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K21-105 경전차. [사진 제공 · 한화디펜스]
중국은 지난해 인도와 국경 분쟁을 벌인 라다크 일대에 최신형 15식 경전차를 배치했다. 중국이 고원지대까지 고성능 경전차를 끌고 오자 인도는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산악지대에서 경전차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다. 1962년 인도는 국경 분쟁에 프랑스제 AMX-13 경전차를 투입해 중국군을 격파했다. AMX-13은 프랑스가 해외 식민지에 긴급하게 전개할 목적으로 개발한 수송기 탑재용 경전차다. 중국군은 보병만으로 저항하다 AMX-13 몇 대에 참패했다.
인도는 최근 노후 AMX-13을 후계 차량 없이 전량 퇴역시킨 반면, 중국은 경전차 개발에 나섰다. 15식 경전차는 35t급 차체에 복합장갑·반응장갑을 장착한 고성능 경전차다. 기관포탄을 대부분 막아내고, 반응장갑 덕에 보병 휴대용 대전차 화기를 맞아도 끄떡없다. 주포는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105㎜ 강선포다. 한국군 K1 전차에 장착된 M68A1의 중국제 카피인 83식 전차포의 저압포(장약을 적게 넣어 포신 압력을 줄인 것) 버전이다. 인도군 T-72 전차 정도는 너끈히 파괴할 위력을 지녔다. 중국제 GP-2 대전차 미사일을 사용하면 T-90 전차도 격파할 수 있다.
中 신형 경전차에 인도군 ‘패닉’
인도 업체 L&T는 한국산 K9 자주포 차체(사진)에 벨기에제 포탑을 장착한 경전차 모델을 인도 국방부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제공 · 한화디펜스]
카탈로그 데이터만 보면 라다크 고원에 있는 중국군 15식 경전차를 박살 낼 괴물이지만 인도는 수개월 만에 도입 계획을 철회했다. 알고 보니 중국도 20년 전 도입하려다 포기한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장갑은 근거리에서 적의 기관총에도 쉽게 뚫렸다. 가벼운 차체에 지나치게 강력한 주포를 탑재하니 발사할 때마다 차체가 요동쳐 포격 정밀도가 최악이었다.
이후 인도는 다른 모델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는 한국 한화디펜스 K21-105, 인도 현지 면허생산이 이뤄진 K9 자주포(국방과학연구소·한화디펜스 공동개발) 차체에 새 포탑을 얹은 신규 모델, BAE 시스템스 미국 법인의 M8 뷰포드 경전차, 인도네시아-터키의 합작품 하리마우 경전차 등이다.
성능 · 가격 · 정치 문제… 경쟁 모델 ‘아웃’될 듯
지난해 6월 중국과 인도의 국경 지역에서 중국군이 인도군 병사를 포박해 위협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따라서 한국 한화디펜스가 인도군 경전차 도입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화디펜스는 경전차 모델 K21-105를 개발한 바 있고, 인도 측이 요구하는 기술과 모듈을 대부분 확보하고 있다. 인도는 신형 경전차 모델에 대해 △원격 조종 무장 스테이션(RCWS) △대전차·대공 임무 동시 수행 △안티 드론 전자전 교란 △주포 발사 대전차 미사일 및 스마트 탄약 운용 능력 △다양한 전자장비 운용을 위한 보조동력장치(APU) 등을 요구하고 있다.
K21-105는 이런 요구를 모두 충족하는 몇 안 되는 경전차다. K21 보병전투장갑차 차체에 벨기에 방산업체 존 코커릴(John Cockerill)의 XC-8 105-102HP 포탑을 얹은 모델이다. 주포에서 다양한 스마트 탄약과 우크라이나제 주포 발사 대전차 미사일 ‘팔라릭 105’를 쏠 수 있다. 원격 조종 무장 스테이션과 안티 드론 장비, APU의 경우 한화디펜스가 완성한 기성품이 다수 존재한다.
인도군 수뇌부가 한화디펜스를 신뢰하는 것도 유리한 점이다. 최근 인도는 K9 자주포 100문을 현지 면허 생산했다. 인도군의 면허 생산 역사에서 최초로 납기 일정보다 빠르게 하자 없이 사업이 완료됐다. 이에 고무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라즈 나트 싱 국방장관이 차례로 생산 라인을 찾아 한화디펜스의 사업 관리 능력을 극찬했다. 한화디펜스 K21-105 모델의 라이벌은 한국산 K9 자주포 차체에 존 코커릴사의 포탑을 합친 모델이다. K9을 면허 생산한 인도 업체 L&T가 인도 국방부에 제안한 방식이다. 이번 사업은 ‘K21 차체’와 ‘K9 차체’의 2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산 경전차가 인도에서 ‘잭팟’을 터뜨릴까.