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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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發 에너지대란 수혜, 태양광株 올해 139% 급등

증시 고꾸라져도 홀로 꼿꼿… 미국 등 해외 사업 전망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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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2-08-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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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신안군 안좌도 일대 태양광 패널. [동아DB]

    전남 신안군 안좌도 일대 태양광 패널. [동아DB]

    독일 기업은 하나 둘씩 겨울철 실내온도를 예년보다 2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발발한 탓이다. 러시아는 2월부터 자국을 제재한 유럽에 보복하는 차원에서 천연가스 공급을 줄였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최대 수요국인 독일은 관련 조치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상황. 대안으로 부상하는 에너지원이 태양광이다. 한화솔루션이 유럽 자회사 큐에너지를 통해 2025년까지 독일에 500MW 규모의 태양광 개발 사업에 뛰어든 배경이다.

    태양광 기업 줄줄이 어닝 서프라이즈

    러시아발(發) 에너지대란이 지속되면서 태양광 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경기 하방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도 태양광 관련 기업들은 연이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7월 28일 어닝 서프라이즈 소식을 전했다. 올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각각 14.1%, 75.9% 상승하며 시장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를 크게 상회했다. 실적 상승의 공신은 태양광 사업이다. 당초 시장에선 한화솔루션이 2분기 태양광 분야에서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으나 예상과 달리 352억 원 흑자를 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태양광 계열사 현대에너지솔루션 역시 이날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2분기 매출 2641억 원, 영업이익 238억 원을 발표했는데 예상치의 2배가 넘는 규모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올해 투자 실적이 가장 좋은 섹터 중 하나로 태양광 산업이 꼽힌다. 시장 지수가 꺾인 와중에도 태양광 관련 기업들이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개중에는 연초부터 입소문이 나 시가총액이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뛴 기업도 있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은 전년말 대비 올해 주가가 8월 3일 기준 139.25% 상승했다(그래프1 참조). 한화솔루션과 OCI 역시 22.82%, 12.50% 올랐다. 코스피가 17.34% 내린 것과 대비된다.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태양광 랠리’는 전 세계적 추세다. 대표적 글로벌 태양광 에너지 ETF(상장지수펀드)인 ‘인베스트 솔라 ETF’(TAN)는 8월 3일(현지 시간) 기준 지난해 대비 주가가 6.25% 상승했다. 침체에 빠진 글로벌 금융시장과 반대로 성장한 것이다. TAN은 미국(42.7%), 중국(29.3%), 스페인(5.8%), 독일(4.1%), 대만(3.7%) 등의 태양광 관련 기업이 분산돼 담겨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실적 상승이 나타난 셈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태양광 사업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원자재 및 물류비용이 상승하면서 적자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태양광 산업의 밸류체인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 순으로 이어진다. 원자재인 폴리실리콘을 이용해 단계를 높여가며 제작 공정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한화솔루션과 현대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주요 태양광 관련 기업은 이 중 후반부에 해당하는 셀·모듈 생산에 중점을 둔다. 폴리실리콘 생산을 담당하는 OCI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코로나19 국면에서 고배를 마신 이유다. 한화솔루션도 6분기 연속 태양광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한 끝에야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전력 단가 폭등 덕에 경제성↑

    국면 전환을 이끈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을 유럽과 협상 카드로 사용하면서 전력비용이 폭등한 것이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대비 올해 6월 가스·석탄 가격이 폭등하면서 독일의 전력 구매 단가가 204%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태양광 모듈 가격 상승분은 26%에 그쳐 태양광이 경제성 부분에서 강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행보를 밟아 사업이 용이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도 에너지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점 역시 태양광 수요를 견인했다.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태양광 산업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국면이 지속되면서 태양광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사추세츠주 2배 면적 필요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산업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이달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를 앞두고 있다. 해당 법안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40% 감축하기 위해 기후 분야에 3690억 달러(약 484조 원)를 투자하는 것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태양광 전지 생산 업체들이 조 단위 세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추진했던 3조5000억 달러(약 4600조 원) 상당의 더 나은 재건(BBB) 법안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재생에너지 산업에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부유층 증세에 부정적”이라며 관련 법안을 반대하던 민주당 조 맨친 상원의원이 지난달 찬성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예산안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현지에 태양광 관련 공장을 둔 기업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볼 전망이다. 한국 기업 중에는 한화솔루션이 미국 시장을 겨냥해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초 미국 현지 폴리실리콘 생산업체 REC실리콘의 지분을 인수했고, 미국 조지아주에 1.4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도 증설 중이다. 해당 공장이 가동되면 한화솔루션은 미국 내 단일모듈 사업자로서 최대 생산능력(3.1GW)을 갖추게 된다.

    미국과 중국 간 재생에너지 기 싸움도 한국 태양광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자국 태양광 산업을 키워 높은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다”고 말했다. 독일 베른로이터 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은 ‘태양광 산업의 쌀’로 불리는 폴리실리콘 시장의 63%를 점유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그래프2 참조). 중국은 핵심 소재인 잉곳·웨이퍼 부문에서도 95%가량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인다.

    올해 기준 태양광발전은 미국 전체 전력의 3% 상당을 담당하는 데 그친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장한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이를 45%로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서는 매사추세츠주의 2배에 달하는 면적이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미국이 자국 태양광 산업을 육성하려는 배경이다.

    주요 사업 무대 살펴야

    태양광 산업의 전망이 밝다지만 ‘묻지 마 투자’는 곤란하다. 밸류체인에 따라 전망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태양광 산업 밸류체인은 원자재·소재·부품 부문이 포함된 업스트림, 셀과 모듈이 포함된 미드스트림, 태양광발전소 설치·시공 등과 관련된 다운스트림 부문으로 분류된다(표 참조). 이 중 업스트림 부문은 코로나19 사태 당시 원자재 값 상승으로 수혜를 입었으나, 최근 관련 비용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추세다. 실제로 폴리실리콘 생산 기업 OCI는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551억 원, 1810억 원에 그치며 시장 전망(매출액 1조1282억 원, 영업이익 2174억 원)을 하회했다. OCI는 한국 유일의 폴리실리콘 제조업체다.

    중국 정부 당국이 핵심 원자재인 폴리실리콘 가격 안정화를 위해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업스트림 부문에서는 악재다. 미국 블룸버그는 7월 23일 “중국 공업신식화부가 (폴리실리콘) 가격 안정화를 위해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잉곳과 웨이퍼 부문은 중국 기업이 사실상 독점하는 상태다. 국내에서는 웅진에너지가 잉곳·웨이퍼를 생산해왔으나 중국 기업과의 점유율 경쟁에서 밀려 7월 27일 파산하는 일도 있었다.

    물론 OCI 역시 태양광 시장 자체가 확장되면서 매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같은 태양광 산업에 속하는 기업일지라도 사업체별 성격에 따라 기대수익률을 다르게 설정하는 등 상이한 투자전략을 세우며 접근할 것을 권한다.

    주요 사업 무대가 어디인지도 변수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당시 태양광발전 설치가 급증한 만큼 당분간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력 관리 책임이 있는 정부 입장에서는 태양광발전 비율이 단기간 급속도로 증가할 경우 전력 통제에 애로사항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태양광발전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태양광발전은 날씨나 구름양에 따라 발전량 차이가 커 전력 수급 관리자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존재”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의 태양광 산업 청사진은 올해 말 확정되는 제10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따라 구체화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꾸준히 원자력발전 비중을 30%대로 늘릴 계획임을 밝힌 만큼 태양광 발전의 증가 속도가 주춤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미 7월 5일 국무회의를 통해 관련 내용이 담긴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심의·의결한 상황이다. 2050년까지 태양광·풍력의 전력 담당 비중을 50%까지 늘리기로 한 이전 정부의 기조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 교수는 “한화솔루션과 같이 미국에 진출한 기업체는 전망이 좋은 반면, 국내에서 중국산 제품을 단순 조립해 패널을 만드는 업체들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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