지원을 공약한 바 있어 신규 재개발 지역 지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재건축 시장도 부동산 투자 심리 위축 속에서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가령 1기 신도시에선 올해 3월 이후 1억 원 이상 가격이 뛴 곳도 있다. 최근 경기도 부동산시장은 동탄신도시의 일부 아파트 거래가가 3억 원이나 빠지는 등 침체된 상황이다. 3월 거래가 상승 후 정체 상태이긴 하지만, 경기도 다른 지역 아파트의 억대 가격 하락 속에서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결국 정부의 규제 완화가 관건으로 보이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정부가 규제를 풀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면 규제를 풀기 쉽지 않다. 섣불리 규제를 풀어 집값이 오르면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는 반발을 살 수 있다.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부동산 1호 공약이 주택 250만 호 공급이었다. 공공이 주도하는 것만으론 공급이 어렵다. 민간 영역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데, 소비자가 선호하는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의 재건축·재개발이 필수다. 규제 완화 당위성이 높아진 것이다.”
“재건축 사업성 좋은 목동”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조영철 기자]
목동 하면 학군지로서 이미지가 강하다.
“그렇다. 목동은 강남구 대치동, 노원구 중계동과 함께 이른바 서울 3대 학군으로 불린다. 목운중, 양정중고, 한가람고 등 명문 학교가 많아 중고생 자녀를 둔 이들이 목동 거주를 선호한다. 아무리 신축 아파트 단지가 여럿 들어서 주거 조건이 개선된다 해도 학군지로서 명성은 하루아침에 생길 수 없다. 목동은 자녀 교육 여건을 고려한 실거주자가 많다는 점에서 재건축과 별개로 기본적인 내재 수요가 받쳐주는 강점이 있다. 목동 신시가지 단지는 보통 1~7단지 앞 단지와 8~14단지 뒤 단지로 나뉜다(지도 참조). 앞 단지는 행정구역상 목동, 뒤 단지는 신정동이다. 전반적으로 학군이 두 곳 모두 좋다. 학원가도 골고루 형성된 편이다. 이에 따라 점차 앞 단지와 뒤 단지를 크게 구분하지 않고 있다. 가격을 비교해보면 선호도가 높은 앞 단지가 좀 더 세긴 하지만 최근엔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학군의 위상에 가려져 잘 조명되지 않는데 목동의 대중교통 인프라는 상당히 뛰어나다. 지하철 노선을 살펴보면 서울 핵심 업무지구인 CBD(중심업무지구, 종로), YBD(여의도업무지구), GBD(강남업무지구) 등 3도심 접근성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기존 3도심에 대기업 사옥과 연구시설이 밀집하기 시작한 마곡을 합쳐 4도심이라고 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목동에서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용이하다. 이 같은 인프라가 앞 단지, 뒤 단지 고루 우수한 점도 눈에 띈다. 교통 면에서 앞 단지의 장점은 서울지하철 5호선이 가깝다는 것이다. 앞 단지에서도 대장주로 불리는 7단지의 경우 목동역, 오목교역이 가까운 것이 강점이다. 9호선도 앞 단지에서 편히 이용할 수 있는 ‘황금 노선’이다. 1~4단지는 5호선 지하철역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9호선 신목동역에서 가까워 여의도, 마곡, 반포 접근성이 우수하다. 뒤 단지라고 교통이 불편한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11~13단지의 경우 2호선 양천구청역이 가까워 서울 시내 주요 지역으로 움직이기 편하다.”
“목동 신시가지 단지들의 용적률은 110~150%대다(표 참조). 용적률이란 건물 연면적(바닥면적 총합)을 대지(垈地) 면적으로 나눈 비율이다. 용적률이 클수록 토지를 효율성 높게 활용한 셈이다. 현재 목동 신시간지 단지들의 용적률은 다른 서울 재건축 유망주와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재건축 이후 일반분양 비중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성이 우수하다. 용적률과 관련해 별도의 인센티브가 필요 없을 정도다.”
2차 안전진단 ‘허들’ 낮아지나
다른 개발 호재도 있다고.“목동 신시가지 단지들을 가로지르는 국회대로 지하화 사업이 예정돼 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교차로에서 경인고속도로 신월나들목(IC)까지 약 7.6㎞ 도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11만㎡ 규모의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경의선숲길 조성 후 주변 상권이 살아나고 주거 환경이 개선돼 마포구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데 일조했다. 국회대로 지하화도 목동엔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투자처로서 목동이 제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선 규제 완화가 선결 조건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6·21 부동산대책을 통해 ‘분양가 제도 운영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본래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았던 조합원 주거 이전비 등 재개발·재건축 추진 과정의 필수비용이 반영된 것이 뼈대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도시정비사업 현장에선 이 정도 규제 완화는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데, 정부는 충분한 준비를 통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동산시장에선 안전진단 기준 등 핵심 규제 완화 시점을 내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재건축 단지가 안전진단 ‘허들’을 넘기 어려웠다.
“그렇다. 1차 안전진단은 민간업체가 맡을 수 있으나 2차 안전진단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기타공공기관)과 국토안전관리원(준정부기관)만 실시할 수 있다. 그만큼 재건축 사업에 대한 정부 측 태도와 방침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들 기관은 국토부 고시(告示)에 근거해 정밀 안전진단을 하는데, 항목별 배점 비율이 문재인 정부 들어 크게 바뀌면서 재건축 시행이 어려워졌다. 건물 내구력을 평가하는 구조안전성 비율을 이명박 정부(40%)나 박근혜 정부(20%) 때보다 크게 높은 50%로 책정한 것이다. ‘당장 무너질 건물 아니면 재건축 하지 말라’는 취지인데, 주거지로서 생활 편의성이 간과됐다.”
목동 신시가지 단지는 어떤가.
“현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14개 단지 중 2차 안전진단을 통과한 곳은 6단지(2020년 6월 통과)뿐이다. 그 정도로 문재인 정부 시절 재건축 안전진단 허들이 높았다. 그래서 한동안 목동 재건축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재건축을 비롯한 도시정비사업 추진에 우호적이기에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목동 재건축 단지 시세와 투자에 필요한 금액은 어느 정도일까. 김 소장은 “목동 신시가지 단지 시세는 서울에서도 상당한 수준이나, 재건축 후 미래 가치를 고려하면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현재 30평형 기준으로 앞 단지는 20억 원 초반, 뒤 단지는 20억 원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장주인 7단지는 전용면적 101㎡ 물건이 25억40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4월 22일 실거래가 기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가격 상승이 어느 정도 억눌려 이 정도 시세라고 할 수 있다.”
“생애 주기 고려한 신중한 재건축 투자 필요”
목동 재건축 단지의 미래 가치는 어떤가.“목동 재건축 투자의 비교 대상은 여의도다. 양천구에 신축 아파트 단지가 있긴 하나, 목동 신시가지 단지와 비교할 만한 입지는 아니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는 이미 대부분 25억 원을 호가한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30억 원을 훌쩍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 목동도 재건축이 완료되면 30억 원 이상 가치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목동 아파트 가치가 30억 원이라니 말이 되느냐’며 회의적일 수 있다. 다만 학군지라는 타이틀이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목동 프리미엄은 이미 상당하다. 재건축 진행에 필요한 좋은 조건을 모두 갖추고 규제 완화만 기다리는 곳이 목동이다. 투자 가치는 물론, 주거지로서 가치도 탁월하기에 재건축 후 ‘목동 아파트 30억 원 시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투자 시 유의할 점은 무엇인가.
“우선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투자는 ‘현금 박치기’가 필요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위치한 15억 원 이상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 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매수 후 2년 이상 실거주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다만 향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돼 갭투자가 가능해지면 실제 투자에 필요한 금액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거래절벽 속에서 나오는 급매물도 노려볼 만하다. 목동뿐 아니라 재건축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재건축 사업은 안전진단 통과→조합설립 인가→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 인가→소유권이전 등기 순서로 이뤄진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이 완료되기까지 20년 정도는 걸린다고 봐야 한다. 목동처럼 주민들 사이에서 재건축 사업 진행에 대한 공감대가 잘 형성된 곳도 15년은 예상해야 한다. 따라서 투자 의향이 있다면 자신과 가족의 생애 주기를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령 자녀의 진학 시점에 맞춰 전입해 목동 교육 인프라를 누리는 동시에 재건축 투자까지 염두에 둔 ‘몸테크’가 가능하다.”
매거진동아 유튜브 채널에서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의 ‘목동 재건축 아파트 투자 분석’ 인터뷰 영상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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